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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 일기 Jun 28. 2024

이별을 하고 긍정적인 감정도 많이 느낀다는 건

정말 힘든 연애를 하고 있었다는 뜻일까

   이별을 하고 마냥 힘들어서 누워있고 무기력하게 슬프고 외롭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감정들을 많이 느낀다.


 나는 그를 너무 좋아해서 그와 연락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시답지 않은 얘기로도 할 말이 많았고, 몇 시간에 한 번씩 오는 그의 카톡이 좋았다.


이제는 연락이 오지 않는다. 기다릴 연락도 없다. 


 카페에 갔다. 햇살이 넘쳤다. 능소화가 예뻤다. 카페는 온통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다. 사장님이 친절했다. 기분이 좋았다.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을 잠시 멈춰 서서 아무 생각 없이 누렸다. 소소한 행복이었다.


신기했다. 전에는 그의 연락을 기다리며 마음 한편에 늘 있었던 불안이 말끔하게 사라져서일까.


신나게 집에 돌아와 누웠다. 피자도 맛있고 드라마도 재밌었다.


 어느 날은 평범한 가족을 보고 나도 결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몇 년간 결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나이가 찼으니까 해야 하나.. 그 정도였다.


왜 그랬을까.


결혼을 하기에는 너무 무서웠던, 극복하지 못했던 그날의 트라우마와 걱정, 불안, 공포가 한 번에 사라져서일까.


그냥 평온한 마음에 결혼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날아들었다.


내 일상에서 부정적인 몇몇 감정들이 사라져 버린 기분이었다.


매일이 그랬으면 좋았겠지만, 또 어느 날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있는 데도 그의 생각이 났다.


분위기가 조금 루즈해지면 어김없이, 그가 있었으면 참 재밌었을 텐데. 역시 그와 노는 게 가장 재밌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이별을 기뻐하고 있는가. 슬퍼하고 있는가. 헷갈린다.


이렇게 홀가분할 이별을 뭐가 무섭다고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해냈는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확실히 지워 볼 생각이다. 


나 자신을 음지에서 햇살 좋은 양지로 내보낼 것이다. 


나의 모든 취미를 동원하여 매일매일 집밖으로 나가고 있다.


집에만 있으면 쉬이 우울해질 수 있어서 나 자신을 끊임없이 다독거린다.


할 수 있어, 더 좋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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