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11개월 28일
아이가 아프다.
지난주 일요일 오전에 '목이 아파'라고 해서 목 안의 상태보다는 잠을 잘못 자서 아프거나 어디 외상 또는 충격에 의해 잠깐 통증이 온건 가라고 간과했었는데 다소 쌀쌀한 날씨에 비가 흩뿌려지는데 아이와 밖에 조금 있어서 더 그랬는지 오후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한번 정도 일주일 동안 고열이 지속돼 고생한 적이 있긴 해도 보통 감기를 많이 앓는 편도 아니고 감기에 걸려도 씩씩하게 이겨내는 편이었는데 처음으로 특정 부위가 계속 아프다고 정확히 언질을 주는 게 조금 마음에 걸렸는데 불길한 짐작은 참 잘 들어맞는다.
아니나 다를까 계속 39도 가까운 열이 지속되더니 해열제를 아무리 써도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결국 수요일인 오늘은 40도를 찍어 내 속을 바짝 타게 만들었다.
월요일에 병원에 갔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갈 감기 정도로 처방해 주셔서 기다리며 아이가 이겨내길 바랐는데 오늘 오전 일찍 병원에 가니 목 속에 하얀 기포들을 보여주시며 공공장소는 가지 않는 게 좋고 어린이집도 쉬는 게 좋을 것 같고 바로 항생제 처방을 해주신다.
사태가 조금 심각해졌다는 이야기다.
결국 좀 전에는 낮잠으로 누워있던 아이가 울어 들어가 보니 물을 찾는데 열이 펄펄이다.
40도 넘는 상태를 확인하고는 조급해져서 해열제를 먹이려는데 아이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냥 투정이려니 하고 아픈 아이에게 세심하지 못하게 조금 성질을 냈는데 돌아서 방을 나오니 바로 아이가 아점으로 먹었던 김밥을 모두 토해냈다.
순간 너무 놀라고 미안해서 토에 뭍은 옷이며 이불을 다 처리하고 아이를 벗겨 토를 닦아 주고는 한참을 안고 마루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와 함께 숨을 골랐다.
그리고 스스로를 조금 진정시키고 뒤처리하고 아이에게 간신히 해열제까지 먹이고 보고 싶다는 TV를 틀어주고 나니 진이 다 빠진다.
아이가 아프니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아이가 먹고 싶다는 핑계로 괜히 김밥을 먹이다가 조금만 더 먹으라고 권한 것이 세심하지 못했던 걸까?
그래서 체해서 아이가 여러 가지 병을 같이 겪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냥 항생제 부작용인가...?
내가 아이를 윽박질러서 그런 걸까....?
오만 생각이 다 머릿속을 스쳐지나갈 때쯤 아내가 집에 왔고 아이를 아내에게 잠시 맡기고 앉아 뭘 잘못했나 자책을 해본다.
육아가 참 힘들다고 느껴지는 하루다.
오늘 무사히 잘 넘어가고 아이 열도 좀 가라앉을 수 있을까?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