2년 8개월 7일
만두는 아직까지 걸음이 서툰 건 아닌데 아장아장 걷는 느낌이 많이 난다.
그래서 뛸 때 보면 조금 느린 속도로 약간은 균형감이 덜 느껴지기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물론 귀엽긴 하지만 이 시기까지는 아직은 잘 넘어지는 시기인 것 같다.
빤쓰 삼촌과 슬기 이모가 결혼하면서 처음 만두에게 화동 제의를 했을 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이가 잘할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결국 만두가 빤쓰 삼촌과 슬기 이모의 결혼식에서 화동 역할을 훌륭이 소화해냈다.
홍연우 언니의 손을 꼭 붙잡고 중간에 울면서 내게 달려오지 않고 삼촌에게 잘 간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맙고 이쁘던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예약해둔 미용실에 가 머리를 하고 빌려온 드레스를 입고 이모가 립스틱까지 발라주니 나는 기분이 잠깐 묘했다.
리허설 때 씩씩하게 잘 걸어가서 걱정이 조금 덜 됐다가 본식 직전 갑자기 긴장해서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연우가 아이스크림으로 잘 달래서 결국 역사적인 첫 화동 역할은 이쁜 추억으로 남게 됐다.
아장아장 걸음걸이는 이런 때는 귀여워 보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최근까지 화상통화를 주로 하다 2주 정도 전부터는 그냥 통화도 가능해져서 몇 마디 길게 주고받지는 못해도 야근 시간에 음성 통화를 종종 한다.
질문하고 답하는 동안 다음 대답은 잘 안 하는 만두가 어제는 웬일로 아빠 집은 회사라고 해서 기분이 머쓱해졌다.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해서 시간을 내어 놀아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 세상 모든 백수가 아닌 아빠는 집이 회사인 시기를 피해 갈 수 없는 것인 걸까.
그래도 기왕이면 아빠 집도 만두 집이고 싶다!!
참, 엄마 집은 없다고 해서 더 웃었지만.
아침에 일어나 우린 모두 같은 집에 산다고 정정해주고 에피소드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