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브링클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십여 년간 경비원으로 일하며 저자가 경험한 일상과 사색을 담은 책이다. 원제가 『All the Beauty in the World』인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저자가 미술관에서 발견한 세계의 아름다움과 깊이 있는 관찰을 통해 예술과 삶을 탐구한다.
나에게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뉴욕을 방문할 때마다 가장 먼저 찾던 이 미술관에서 느꼈던 순간들은 여전히 또렷하게 남아 있으며, 그 경험은 내 책에서도 자연스레 언급될 만큼 오래도록 내 마음에 자리하고 있다. 수많은 작품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전시마다 다른 감상을 안겨주는 이곳은,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기쁨을 넘어 나 자신과의 조용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의 날들이 떠올라 읽기 전부터 큰 흥미를 느꼈다.
브링클리 역시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가진 고유한 매력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형의 죽음을 계기로 삶의 방향을 바꾸고, 미술관에서 매일같이 작품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예술이 주는 위안을 새롭게 느낀다. 피터르 브뤼헐의 『곡물 수확』처럼 소박한 풍경을 그린 작품 앞에서는 형과 함께했던 평화로운 순간을 떠올리고, 그 기억 속에서 잔잔한 위로를 얻는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가진 치유의 힘이 그의 진솔한 서술을 통해 전해진다.
브링클리는 매일 같은 작품과 관람객을 마주하며, 미술관이 그저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각자에게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곳임을 깨닫는다. 그는 관람객들 사이에서 작은 장면들을 포착하는데, 어떤 이들은 작품 앞에서 손을 맞잡고 조용히 감상에 잠기고, 또 어떤 이는 아이에게 소원을 담아 동전을 던지게 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긴다. 이러한 순간들 속에서 그는 예술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지 목격하고, 그것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임을 점점 더 깨달아 간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미술관 속에서 조용히 흐르는 시간과 그 안에서 스며드는 감정들을 그려낸다. 언젠가 다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찾아가, 나 역시 예술이 내 안에 남긴 이야기를 다시금 들여다보고 싶다. 저자가 작품을 통해 느꼈던 감정을 공감하며, 미술관 속에서 내가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b%82%98%eb%8a%94-%eb%a9%94%ed%8a%b8%eb%a1%9c%ed%8f%b4%eb%a6%ac%ed%83%84-%eb%af%b8%ec%88%a0%ea%b4%80%ec%9d%98-%ea%b2%bd%eb%b9%84%ec%9b%90%ec%9e%85%eb%8b%88%eb%8b%a4/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