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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Kim Jan 08. 2020

1198

3년 3개월 11일

#1

처음엔 제발 기저귀 좀 떼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었는데 기저귀를 떼고 나니 제발 바지에 쉬 좀 안 하게 해 주세요로 바람도 업그레이드된다.

그리고 바지에 쉬를 덜 하게 되니 이제는 운전이나 이동 중에 제발 화장실 가겠다는 [거짓말] 좀 덜 하게 해 주세요라고 또 다른 바람을 늘어놓게 된다.

아이는 변하고 성장하지만 부모의 투덜거림엔 변화가 없는 것 같다.


#2

약속 시간을 지키기 위해 부지런을 떨기보다는 이동 시간을 단축해 [과속해] 시간을 맞추는 편이었다.

그러다 아이와 함께 약속 장소로 이동하게 되니 그런 습관은 독이 된다.

일단 그렇게 움직였다가는 지각이 아니라 결석에 가까운 시간에 약속 장소로 도착하기가 일쑤고 무엇보다 늦어지는 초조함이 아이를 다그치게 만든다.

내 인성도 쓰레기가 되고 아이도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요즘은 그래서 두배의 여유를 갖자고 마음을 먹는데 습관은 쉬이 변하지 않아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곱절로 증가하는 것 같다.

인성과 관련된 책이나 습관에 대한 책을 볼 요량이면 차라리 육아를 권한다.


#3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주도적이고 습득도 빠르다.

아이 낳기 전부터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기에 아이를 보는 눈을 다르게 가져가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지만 부모라면 결국은 이중적인 아이의 행동이나 모습을 겪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만두가 대소변을 보면 나와 있을 때는 변기가 차가우니 자신을 들고 있어 달라거나 바지를 내려 달라거나 변기에 앉혀 달라고 매번 주문하지만 와이프가 어린이집에서 확인한 만두는 혼자 변기에 가서 바지도 잘 내리고 스스로 변기에 앉아 대소변도 잘 뉘더란다.

결국 아무리 내가 머리를 굴려도 아이는 내 머리 위에 앉아 있음을 인정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

그래도 스스로 한다니 괘씸하기보다는 대견하다는 생각뿐인 게 딸바보 아빠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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