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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슈라 Feb 15. 2021

친구에게 편지를 쓸 때면,

서로에게 다정한.

그런 친구가 있다. 

나보다 먼저 앞서 많은 경험을 하며 현명하게 삶을 다져가고 있는 친구. (물론 전지적 나의 시점에서다.) 그 친구는 나보다 훨씬 먼저 한 남자와의 사랑을 알았고, 알콩달콩 연애를 했고, 결혼을 결정하고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The Red Smile, Alex Katz


우리는 종종 '급'만남을 하는데, 그때그때 고민들을 나누기도 하고 서로의 우습고도 인상적이었던 일상들을 전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게 정다운 대화를 한다. 그럴 때마다 친구는 삶에서 현실적이고 유용한 정보들을 꼭 하나씩은 일러준다. 가장 최근에 만났을 때엔,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건강검진을 꼭 하라며, 건강에 대한 세세한 얘기들을 해주며 몇번이나 당부했다. 요즘 빠져있는 책이나, 작가, 그림에 대한,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어쩌면 뜬구름잡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선 이런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들으면 그 말을 해준 사람이 되게 어른같이 느껴지더라. 그래서 아마도 이 친구는 나와 숫자는 같지만, 한없이 다정한 어른같이 느껴진다.



그런 친구에게 얼마전 작은 카드를 써서 책 한권과 함께 택배를 보냈다. 나는 편지를 다 쓰고나면 꼭 다음날 후회가 된다. 너무 진지하게 쓴 것 아닐까? 나중에 보고 막 손발이 오그라들면 어쩌지? 아무래도 그 얘기를 한 건 실수같아... 하는 생각들 때문에, 편지를 고쳐쓰거나 아예 없애기도 한다. 그런 나를 알기에 이번에는 편지를 쓰자마자 택배박스까지 꽁꽁 포장해버렸다. 

포장하고 바로 약간의 후회가 생겼지만, 에이 모르겠다 하며 일찌감치 택배를 보냈다.     


Three Women on Pink, Alex katz


우리의 나이를 남들에게 말하면 '젊어서 좋겠다' 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이제 이러이러한 것들을 조심하라'며 건강에 관한 조언들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풋내나는 어린 나이를 지나 세상 돌아가는 일에 눈을 뜨며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는, 붉게 영글어가는 그런 나이. 앞으로 또 어떤 모양새로 가지를 펼치고 어떤 열매를 맺을지 불안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는 요즘. 서로 다른 삶을 사느라 연락도 만남도 뜸해지지만, 비슷한 감성, 비슷한 취향으로 삶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점점 더 소중해진다. 


같이 건강하게, 성숙하게, 서로에게 다정한 지금처럼, 나이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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