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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건의 서재 Jan 11. 2024

1984

조지 오웰의 『1984』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긴장된 국제 정세 속에서 쓰인 작품이다. 이 시기에 작가는 전쟁의 참혹함과 이상주의의 붕괴, 냉전의 시작을 목격했다. 오웰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체주의 사회에 대한 경고를 담아 『1984』를 집필했다. 작가는 당시 세계 정치의 부조리를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술과 융합한 절대 권력이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를 그려냄으로써, 인간의 본성과 자유에 대해 깊이 있는 탐구를 시도했다.


소설의 줄거리


소설은 『1984』년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오세아니아라는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 속의 세계는 오세아니아와 유라시아, 그리고 이스트아시아라는 세 개의 초국가로 나뉘어져 있다. 오세아니아는 오늘날 영국,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를 포함하는 영토를 차지하고 있다. 유라시아는 유럽 전역과 아시아 북부, 이스트아시아는 말 그대로 동아시아 지역을 지배하고 있다. 이 세 국가는 끊임없이 전쟁을 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국민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전쟁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오세아니아의 지배 체제인 '영사'의 하급 당원이다. 영사란 '영국 사회주의'를 뜻하는데, 영문판에서는 INGSOC으로 쓴다. 이는 후에 다시 언급할 일종의 축약어 기반의 언어인 '신어'의 한 예이다. 윈스턴은 빅 브라더와 당에 불리한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하는 '진리부'에서 일한다. 이곳의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사람들로 하여금 계속 전쟁 중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윈스턴은 점차 자신이 속한 체제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는 줄리아라는 여성을 만나 당원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감정인 사랑을 느끼게 된다. 영사가 지배하는 오세아니아에서 남녀의 사랑은 범죄로 취급된다. 그들의 관계는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발전한다. 둘은 당의 감시를 벗어나 빈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그들만의 은신처를 마련한다. 윈스턴은 급기야 당에 저항하는 집단으로 알려진 '형제단'의 일원이 되기로 결심한다.


윈스턴은 그 실체조차 불분명한 '형제단'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을 구상한다. 하지만 여기서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데, 오브라이언이라는 인물에게 막연한 호감을 느끼고 그가 형제단의 일원이라고 판단한 뒤 도움을 청한다. 오브라이언은 영사에 충성하는 내부당원으로 등장하지만, 윈스턴은 그것이 사실은 위장술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러나 오브라이언은 실제로 당의 충직한 신하였으며, 결국은 윈스턴과 줄리아를 잡아들인다. 오브라이언의 가혹한 고문과 세뇌에 윈스턴은 정신적으로 완전히 굴복하고 마침내 당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존재로 재탄생한다. 석방된 후 윈스턴은 우연히 길에서 줄리아를 만나지만 둘 사이의 감정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소설의 끝에 이르러 윈스턴은 총살당하는데, 마지막 문장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는 인간의 정신조차도 완전히 개조하여 지배하는 전체주의 체제의 극단적 본질을 드러낸다.


3가지 핵심 개념


이 소설에는 전체주의 사회를 보여주는 상징적 요소들이 담겨 있는데, 그중에서도 '빅 브라더', '이중사고', '신어'라는 세 가지 독창적 개념이 눈에 띈다. 이들은 작가가 그려낸 디스토피아 세계의 본질적 특성을 담고 있다. 지금부터 이 세 가지가 현대 사회에 던지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짚어보려 한다.


첫 번째 핵심 개념인 '빅 브라더'는 전체주의적 독재자의 은유적 상징으로, 오세아니아의 국민들에게 끊임없이 감시와 통제를 가하는 절대적 지도자로 그려진다. 오세아니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의 초상화와 "빅 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는 문구가 박힌 포스터는 개인의 사상과 행동에 대한 미묘하고도 지속적인 감시를 나타낸다. 특히, 이러한 감시 사회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텔레스크린'이라는 가상의 장치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개인정보 수집을 위한 감시 카메라와 정치적 선전을 위한 방송 장치의 기능을 겸비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의 감시 카메라나 통신 추적 같은 개인정보 침해 이슈가 떠오를 때마다 언급되는 '빅 브라더'는 바로 이 소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임마누엘 골드스타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빅 브라더에 저항하는 반체제 운동의 지도자로, 당의 공식적인 증오와 저항의 대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당에 의해 조작된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체제가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상징한다. 이렇게 정치권력을 유지하는 방식은 2024년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해서, 일부 정치인들이 특정 이웃 국가를 적으로 삼은 뒤 국민들이 적개심을 느끼게끔 선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두 번째 핵심 개념인 '이중사고'는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양면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능력으로,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의 믿음을 조절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는 권력이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왜곡하는 단계로 나아가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개념이다.


오늘날 정치인과 그 지지자들 사이에 나타나는 '내로남불' 현상은 이중사고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내로남불, 즉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표현처럼, 이는 자신 혹은 자신의 집단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관대함을 베풀고 변명하는 반면, 타인의 유사한 행위에는 가혹한 비판을 가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것은 이중사고의 현대적 사례로서, 오늘날 선진화된 민주주의 국가에서조차 전체주의적인 성향이 싹틀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핵심 개념은 '신어'이다. 이는 사람들의 사고와 표현을 제한하고 통제하기 위해 창조된 새로운 언어로 빅 브라더와 영사가 사용하는 언어이다. 신어는 간결하고 직접적인 용어를 통해 복잡한 개념을 단순화시키며, 이를 통해 정부의 권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언어가 사상과 자유를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오늘날 신어는 학계부터 대중매체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과거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 전문 용어를 줄여서 사용하는 관행에 대해 반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 약어를 외우는 것이 실제 개념을 이해하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약어를 즐겨 쓰는 것이 지식인의 소양으로 여겨지는 관행에 한 번쯤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편, 대중매체에서의 신어 사용은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그 심각성은 단순한 말 줄임을 넘어선다. 특히 주목하고 싶은 것은 요즘 유행하는 짧은 영상, 즉 '쇼츠'이다. 이러한 극단적으로 파편화된 영상들은 현대적 신어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맺음말


오세아니아라는 전체주의 국가의 음울한 풍경은 소설을 넘어 현실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빅 브라더, 이중사고, 신어 같은 개념들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고의 깊이를 얕게 만드는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소설 속 세계와 실제 사이의 연결고리는 자유와 독립적 사고를 지키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


1949년 조지 오웰이 『1984』를 썼을 때, 그가 상상한 미래는 당시로부터 35년 후였다. 그리고 그 미래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까지 다시 40년이 흘렀다. 오웰의 상상력이 그려낸 디스토피아가, 소설이 쓰인 시점과 현재를 거의 동등한 시간 차로 두고 있는 것이다. 결국 그가 예측했던 감시와 통제의 사회는 인공지능의 일상화로 더 이상 상상의 영역이 아닌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되었다. 인공지능 시대에 들어서고 있는 지금, 1984를 다시 읽어봐야 하는 이유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1984-2/ | 신승건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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