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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우리는 무엇에 투자하는 것인가?

(모든 코인류를 비트코인으로 지칭하겠습니다.)

비트코인 투자가 그야말로 광풍입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죄다 비트코인에 종자돈을 넣고 있으며 술자리에는 어떤 코인을  사야하는지 왜 비트코인을 사야하는지, 비트코인에 대한 이야기가 최고의 안주거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도, 버스에도 비트코인 시세를 보는 사람들이 종종 볼수 있네요. 마치 현재와 같은 규제가 생기기 전 ELW나 선물옵션 거래량이 세계에서 선두권이었던 시절의 파생상품 시장 그 이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의 이유는 비트코인 거래소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여러 속성을 만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번째로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주식보다 훨씬 큽니다. 주식처럼 상/하한가 제도가 없으며 상한가인 30%는 비트코인 거래소에서는 하루만에 일어나는 아주 평범한 변화폭입니다. 또한 하루 수익률이 100%, 200% 에 달한다는 비트코인 거래소의 자극적인 광고도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이는 주식'투자'가 아니라 중소형 테마주에 주식'투기'를 선호하는 한국 개인투자자 투자성향에 딱 맞아 떨어집니다. 한국사람은 지루한 걸 싫어하고 '대박'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로 일반 투자자도 하방베팅(공매도)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 자체가 특별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마진거래를 간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식과는 다르게 대상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에 베팅하는 공매도를 개인들도 쉽게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주식 시장에서는 개인들의 손실 이유를 공매도에서 찾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내가 주식에서 돈을 잃으면 이건 다 공매도 때문이다." 라는 하소연을 주식 커뮤니티에서 한번쯤 보셨을 텐데요. 그 이유는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하기 어렵고 기관과 외인들만 공매도를 할수 있다는 점에서 느껴지는 불평등함 때문입니다.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개인만 공매도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기존의 개인 주식투자자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인 것은 확실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개인들도 공매도를 쉽게 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주식시장에서 느낀 불리함을 해소시키며 비트코인이 "나도 돈을 벌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느껴지게 하는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24시간 거래할 수 있다는 점과 세금이 없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한국 주식시장이 열리는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아마 이 6시간 30분은 개인투자자에게 매번 부족할 겁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거래소는 하루 24시간 계속 열려있습니다. 또한 주식시장에는 주식거래세라는 0.3%의 입장료가 필요한 반면 비트코인은 이런 세금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기존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비트코인 거래소는 24시간 운영하는 입장료 없는 짜릿한 곳이 되어버렸던 것이지요.

1) 고변동성, 마진거래 (도박성)
2) 세금 없음
3) 하방베팅 (공매도)
4) 24시간 매매

이런 특성은 한국인의 투기심리를 자극하면서 결국 한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이 비싸게 거래되는 소위 "김치 프리미엄"이 생겨나기까지 했습니다. 한때는 해외에서 1btc 당 3백만원정도였던 비트코인이 국내에서는 5백만원이 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프리미엄은 현재 어느정도 소멸된 상태입니다만 사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요즘 같은 글로벌한 세상에 정확이 똑같은 물건이 미국과 한국에서 가격차이 저렇게 생길 수가 없습니다. 한국인이 얼마나 '투기의 민족'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코인원 "불나방의 결과"


지금까지 비트코인 거래가 한국에서 흥행하는 이유에 대해서 살펴 보았는데요. 언제나 그랬듯 돈이 흐르는 새로운 트렌드에는 유사시장에서 넘어오는 편승자들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꽃이 피면 꿀벌이 날아오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최근에 비트코인 오픈채팅방이나 커뮤니티에서 차트 전문가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차트에 대해서 분석을 시도하면서 이평선이 어쩌구, 전고점이 어쩌구, 세력이 어쩌구 하는 주식시장에서 넘어온 자칭 전문가들입니다. 주식투자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여러 방법론들을 단순히 비트코인에 적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비트코인은 주식과 다르게 그 대상의 본래의 대상(기업)이 없기 때문에 펀더멘털 분석이 존재하지 않으며 단순히 시계열 접근이 대부분인 것이 특징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런 분석은 모두 조심하라고 권장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기술적 분석이 무엇인가요? 종목의 차트상 특정 패턴이 과거에도 좋았다면 미래에도 좋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기술적 분석의 요지입니다. 즉 좋았던 과거상황이 되풀이된다라는 가정에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것을 검증할 수 있는 시계열이 애초에 없습니다. 길어야 2-3년간의 시계열로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을까요? 또한, 비트코인 시계열은 금융위기와 같은 몇 차례의 강력한 이벤트를 겪지 않았습니다. 한두번의 경험으로는 결론을 내기 힘든 것처럼 비트코인의 시계열 길이는 통계적인 결론을 낼 수 없는 매우 작은 데이터 입니다.

또한 기술적 분석은 데이터가 패턴을 가져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 패턴을 분석하고 그 패턴이 미래에 반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비트코인은 어떻습니까? 한두번의 급락을 제외하면 사실상 우상향하는 차트입니다. 이런 차트에 어떤 기술적 분석이 의미가 있을까요? 패턴이라고 할만한 뭔가가 존재는 할까요?


과연 그렇다면 비트코인에는 투자하지 않아야 하는 것 일까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도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어떤 대상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알고 투자하는 것과 모른 상태로 무작정 돈을 집어 넣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시스템 트레이딩 개발을 할때도 마찬가지지만 베팅을 할때 "어떤 대상에 베팅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사실에 투자했음을 인지하고 있을때 투자자산의 손익을 '관리'할 수 있으며 장기적인 수익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베팅한 대상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나의 베팅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진행중인 것인지 혹은 실패한 것인지에 대해서 파악이 가능합니다. 실패했다면 과감하게 털고 나와야 합니다.  진행중 이라면 더 진득하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 다만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나의 생각'이 없다면 이런 관리가 불가능합니다. 그냥 올라가니까 우루루 몰려가서 사고, 떨어지니까 우루루 팔고 이런 식의 단순한 투자패턴은 시장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곳에 가야하는데 무엇을 타고 갈지 모른다고 가정해봅시다. 버스를 탈수도 택시를 탈수도 있지만 어떤 교통수단이 더 빨리 도착할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내가 오늘 택시를 타고 약속시간에 많이 늦었다면, 아! 다음에는 버스를 타야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버스를 탔는지, 택시를 탔는지 알지 못한다면 다음에 비슷한 의사결정은 처음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경험적 선순환이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이지요. 이렇다면 수익은 누적되지 못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투자도, 투기도, 베팅도 모두 어떤 것에 대한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것은 어떤 사실이나 현상에 베팅하는 것일까요?

비트코인은 주식처럼 FOMC의 금리인상결정이나, 환율같은 거시적인 변수 혹은 정부의 정책등에 영향을 받는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비트코인 자체의 내재적인 가치 변동에 의하여 좌지우지 되는 것 같지도 않구요. 하지만 가끔 비트코인의 장미빛 뉴스가 나오는날은 비트코인이 더욱 급등을 하는 것 같습니다. 혹은 올해 시끄러웠던 랜섬웨어 사건시에 해커들이 요구했던 금액을 비트코인으로 요구했다는 사실로 급등을 했습니다. 즉 여러 원인과 결과로 미루어 볼때 아마도 비트코인의 가격은 비트코인의 유용성 혹은 그 가능성이 증명될때마다 올라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비트코인에 베팅한다는 것은 "비트코인이 미래에 널리 쓰일 것이다" 라는 사실에 베팅하는 것입니다. 혹은 좀더 범위를 넓히면 "비트코인이 미래에 널리 쓰이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비트코인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격이 오를테니 말입니다. 즉, 내가 비트코인을 산다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이 상용화 되는 미래"를 사는 것과 같습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간단한 사실이지만 이것을 간과하고 무작정 투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투자아이디어를 보다 견고히 하기 위해서 시중에 블락체인 기술 관련 서적을 본다거나, 글로벌 뉴스등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실제로 이 분야에 관련된 진짜 전문가의 의견을 청하는것. 이런 것들이야 말로 비트코인 투자를 위한 투자자의 노력이라고 봅니다. 투자에 대한 나의 생각이 견고해질 수록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늘어나며, 투자 결과는 더욱 납득 가능한 것이 될겁니다.

비트코인 투자는 여기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니 산다", "느낌이 오니까 산다", "전문가가 사라고 해서 산다"는 적절한 투자의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살때 그 자동차가 어떤 기능과 디자인을 가졌는지를 잘 따져보는 것처럼 우리의 투자대상도 요모조모 잘 따져봐야 후회 없는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의 견해에서 출발된 베팅의 결과는 납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베팅은 납득이 되지 않고 악순환을 불러올 것입니다.



"비트코인", 
우리 모두 두눈 감고 장작속으로 무작정 돌진하는 불나방이 되는 것보다는
나의 견해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되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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