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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지 Jul 30. 2017

2-6. 서핑 없는 서핑라이프

권태


1.

수온과 근육통에 매쳐지고

한 달 넘도록 서핑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 당했으면

테이크오프 정도는 잘 돼야 하는 거 아냐?'


그 기간 동안

나는 서핑에 단단히 삐진 상태였다.



2.

그리곤 서핑지심을

맛집 투어와 친목으로 풀었다.

서핑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살이 오를 대로 올라

오동통-한 상태가 됐을 때 즈음이었다.


날씨가 달아오른 8월.

휴가를 맞이했고

별도의 계획은 없었다.


가족과의 며칠간의 피서 후

남은 휴가 기간은 집에서 쉴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머님께서 내 남은 휴일을 대신 아까워해 주셨고

결국 어머니와 둘이 서핑을 가기로 하게 되었다.


당시 나에겐 후순위의 서핑이었다.

하지만 어머니께선 서핑이 궁금하셨던 것이었다.

당신의 딸이 좋아하는 그 '서핑'이 무엇인지.


때마침 서피비치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단출하게 둘이 셔틀을 이용해서 가보기로 했다.



출처: 글 하단에 표시



3.

출발은 영등포였다.

습한 여름 날씨였지만

아침의 영등포는 한산한 모습이

거리를 깔끔해 보이게 했다.


화요일이라 그런지

셔틀 이용객도 많지는 않았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어머니와 셔틀에 올랐다.


아침부터 고속도로는 차들로 붐볐다.

시간에 쫓기던 버스는 겨우 휴게소에 들를 수 있었고

나와 어머니도 겨우 휴게소를 이용할 수 있었다.


인제 즈음부터 차량이 줄기 시작했다.

미시령 즈음이 되자 다시 어두워지는 날씨.

자주 겪는 '태백산맥 기후*'이긴 하지만

서핑을 가는 나로선 늘 반갑지 않은 현상이다.


미시령 가는 길의 흐린 날씨. 비도 뿌렸다/ 강원도/ 2016년 8월


*태백산맥 기후: 특히 동해안으로 여름휴가를 가본 사람이라면 겪어봤을 날씨. 태백산맥을 기점으로 동과 서의 기후가 판이하게 다른 경우로 언급했다. 관련 자료 클릭



4.

미시령을 넘으니 날씨가 맑아진 것 같았다.

셔틀은 곧 서피비치에 도착했다.


서핑할 준비를 마쳤다.

어머니는 해변에 설치되어있던

대형 차양막 아래 라운지체어에 자리를 잡으셨다.


뜨거운 태양.

하루를 이 곳 동해안에서 보내기로 한 것에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날씨였다.

...였'었'다.

날씨가 또 변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 사이 변한 날씨/ 하조대 서피비치/ 2016년 8월/ 출처: 김은지


초강도 선크림을 바른 게 무색해지는 날씨.

그런데 문제는 날씨가 아니었다.



1. 다음 글, 2017년 8월 6일(일) 발행 예정.

2. Cover Photo by Shaun Bell on Unsplash

3. 2번 글 아래 사진의 출처 씨아 블로그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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