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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트 스카이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비추는 여명

by 책거미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Midnight Sky)>


안녕하세요, 도서 및 영화 전문 리뷰어 책거미입니다.


오늘 리뷰할 영화는 몇 일 전에 넷플릭스로 개봉한 미드나이트 스카이입니다. 릴리 브룩스돌턴(Lily Brooks-Dalton)의 장편 SF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Good Morning Midnight)>를 원작으로 둔 영화이죠.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인 조지 클루니가 영화의 주연과 감독을 맡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조지 클루니는 절제된 연기를 통해서 노년의 고독한 천문학자를 인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수염을 잔뜩 기른 말년의 조지 클루니가 보고 싶은 분들은 이 영화를 필히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늙어서도 이렇게 멋진 남자 배우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흔히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크게 2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겠습니다. 스타워즈, 스타트렉, 아마겟돈 등의 스페이스 오페라 및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와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같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페이스 휴먼 드라마 장르가 그것이지요. 이 영화는 후자와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목은 물론, 영화의 포스터에서도 드러나듯이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해야 하는 영화입니다.


screencapture-netflix-watch-80244645-2020-12-28-12_01_20.png 인류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시도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인 에테르호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종의 이유로 황폐화된 지구를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인 K23 행성으로 파견된 탐사대원들의 생환, 쓸쓸히 북극 극지의 바르보(Barbeau) 천문대를 지키고 있는 노년의 천문학자 오거스틴, 그리고 기지에 홀로 남겨진 미지의 소녀 아이리스. 영화는 이 3가지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지구에서는 생존을 위해 아이리스와 오거스틴이 함께 북극의 맹추위를 뚫고 하젠 호수 기상관측소까지 이동해야만 합니다. 우주에서는 탐사선 에테르(Aether)호의 선원들이 귀환을 위해 미지의 위험이 도사린 영역을 돌파해야 하는 실정이죠. 영화는 이 2가지 배경을 교차편집하여 극을 이끌어나갑니다.


screencapture-netflix-watch-80244645-2020-12-28-11_53_57.png 시시각각 생존자를 위협하는 대기오염, 지구는 이미 인간이 살 수 없는 환경에 처했습니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비교적 템포가 느린 영화입니다. 생존 영화라는 촛점에서 바라볼 때, 극의 긴장감을 유발하기 위한 장치들이 지구와 우주에서 갑자기 튀어나오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하나의 산을 느긋하게 올랐다가 정상에서 경치를 감상하고 하산하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여운은 결말부에 이르러 엔딩 음악과 함께 잔물결처럼 다가오죠.


screencapture-netflix-watch-80244645-2020-12-28-12_05_37.png 미지의 소녀, 아이리스와의 조우


제가 바라 본 이 영화의 감상포인트는 크게 3가지로 언급할 수 있습니다. 첫째,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장르물이라는 점입니다. 근 미래를 배경으로 그리는 영화이기에 SF 장르의 팬이라면 시각적으로 상당한 눈요깃거리가 됩니다.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나, 탐사우주선, 우주복 디자인 등의 시각효과가 나무랄 데 없는 수준입니다. 둘째, 미스터리 물로서의 소녀의 정체입니다. 극의 초기에 조우하게 되는 미지의 소녀 아이리스의 정체가 궁금하기에 이 영화에 몰입하게 되는 하나의 장치로서 작용합니다. 그리고 이는 영화의 말미에, 영화를 끝까지 관람한 관객들에게 주어지는 보상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생존 드라마입니다. 지구에서든 우주에서든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극한의 환경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인간의 인내와 한계를 시험받고 자신이 본래 가지고 있던 본성과 나약함이 드러나게 되죠. 한계상황을 극복하고 가까스로 목적을 달성할 때 관객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더할 나위 없는 소재입니다. 이 영화에서 그리는 갈등구조는 그리 복잡하지도 않고 깊지도 않아 극의 긴장을 위해서 꼭 필요한 수준만 보여주는 인상을 주기 때문에 그 점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screencapture-netflix-watch-80244645-2020-12-28-12_14_55.png 고난 끝에 도달한 하젠 호수 기상관측소


명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작이라고 평할 수 있는 이 영화에서도 아쉬운 점들이 존재합니다. 우선, 이 영화가 속한 장르물에 한해 어디선가 한 번쯤 본 기억이 있는 장면들이 떠오른다는 점입니다. 제게 있어 북극에서의 생존 연출은 매즈 미켈슨 주연의 영화 <아틱(Arctic)>을 떠올리게 했으며, 우주에서의 위기 상황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Gravity)>를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극의 긴장감과 템포라는 측면에서 그 갈등상황의 깊이와 비중이 충분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는 결말부에 전달하는 극의 메시지에 조금 더 집중하기 위한 연출이라고 보이는데, 아무래도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실패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지구와 우주, 두 극한 상황을 모두 다루려다 보니 교차편집을 통한 병렬진행 방식이 다소 몰입감을 해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의 결말이 주는 메시지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한 영화입니다. 절제된 조지 클루니의 연기와 미지의 소녀의 정체가 드러나는 그 순간의 랑데뷰 포인트에서 이 영화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 날의 모든 과오와 갈등이 해소되고 인류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여정을 떠나는 시발점이 되기도 하지요. 바로 이 대목에서 영화의 제목이 왜 미드나이트 스카이인지, 원작 소설의 제목이 왜 Good Morning Midnight인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음악과 함께 한동안 이어지는 엔딩 크레딧 영상에서 그 여운을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이상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리뷰였습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거미가 권하는 추가 감상 포인트


1. 일론 머스크가 추진중인 스페이스X의 화성탐사 프로젝트를 알아보기

2.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같은 우주 배경의 휴먼 드라마를 감상하기

3. 다른 각도로 영화를 다시 한번 살펴보기(개인적으로 기독교 세계관의 코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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