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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지 Jun 28. 2017

2-2. 안갯속에서

봄 날씨


1.

2016년 6월 5일 일요일.

아직은 새벽 공기가 차가웠다.

따뜻한 차까지 들고

서피비치로의 운전을 시작했다.


서피비치 개장 소식을 접하고 출발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서리가 내릴듯한 새벽 공기는

올해 첫 서핑에 대한 불안감을 안겨줬다.


그 불안감은

좋지 않은 날씨에 대한

나의 경험 부족 때문이었을 것이다.


차가운 날씨 때문인지

출발을 자꾸 미루게 되었다.



2.

동으로 동으로.

서피비치로 가는 길은

계속 안갯속이었다.


휴게소에서 내려보니

놀러 가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하지만 날씨는 그런 사람들의 기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가평휴게소에 도착했을 때가 8시께.

아직도 걷히지 않는 안개는

영화 '미스트'를 생각나게 했다.


안개 핑계 대고 슬슬 놀고 싶다는 생각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나오니

날씨가 급히 맑아지기 시작했다.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 가평휴게소/ 2016년 6월/ 출처: 김은지



3.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을까'보다

'어느 안개에 날씨가 맑을까'가

더 알기 어려운 것 같다.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내용.

안개가 짙은 아침은

맑은 날씨를 가져다준다는 것.


하지만 지나치게 짙은 안개는

보통 흐린 날을 가져다줬다.

바로 그 날이 오늘이었다.


오늘의 안개는 맑음일까, 흐림일까?


수상스키를 타러

새벽안개를 뚫고 강에 가면

곧 안개가 걷힌다.

이 경험을 상기하며 다시 '서핑지심(서핑에 대한 마음)'을 다잡고

휴게소를 나왔다.



4.

수상스키 타던때 처럼

가면 갈수록 안개가 걷히길 바랐다.

하지만 안개는 계속되었다.


휴게소부터 한 시간여 운전하고 휴게소에 내렸다.

한계령 휴게소에 내려서 본 광경은 우울했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내려다본 풍경/ 2016년 6월/ 출처: 김은지


오늘의 안개는 '흐림'이었다.



5.

걱정이 태산처럼, 급히 쌓이기 시작했다.


바다 상태는 어떻지?

날씨가 안 좋을 때 서핑은 어떻게 하지?


안갯속 운전으로

시작부터 피로도가 높은 상태였다.

날씨조차 날 도와줄 생각이 없다는 것에

다리가 풀릴 것 같았다.


작년, 여름만 즐겨 아쉬웠던 서핑 시즌이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일찍 시작하는 서핑에 설렜는데

처음부터 예감이 좋지 않다.





다음 글, 2017년 7월 5일(수)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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