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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 일기 Jun 24. 2024

타인의 시선을 극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

그냥 서울대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게 외도 후 만남입니다.

  나는 그의 불륜 사건이 터진 후 그와의 이별을 결심했었다. 그리고 그 결심을 공고히 하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알렸다. 나는 이런 일을 당했다. 이별할 것이다.


그런데 3일 만에 무너졌다. 나는 도저히 그에게 이별을 고할 수 없을 정도로 그를 사랑했고, 결국은 그의 입에서 나온 이별을 어찌어찌 잘 무마해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그때부터의 문제는 타인의 시선이었다.

  

사람들은 들은 얘기가 있기 때문에 그를 프레임 씌워 바라봤고, 그들이 아무리 아닌 척하려고 노력해도 결국 당사자는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주변인들과의 인연을 모두 끊고 지낼 수 도 없는 노릇.


나에게는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만남을 관둘 수도 없었다.  그와의 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만 잘 어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 문제는 다 끝난 줄 알았다.


 그렇지만 그 타인에는 나 자신도 포함이었다.


나는 결국 불안과 의심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건 내 몸과 마음이 말해줬다.


그가 집을 비우고 약속을 나갈 때면 끊임없이 불안했고 끊임없이 의심이 들었다.


그런 내가 불행했다.


하지만 함께 있으면 행복했으므로 행복을 위해 참아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불행 정도로 생각했다.


나는 과거일을 종종 끄집어내 쏘아붙였고, 그럴 때마다 온몸이 벌벌 떨렸다.


그는 이제 그 일을 끝내고 싶다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고.


더 이상 이 문제에 발목 잡혀 이런 식으로 살 수는 없다고.


불륜을 하는 자들이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그렇지, 너는 책임감 없이 죄책감 없이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인데, 이런 일쯤이야 대수겠어.


그 일은 2년간 우리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우리는 극복하지 못했다.


그때의 일과 비슷한 조그마한 일이라도 벌어지면 나는 매우 불안해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불안을 느꼈기 때문에 그냥 불안하지 않은 상태를 행복이라고 착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냥 나는 너무나 나약하고 어리석은 인간이었다.


슬프지만 내가 한번 이겨내보려고 했던, 그리고 모든 외도 피해자들에게, 특히 다시 사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던 일은 끝이 났다.


그렇다고 용서하고 다시 만난 걸 후회하는지 묻는 다면, 그건 아니다.


나는 정말 그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이다. 그 한마디 예고도 없이.


나에게 어떤 준비가 되어있었겠는가... 나는 그냥 무방비 상태에서 충격, 공포, 배신, 억울함, 울화통.. 수많은 부정적 감정 사이로 침식해 나갔다.


그렇게 갈기갈기 찢어지고 상처 입은 내가 기댈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였다.


그에게 분풀이하고 화풀이하며, 그가 그 일을 반성하고 나에게 잘해줄 때 조금씩 회복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그대로 우울감에 빠져 살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럭저럭 회복할 사이 그는 부단히 노력하며 변하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변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단 한순간에,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건은 갑자기 찾아든다. 그리고 그런 갑작스러운 사건에서의 행동을 보면 그의 본성을 알 수 있다.


그는 아직도 변하지 않았고, 나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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