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주식시장, 주부들을 유혹하다

'맘카페' 데이터로 본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변화


엄마가 주식 이야기를 하면 그 때가 고점이다?

매도 타이밍. 참 얄궂은 단어다. "팔아야 돈이지"라고 말하는 것처럼 주식을 저가 매수했다고 하더라도 매도하는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 반쪽짜리도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일단 주식을 매수하면 더 오를 것 같다는 예감과 지금이 고점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서로 뒤영켜 이성적인 매도 시점을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를 잘하는 사람들은 고점 매도를 위한 여러 가지 규칙들을 만들고는 한다. 여기 요즘 들려오는 시장의 매도 타이밍을 유쾌하게 표현한 문장이 있다.

"엄마가 주식 이야기를 하면 그때가 고점이다."


시장이 과도하게 과열되면 조정장이 오기 마련인데 여기서 엄마, 즉 평소에 주식을 해본 적도 없는 주식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관심을 가질 때가 결국 상승장의 막바지라는 뜻이다. 실제로 나도 경험한 적이 있다. 집에 환갑이신 어머니께서 "아들아 나도 비트코인 해야 하니?"라고 말한 날 대세 상승장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비트코인이나 주식이나 비슷한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 평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관심을 가질 때쯤은 이미 그것은 충분히 올랐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재밌는 표현이긴 하지만 진짜 그럴까? 의심이 된다. 데이터로 주변을 바라보려고 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이 내용을 본능적으로 확인하고 싶어 진다. 가설이 아이디어가 되려면 통계적으로 증명이 되어야 하고 유머가 유머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실제로 그러했는지, 앞으로도 그것이 반복될 것인지를 실제 데이터로 살펴봐야 한다. 솔직히 데이터로 정확히 매도 타이밍을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경험한 시장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다만 요즘 주식을 잘 모른다고 '추정'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주식 얘기를 많이 하고 있는지를 파악해 두는 건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관 데이터 생각하기

먼저 데이터가 있어야 하겠다. 먼저 [엄마가 주식 얘기를 한다]라는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 이런 경우 정성적인 것을 최대한 정량적인 대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식에 대한 관심을 주식 커뮤니티 데이터의 볼륨으로 판단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얼마나 시장에 공포를 느끼는지를 시장지수의 변동성으로 파악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느낌, 심리와 같은 정성적인 것을 어떻게든 숫자 세상과 연결시키는 것이 데이터 분석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시도해 보도록 하자.


첫 번째로 부동의 No.1 주식 관련 커뮤니티인 네이버 종목토론 게시판이 생각이 났다. 하루에 약 15만 건 이상의 주식 관련된 얘기를 하는 데이터 속에서 '엄마'가 작성했다는 걸 식별할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작성자의 신상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각 게시글이 과연 누구인지를 식별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도대체 어디서 엄마가 주식 이야기하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까? 엄마가 주식 이야기하는 데이터... 엄마. 맘. 맘들이 얘기하는 곳... 엄마가 모여있는 곳이 있나? 어라? 네이버 맘(mom) 카페?!


맘 카페에서 주식 관련 게시글 구하기

바로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어서 가장 사람이 많은 네이버 맘카페가 어디인지를 물었더니 바로 대답해 주었다. 네이버 카페 중에 회원수 랭킹 5위인 "맘스홀릭 베이비"랭킹 3위인 "레몬테라스"였다. 두 카페 모드 아이의 엄마 혹은 엄마를 앞둔 예비 신부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곳이었다. 와이프가 가끔 어디서 이상한 말을 듣고 와서 나를 바가지 긁을 때가 있는데 바로 여기였던 것이다.


전체 네이버 카페 중 회원수 3위와 5위의 카페


각 카페에서 주식으로 검색했을 때 게시글이 나왔다. 이것을 일자별로 합산해서 시장지수와 비교해 보자. 바로 개발 툴을 열고, 라이브러리를 사용해서 데이터를 확보했다. 게시글을 수취해서 월별로 게시글 개수를 정리했다. 그리고 코스닥, 코스피와 비교를 해보는 게 첫 번째 순서였다.


데이터 살펴보기

카페별 주식 관련 게시글 총 개수
코스닥과 일별 게시글 수 합산 비교


게시글의 개수의 추이를 보니 정말 기존에 주식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맘'들의 관심이 대단하다. 19년도만 해도 월평균 50개가 넘지 않았던 주식 관련 게시글이 20년 12월에는 무려 8배인 400여 개의 글이 올라온 것이다. 게시글의 빈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몇 개의 시점을 확인해 보자. 2019년 8월과 2020년 3월에 게시글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원인은 주식의 급락 때문인 반면, 2020년 12월 요즘의 증가는 코스피 3,000을 돌파한 급격한 상승 때문인 것으로 서로 달랐다. 게시글의 양적으로 확실한 변화를 보인 시점은 2020년 3월 코로나 발생 시점이며, 이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를 비교해 보면 코로나 이전(2020.3 이전) 시점에는 월평균 26.24개임에 반해 코로나 이후(2020.3 이후) 에는 월평균 157.2개로 약 6배 관심이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말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 정도의 변화는 평균으로부터의 일시적인 이탈이 아니라, 대상의 평균의 변화라고 볼 수 있을 수준이다.


신규 시장 진입자 데이터 추출

'맘'들의 주식에 대한 내용을 좀 구분해서 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주식으로 재산을 탕진한 남편에 대한 욕"과 "신규 계좌는 어떻게 여나요?" 데이터는 다른 속성이다. 여기서 보고 싶은 건 후자 데이터에 가깝다. 우리가 이번 주제로 알고 싶은 건 "기존에 주식시장에 관심이 없던 신규 유저가 주식시장을 기웃대는지"에 대한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카페 내 주식에 대한 관심


데이터의 타입을 주제로 분류하면 아래와 같았다.  

(Type 1) : 주식 투자에 대한 질문. 계좌 개설 방법, HTS선택, 자녀 주식계좌 개설, 해도 되는지?

(Type 2) : 주식하는 남편에 대한 불만, 떨어진 주식에 대한 하소연

(Type 3) : 돈 번 거 자랑 글

수 천 개의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라벨링 해서 이게 남편 욕인지, 시장에 대한 관심인지를 구분해 내는 것은 쉽지 않고 하고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데이터인 Type 1을 걸러내기 위해서 몇 가지 단어가 포함된 데이터만 다시 추려서 추이를 살펴보았다.

(포함 단어 : 개좌, 개설, 처음)

위 단어가 포함된 게시글
시장 처음 진입과 관련된 게시글 빈도

단순 빈도의 경우 현재 기준 대세 상승장(A)과 3월 코로라 급락장(B)에서의 빈도가 유사하거나 A기간이 조금 높았지만 반면에 주식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사람을 빈도인 위 차트에서는 20년도 말 현재의 빈도가 3월보다 두배 이상으로 높았다. 같은 시장에 대한 관심이더라도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와 같은 데이터는 20년 3월 이전에는 거의 없었다. 20년 3월 코로나 대 하락장 이후로 주식시장 진입에 대한 관심은 그 전에는 거의 없던 수준으로 생겼다는 뜻이다. 요약하면 주식시장이 처음인 사람들의 관심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전무후무한 수준, 20년 3월 하락장에 비해서는 2배 이상 증가했다.

(* 번외로 재밌는 데이터는 엄마들이 자녀들 주식계좌 개설에 관심이 많았다. 아무래도 세금 이슈가 워낙 극심하다 보니 주가가 낮을 때 자녀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그래서 고점인가?

지금까지 주식을 아직 잘 모른다고 추정되는 '어머니'라는 대상들의 주식에 대한 관점을 '맘카페' 커뮤니티 데이터 위주로 살펴보았는데 정말 확실히 주식에 대한 태도나 관점이 양과 질적으로 많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맘까페 회원들에게 코로나 이전에 주식이란 남편에 대한 원망, 단순한 호기심 등 거리감이 있는 게시글이 많았다면 코로나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대상, 투자 후기 등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 규모는 과거와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과연 그럼 이 정도 수준이 현재 주가를 고점이라고 파악할 수 있을 것인가 여부는 개인의 몫인 것 같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주식에 대해서 코로나 이전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이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특히 시장에 신규 진입하고자 하는 게시글은 더 압도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전략으로 바꿀 것인지는 트레이딩의 영역이다.


시장이 존재하는 모든 매매 가능한 물건은 어느 정도 '폭탄 돌리기'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 정도의 문제일 뿐. 물건의 가격이 올라가면 그것보다 더 높은 가격에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넘기게 되고, 결국 그 가격과 물건의 연결고리는 느슨해지고 물건 자체의 가치보다 더 높은 가격에 내 것을 사줄 사람에 집착하는 시장으로 바뀐다.


결국 이런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은 폭탄 돌리기 줄서기에서 후순위인 사람들, 주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따라서 하는 집단, 즉 우리가 여기서 분석했던 데이터의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나는 데이터를 통해 후순위 집단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만약 지금 내가 분석한 사람들보다 '더' 후순위인 사람들이 있을 것인가? 만약에 뒤에 아무도 없다면? 그때가 바로 더 이상 내 물건을 사줄 사람이 없고 파는 사람만 있는, 폭탄을 돌릴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는, 바로 버블의 고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아침에 "주식은 도박이야!"라고 항상 이야기하는 음악교사 아내가 "오빠 나도 주식해볼래? 증권플러스 깔면 되는 거야?"라고 내게 물어봤다. 그냥 웃음으로 답했다.


만약 주식이라곤 털끝 만큼도 모르던 내 아내가 주식을 산다면 그녀에게서 주식을 더 높은 가격에 사줄 사람이 있을 것인가? 떠오르는 집단이 있는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난 이 상승장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D&Quant] 고배당 HIT&RUN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