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의 쿠알라룸프루, 그리고 말레이시아가 좋아져버렸다.
쿠알라룸프루에서의 6개월. 남편이 고백했다.
'말레이시아를 너무 사랑하게 되었어.'
나도 대답했다.
'사실은 나도 그래.'
요즘 한 달 살기 명소로 떠오르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동남아에서 살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내가 6개월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말레이시아만의 매력을 나눠볼까 한다.
1. Diversity.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이다. 말레이인, 중국인, 인도인 등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 살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히잡을 쓰고 있는 사람들만 말레이시아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민족 국가라는 사실에 너무 놀랐다. 그들만의 균형으로 말레이시아인이라는 이름으로 나라를 구성하고 있지만, 본인의 진짜 전통을 지켜나간다. 그래서인지 말레이시아는 그 모든 국경일을 함께 축하하며, 공휴일이 많은 나라 중에 하나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편견을 가지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서로 다른 게 너무나도 당연하다. 각자의 개성을 모두가 존중해준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처음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말레이시아에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다니! 한국인들이 대부분인 한국에서 온 나는, 이런 다문화가 너무 새롭고 좋았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판단하지도 않고, 내가 가진 외모나 소유물들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진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느낌이랄까.
2. English. 모두가 영어를 사용하는 곳
말레이시아의 공용어는 말레이어지만,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이 있다보니 영어는 대부분의 국민이 제2언어로 사용한다. 같은 중국계 말레이인이더라도, 사용하는 중국어가 다르다보면 영어로 대화를 해야만 하는 게 일상이다. 정부기관이나 은행, 음식점이나 길거리 상점들까지 대부분 영어로 의사소통을 원활히 이어나간다. 이는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너무나 큰 장점이다. 태국이나 베트남 같은 다른 동남아 나라에 비해서 영어를 쓰는데 불편함이 없다. 심지어 말레이어는 영어와 비슷한 단어들이 많고 배우기도 쉽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서는 내가 상대해야만 했던 모든 것들을 남편이 처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집주인과 이야기하기, 음식점에서 주문하기, 전화로 예약하기 등등. (한국에서 모든 중요한 일들. 예를 들어 은행가서 계좌 개설하기, 동사무소 가서 서류 작성하기, 부동산에 가서 집 계약하기 등등은 영어만 쓰는 캐나다인 남편이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은 말레이시아인들의 짧은 영어가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모두와 영어로 소통을 할 수 있다니! 다만, 그들 특유의 억양과 발음들로 'Sorry?'를 꼭 붙여서 재확인을 해야했다. 처음엔 같은 영어도 이렇게 못 알아들을 수 있나 싶었지만, 몇 달이 지나니까 그들의 영어가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역시 많이 듣고 접하면 익숙해지는 걸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의 경우만 잘 못알아듣는 건 아닌가 싶었는데, 원어민인 캐나다인 남편도 그들의 영어는 알아듣기 어려워 같은 입장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내가 시킨 음식이 다르게 나오거나, 나도 모르게 잘못 주문될 수도 있기에, 확인을 꼭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두의 편의를 위해서!
3. Price. 남다른 동남아 물가
동남아로 여행을 가거나 살러 가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물가가 한국에 비해 너무나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동남아 물가를 누리면서 살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너무 비싸서 잘 타지 못했던 택시를 말레이시아에서는 Grab으로 어디든 갈 수 있었다. 비가 오거나 출퇴근길에는 조금 비싸기도 했고, 예전에 비해서 아무리 가격이 올랐다고 해도, 한국에 비해서는 훨씬 싼 금액이었다. 한국에서는 외식비를 아끼기 위해서 일주일에 한 번 밥을 먹으러 나갔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메뉴판을 보고 음식을 고르기만 하면 됐다. 정말 비싼 최고급 레스토랑이 아니고서는 음식이 음료를 포함해도 무조건 싼 걸 아니까. 한국에서는 몇 백원 차이로 한참을 고민하고는 했는데, 음식 가격을 확인하지 않고 먹고 싶은 걸 마음껏 주문할 수 있는 진짜 부자가 된 느낌이랄까. 서울의 집값은 너무나도 비싸기에, 작은 원룸에 살면서 많은 돈을 지불해야 했다. 하지만 같은 돈으로 말레이시아에서는 수영장과 헬스장이 딸린 투룸 최고급 콘도에서 지낼 수 있다. 말레이시아인의 평균월급은 백만원정도이기에, 그들에게는 이러한 콘도에 사는 것은 엄청난 사치일 수 있다. 하지만, 서울 집값에 익숙해져버린 우리가 이런 넓고 쾌적한 곳에 살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였다.
4. Malaysian Food. 너무나도 맛있는 말레이시아 음식
말레이시아 문화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한국에서, 나는 말레이시아 음식을 먹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연남동이나 이태원동 같은 곳에 말레이시아인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있다고 했지만, 한 번도 기회가 없었다. 태국과 가까우니까 태국음식과 비슷하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만 했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 가서 깨달았다. 말레이시아에 맛있는 음식들이 진짜 많구나! 특히나 다민족 국가이다보니, 진짜 그 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중국음식과 인도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가 있다.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의 요리도 한국보다 훨씬 맛있고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맛볼수가 있었다. 마막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야장같은 곳에서는 2~3천원에 정말 맛있는 말레이시아 음식 한끼를 맛볼 수가 있다. 한국처럼 물을 따로 제공하지 않아서 대부분 음료를 사먹어야 하는데, 많은 음료들도 500원에서 2천원 사이다. 진짜 레몬이 잔뜩 들어가 있는 아이스티부터, 생과일이 가득 들어있는 다양한 쥬스들까지. 다 합쳐도 5천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쇼핑몰에서 먹어도 7~8천원으로 음료까지 포함한 한끼를 거하게 먹을 수 있다. 브런치 카페에서도 만 원이면 다양한 외국음식들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최근에 더욱 물가가 비싸진 한국에 비하면 정말 가격이 착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음식은 바삭한 치킨과 함께 먹는 나시르막, 한국의 칼국수와 비슷한 중국스타일 판미, 야들야들한 차슈가 있는 완탕면, 브로콜리 튀김과 먹는 진짜 인도 커리, 아침이면 꼭 먹었던 바삭한 로티찬나이까지. 너무나도 맛있는 말레이시아 음식이 참 많았다.
5. Travel. 말레이시아 혹은 다른 동남아로의 여행
말레이시아는 보통 중간 경유지로 들리는 경우가 많다. 쿠알라룸푸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경유지로 잠깐 들려서 구경하기도 딱이고, 말레이시아에 있는 많은 섬들을 놀러가는 재미도 있다. 한국인들이 진짜 많이 가는 코타키나발루도 너무 아름답고, 랑카위나 페낭같은 곳을 운전을 해서 혹은 짧은 비행을 통해 쉽게 갈 수 있다. 다른 아시아 나라들을 가는 저가항공으로 유명한 에어아시아 본사가 말레이시아에 있어, 하루에도 수백대의 에어아시아 비행기를 타고 많은 나라들을 합리적인 가격에 여행을 갈 수가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위치상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다른 동남아 나라들로 짧은 비행시간으로 여행을 갈 수도 있다. 유럽도 한국에 비해서 가까운 편이고, 호주라던가 인도 같은 나라들도 훨씬 쉽고 저렴하게 갈 수 있어서 여행을 가기에도 참 좋은 나라다. 코로나가 끝난 바로 직후인 지금, 비행기값이 제멋대로인데도, 10만원 대로 가까운 동남아 나라들을 여행할 수 있어 여행하기 참 편리하다.
6. Sky. 너무나도 예쁜 하늘과 좋은 날씨
한국에 살면서 불편했던 것들 중에 하나는 바로 미세먼지다. 이런 이유로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들을 만나곤 한다. 날씨가 좋으면서 하늘이 예쁜 그런 날의 서울은 정말 미치도록 아름다운데, 일 년 중 만나기 어려운 날들이 많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일 년 내내 여름 날씨인지라, 내가 좋아하는 여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아침시간이나 비가 온 후의 날씨는 내가 좋아하는 초여름 날씨다. 오히려 한국의 더운 여름인 7~8월보다 기온이 낮을 때도 많았다. 세상 시끄러운 천둥 벼락이 치면서 비가 한 두시간 시원하게 내리고 나면 또 하루종일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동남아 특유의 날씨도 좋다. 정말 너무나 더울 때는 하루에 샤워를 세 번씩 하는게 일상이기도 하지만, 쇼핑몰이나 빌딩 안에서는 얇은 겨울 자켓을 입어야 할 정도로 너무나 빵빵하게 에어컨을 켜놓는 말레이시아다. 다만, 일년 내내 여름이 이어지는지라,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가는 걸 잘 체감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쁜 정글 속의 하늘을 어디서나 쉽게 만나볼 수 있어 하늘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다.
7. I LOVE KOREA. 한국을 좋아하는 말레이시아
한류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은 곳 중 하나는 말레이시아인 것 같다. 한식 음식점을 만나보기 너무나도 쉬워서, 보통 하나의 쇼핑몰에 5~20개 정도 한국음식점이 있기도 한다. 한식의 맛을 보장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항상 말레이시아인들로 붐비는 곳이 많다. 길거리를 지나가며 흘러나오는 K Pop을 듣기도 하고, 한국 영화들도 영화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말레이시아다. 특히나 한국인이라고 하면 일단 호감을 가지고 접근을 하기 때문에, 나는 한국인일 뿐인데 엄청난 호의를 가지고 대하는 친절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보통 다른 어느 나라를 가든 중국인으로 오해를 받고, 중국인들도 나를 중국인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로컬로 보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좋게 생각해야겠다). 하지만,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본인이 알고 있는 한국에 관한 총상식을 동원해서 말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본인이 봤던 한국 드라마나 좋아하는 한국 가수, 한국 영화부터 시작해서 한국 여행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한국인으로서 말레이시아에 살기 좋았던 이유는, 한국에서 백인들이 느끼는 그 특유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게, 무언가 사대주의적인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한국어를 할 수 있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을 구하기가 쉬운 곳이 말레이시아다. 내가 했던 일들도 딱히 더 나은 기술이 요구되는 직업이 아니었는데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 기준에 맞춰서 월급을 줬다. 이는 말레이시아 생활을 하는 데 있어 한국에서의 대기업과 맞먹는 그런 수준의 대우였다. 한국에 있으면서 그저 영어권 국가에서 본인 나라의 말인 영어를 한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일을 구하고 한국 생활을 즐기는 백인들과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한국에서보다 일을 구하기가 훨씬 더 쉬웠다. 많은 BPO회사들이 말레이시아에 있어서 한국인들을 더 구하기도 하고 말이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런 대접을 받아보는 건 정말 신기한 경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