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의 교통
1.
그렇게 한 여름의
장판 서핑을 마무리하고
다음 서핑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지난 시즌에 같이 입문한 양양 친구와
보드 렌털만 해서 같이 연습해 보기로 했다.
2.
8월 여름의 극성수기 물가로 인해
렌터카보다는 셔틀이나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게 나았다.
숙박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여름 성수기에 운영되는 셔틀로
바로 하조대까지 바로 가면 좋겠지만
이미 표는 매진 상태였다.
친구 말에 따르면
고속버스로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로 온 후
하조대로 이동하는 게 더 시간이 절약된다고 했다.
서울 시민이 모두 속초를 가는 건지
12시 이전의 좌석 대부분이 매진이거나 한자리만 남은 상태였다.
일찍 출발해야 일정에 여유가 생기기에
이르더라도 새벽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새벽 5시 대에 한 자리가 남은 걸 겨우 살 수 있었다.
3.
토요일 새벽 4시 반.
이른 시간으로 지하철은 다니지 않았고
택시를 이용해 터미널로 향했다.
차 창 너머로 보이는 새벽의 서울 도심, 한강변.
이 날 새벽의 도심을 참 오랜만에 봤다는 생각을 하며
여정을 시작했다.
택시의 목적지는 '동서울 종합 터미널'이었다.
'버스 터미널이 얼마만인가?'
버스터미널의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내가 그동안
고속버스를 참 오랫동안 타지 않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20대에도 '혼행*'을 즐기던 나는
고속버스, 시외버스를 종종 이용해
'안면도'나 '담양'같은 여행지를 찾곤 했었다.
버스에 몸을 실으면
원하는 곳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그때였던 것이었다.
당시를 돌이켜 보니
버스는
'속도'의 문제가 아닌,
'낭만'의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낭만을
그동안 내가 잊고 있었구나...'
그리곤 그렇게 그 날은 속초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혼행: '혼자 하는 여행'의 줄임말-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고... 당시엔 좀 혼자 여행 다니면 이상한 취급을 받았다. 병이 있다거나, 생을 마감할 것 같다거나. '혼행'이란 말이 있다는 게, 이전보다는 여행하기 좋아졌다는 뜻 같아서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한다.
4.
새벽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뿌옜다.
도시의
덥고 습하고 더러운 공기가
눈으로 보이는 것 같은 풍경.
그보다 더욱 큰 문제는 곧 시작된 교통체증이었다.
극성수기의 물가가 아니라도
성수기에 렌터카나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는데,
이유는 바로 이 극심한 교통체증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이 날은
3일간의 연휴로
여느 때보다도 더 차가 많이 몰렸던 것 같다.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보이는
주차장 같은 고속도로.
고속도로 입구,
아니 서종까지만,
그것도 아니라면 춘천까지만 막히고
이후에는 전처럼 뻥뻥 뚫리리라.
라고 생각하며
.... 장장 예닐곱 시간을 고속도로 위에서 있어야 했다.
1. 다음 글, 2019년 05월 23일 (목) 발행 예정.
2. Cover photo by Alexander Popov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