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취준
뭔가 브런치에는 글을 거창하게 써야할 것 같은 느낌이 나서 그간 글을 거의 안쓰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냥 정말 아무생각없이 브런치를 잡게된다.
난 개인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중시한다. 요즘엔 그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는 추세이지만. 이 말이 무엇인고 하니, 그냥 좀 오프라인에서 알고지내는 사람들한테 내 생각이나 삶이 공개되는걸 원치 않다고 해야할까. 물론 나도모르게 보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네이버 블로그같은데는 아무래도 지인 위주다 보니깐 특히 더 그렇고, 워프에 있는 개인블로그는 진짜 완전 익명위주인데 또 혼자 짓거리는 느낌이 들고 ㅎㅎ 그래서 사실 진짜 불특정 다수를 위한 글을 쓴다는 느낌에서 브런치가 좋긴 하다.
요즘엔 구직중이다. 커리어를 꽤나 많이 다듬고 있고, 지금도 다듬고 있다. 본래 SWE외에는 생각이 없었는데 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도 풀스택과 백/프론트 데이터 등 종류가 꽤나 많아서, 게다가 팀도 제각각이고 회사도 제각각이고 내 상황도 제각각이라서 워낙에 변수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게다가 타이밍도 맞아야하고 운도 좀 바쳐줘야하고.
한 3년전에 준비할때만 해도 별 생각없이 150개 지원하고 인터뷰 보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JD보고 업무 보고 팀보고, 링크드인에서 팀 찾아보고 분위기 대충이라도 파악하고 인맥 동원해보고 학교 어드바이저랑 얘기하고 등등등... 그렇다 해서 핏이 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인터뷰 과정도 길고 ㅎㅎ
그런데 얼마전에 인터뷰에서 현타가 왔다. 시니어 포지션이었는데 재귀로 짜는 쉬운 문제인데 비디오 면접에 코드를 추가할때마다 설명이 필요하고, 게다가 문제도 완벽하게 풀지 못해서 아직도 스스로가 재귀적 사고가 안됬나(?) 하고 망연자실하다가 문득 내가 지금껏 풀어온 문제중에 자료구조/알고리즘을 쓴 것이 있던가? 해서 소스를 뒤져보니 허메, 거의 없다.
아무리 웹개발이라 하지만 나름 자바베이스로 짜곤 했는데 이런 고려가 전혀 없었다고? 나 진짜 프로그래머 맞긴 한걸까 라는 기본적 현타에서부터 어떻게 자구/알고리즘 고려없이 뭔가를 만들어 온것이지부터, 웹개발엔 필요가 없나? 내가 관심이 없나? 진짜 나 6년차 맞나? 등등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결국 지인 네명이랑 수시간동안 줌미팅하면서 내린 결론은, 일단 좋은 라이브러리가 있다면 가져다 쓰는게 (충분한 검증이 있다면) 당연하고, 웹개발이라 러프한 개발엔 크게 자구가 필요한것이라기보단 성능을 요할 때, 리펙토링 단계에서 더 많이 요구한다 정도. 그리고 나는 단순히 시간이 없었을 뿐, 그래도 엔지니어링적 마인드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무엇보다 릿코드나 이런거 준비하는건 내 미래를 위해서 준비한다기보다는 그냥 취업용이라는거. 이건 진짜 구글 애플 다니는 친구들한테 다 물어보다 다 똑같이 얘기한다. 코딩이 즐거워서 코딩실력 늘리려면 내 생각에는 코딩 대회 나가는게 맞다 보는데 굳이 그러지 않는다. 아니, 사실 그것도 달갑게 보지 않는다. 일이 없으면 그런거 나가는것도 좋지만 이 외에도 공부할것이 특히나 도메인 날리지나 프레임워크 팀웍 애자일 등의 관점에서 더 많으니.. 사실 그래서 나도 기본을 간과한 것은 있긴 하다.
정답이란 것은 없겠지만 뭐 웃기게도 요즘인 프로덕 매니저나 머신러닝 엔지니어 기회도 오는 편이고.. 정말 다양하다. 그래서 미래가 더 기대된다. 내게 맞는 길은 무엇일까, 하지만 너무 리스키하게 하나에만 올인하고 싶지 않고, 좀 힘들더라도 분산투자 하는게 좋을 것 같고..
그런와중에 문득 코인베이스를 켜서 쳐다보니 우왕 메이커등의 계열 쭉쭉 오른다 ㅎㅎ 뭐 이런것만 봐도 기분이 좋기도 하다. 여튼 뭐 인생 참 재밌다. 술끊은지 105일인데 술말고도 인생 재밌는게 왜이리 많은지. 좀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다 때가 있다고 본다. 커리어 정리도 슬슬 되것지 뭐. 모든건 다 그분께 맡길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