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살 3회 차 일기
-풋살을 시작했다. 시작했다고 하기에는 아직도 도망갈 마음이 많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운동도 게임도 안 좋아했다. 피구가 제일 싫었고 여자 애들이라면 다 한다는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다 안 했다. 지금도 아이가 같이 놀자고 하는 것 중에서 가장 고역이 보드게임이다. 못해서 안 하고 싶은 걸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게임이 재미없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든다. 이 마음이 정말로 승부욕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지는 게 싫어서 지레 포기해 버리는 방어기제인지 잘 모르겠다.
-풋살은 재미있다. 운동 신경이라고는 전혀 없는 몸치이지만 기술을 조금씩 익히는 과정도, 오직 공 하나만 보면서 숨이 차게 달리는 것도, 꽁꽁 얼었던 몸이 운동장을 달리면서 뜨거워지는 것도, 어떤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던 상념이 풋살을 하는 동안만큼은 싹 사라지는 것도. 그런데 축구는 팀 스포츠이고 승부욕이 없으면 같이 뛰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안 그래도 실력도 없는데. 근데 나 하나 못한다고 딱히 영향을 안 미칠 것 같기도 하다 ㅎㅎㅎ), 그만큼 적극성도 떨어진다. 기세에서 이미 밀린달까. 나는 열정적인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으면 오히려 시들한 마음이 드는데 이것도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아니면 '나는 남들과는 달라'라는 선민의식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얼마 전 지인과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못 버티고 도망가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나랑 안 맞는 건데 버텨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그만두지 못하는 것인지 그 차이를 판단하는 게 늘 어렵다고. 버텨야만 남는 것도 있지만 버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풋살을 계속할 것인가. 일단 풋살화는 사긴 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