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8개월 20일
다음 주면 만두는 세상에 나온 지 벌써 천일이 된다.
물론 아이를 생각하지 않았던 때도 즐겁고 신나게 잘 보냈지만 만두가 없는 천일을 되짚어 보면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인생을 함께할 친구가 하나 생기고 아직 잘 모르는 것들이 많은 아이에게 하나하나 가르쳐 주며 나 또한 아이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웠던 시간은 대체가 불가하다.
모두 잠든 시간 가끔 깨어 컴퓨터 게임을 하다 나도 모르게 방문 쪽을 자꾸 돌아보게 되는 이유만으로도 만두는 내 삶에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녀석이 됐다.
만두는 중독성이 강하다.
아이를 위해 책임감을 갖게 되고 아이와 함께 신나게 살고 싶은 마음을 꿈꾸는 지금이 행복하고, 원대한 목표나 큰 성공보다는 세 식구가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꿈이 더 우선인 요즘이다.
이루어져라이 얍!
그래도 이제는 사 먹는 군것질을 좀 하게 됐다고 매일 꼬박 아이스크림도 먹고 음료수도 마시게 됐는데 그래서 그런 건지 요즘 사진 속 만두는 볼 살이 빠방 하다.
턱도 두턱이가 된 게 살이 좀 오른 것 같은데 건강하게 오른 것 같지가 않다.
강제로 시간 맞춰 밥을 먹이는 편도 아니고 음식을 권하는 편도 아니긴 한데 자유롭게 아이의 선택에 맡기고 식사 시간을 기다리다 보면 가끔은 끼니도 놓치고 식사 시간에는 열심히 먹지 않는 날들도 많아져서 사실 먹는 것 가지고 요즘은 하고 싶지 않은 걱정을 조금은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강제로 무얼 먹이고 싶지는 않은데 식단에 따라 채소며 음식을 잘 먹는 모습도 가끔은 보여서 괜한 기우인가 싶기도 하다.
아이의 끼니는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아빠 비행기 타고 싶어요.'
'비행기 타면 어디 가고 싶은데?'
'비행기 타고 방콕에 가고 싶어요.'
'방콕에 가면 뭘 하고 싶은데?'
'웅, 수영하고 싶어요. 피자 먹고 싶어요.'
몇 개월 전 연휴에 다녀온 방콕 여행을 콕 집어 기억하고 말하는 만두가 신기하고, 동시에 약간의 부담감도 느끼는데 또 가야 하나 하는 마음이 계속 든다는 것이다.
이러면 방콕에 또 가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누가 꼬꼬마 아이는 기억력이 없다고 했던가.
아빠가 절대 가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