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을 세 장 본 적이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낯선 화자의 회상으로 시작하며, 액자식 구성을 통해 주인공 오바 요조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펼쳐낸다. 화자는 요조의 수기와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고, 이를 타인의 시선으로 두 번 걸러 전달한다. 이러한 구성은 요조의 내면을 외부 시선과 교차시키며 불안정을 강조한다. 독자는 요조의 고통을 직접 느끼면서도 한 발 떨어져 그의 이야기를 성찰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이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요조의 고백을 보다 강렬하게 경험하게 한다.
요조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하지만 가면을 쓸수록 진정한 자아와 멀어진다. 그는 겉으로 보여지는 자아와 내면 자아 사이의 괴리감을 느낀다. 이는 오늘날 SNS에서 자기 자신을 연출해야 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 요조의 고통은 인정받으려는 과도한 노력이 진정한 관계를 방해하고,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킨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의 고립은 현대인의 자아 소외와도 연결된다.
요조의 자기 부정과 소외는 인간의 고독과 허무를 선명히 드러낸다. 그는 “웃음으로 사람들과의 벽을 무너뜨리려 했지만, 결국 그 벽이 더욱 두꺼워졌다”고 고백한다. 이 대목은 진정한 소통이 없는 관계의 허망함을 통렬히 전한다. 또한,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 내면과 멀어지는 현대인들에게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다자이는 요조의 고백을 통해 타인의 시선에 취약한 인간의 본질을 보여준다. 동시에, 진정성을 잃어가는 관계 속에서 상처받기 쉬운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어린 시절, 나는 심장병으로 세 차례 수술을 받았다. 성인이 되어 한 인간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타인에게 내 가치를 증명하려는 마음과, 그 과정에서 자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요조의 고백에서 읽은 감정과 닮아 있다. 요조가 느꼈던 실존적 불안과 고립은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었다. 이 소설은 내면의 상처와 실존적 불안을 직면하게 함으로써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가 인간 존재의 불안을 치열하게 탐구하며 쓴 작품이다. 요조는 끊임없는 고백 속에서 자신의 실존적 고통을 마주한다. 그는 인간으로서 ‘실격’했음을 받아들인다. “나는 인간이란 게 무섭다”는 그의 말은 인간의 본질적 불안과 고독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이 작품은 절망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 실존에 대한 치열한 질문이다. 요조의 고통은 진정한 자아를 찾는 길이 쉽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결국, 『인간 실격』은 다자이가 남긴 자기 고백서다. 동시에, 인간 존재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지는 문학적 탐구다. 다자이는 요조를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는 길이 고통스럽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본질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역설한다. 이 작품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고통을 직면해야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다자이의 문학은 독자에게 자기 성찰의 용기와 진정성을 일깨운다. 또한, 삶의 깊은 질문에 답을 찾도록 안내한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C%9D%B8%EA%B0%84-%EC%8B%A4%EA%B2%A9/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