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과 수온
1.
처음 서핑을 접하고
웻수트를 사야 할 때
참 고민이 많았다.
서핑에 필요한 옷을 사는 데에
알아야 할 게 참 많았었기 때문이었다.
수영복
래시가드Rash guard*
풀슈트Fullsuit
스프링 슈트Springsuit
롱제인Long jane**......
심지어 재킷Jacket에 베스트Vest도 있었다.
단순히 체온만 유지하는 옷이라 생각했었다.
부력이 있는 옷도 아닌데
종류가 상당히 세분화되어있어서
옷 종류를 공부하는 데에도 시간을 꽤 써야 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이미지 사진, 사이즈, 두께 정도의 정보만 올라와있고,
당시 서퍼들의 블로그들 중에서도
슈트에 대한 정보를 기본적인 것들(래시가드, 풀슈트, 스프링슈트 정도)만 정리한 게 대부분이었다.
국내외 서핑 관련 정보를 섭렵해서야 겨우 웻수트에대한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수온, 기온, 해변과 바다의 상태에 따라
입어야 하는 옷의 종류 자체가 달라진다.
수온.
그때는 서핑슈트를 사는 걸 방해하는 골치 아픈 존재이기만 했다.
하지만 발끝에 닿는 차가운 바닷물을 느껴보니
그만큼 준비해야 하는 문제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래시가드Rash guard: 더운 기온과 따뜻한 수온에서 서핑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자외선과 모래, 산호 같은 거친 환경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서 입는다. 체온 유지 기능은 없다.
**롱제인Long jane: 스프링슈트의 한 종류. 풀슈트에서 팔부분만 잘린, '슬리브리스슈트Sleeveless suit'라고도 불리는 웻슈트이다. 통상적으로 수온은 차갑거나 시원한 상태이고 기온이나 햇볕이 따뜻하거나 뜨거운 상태에서 입는다. 그래서 1~2mm 두께가 대부분이다. 8월 즈음에 입는 분도 꽤 봤다.
2.
그래도 난, 웻수트 있는 여자니까!
차가운 수온은 발끝에서 무시하고
용기 내어 바닷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래도 이 정도 파도면 탈만 할 거라 생각했다.
일단 라인업까지 패들 해야 했다.
...
인생에서 처음으로
'갑빠'의 위치를 깨닫는 날이었다.
패들을 해서 라인업까지 나아갔더니
'가슴근육', 일명 갑빠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작년 한 해 별도 운동 없이 서핑을 무사히 마쳤었다.
그러한 경험으로
아~무 생각 없이 온 올해 첫 서핑이었다.
그런데 일평생 존재감 한 번 느껴본 적 없던
가슴근육이 자신의 존재감을 나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그것도 바다 위에서.
3.
얼마 가지 않아
해변에 너부러진 나와 서프보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싸워온 안개,
애매하게 차가운 수온과 날씨,
이상하게도 날 밀어대는 것 같은 파도,
바다 위에서 자기주장하는 가슴근육.
시즌 첫 서핑은 날 안갯속으로 인도하는 것 같았다.
1. 다음 글, 2017년 7월 23일(일) 발행 예정.
2. 1번 글의 립컬 사이트 캡처 출처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