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나 Jul 28. 2022

그 어느 한여름 밤, 스며듦의 기억

 적당하게  한번 사겠다는 구실로 만났었기 때문에, 그럴싸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은 아니었다. 요즘 많이들 먹는 두툼한 삼겹살은 절대 아니었고, 그냥 대패 삼겹살보다는 조금  두꺼운 냉동 삼겹살을 먹었던  같다. 사실, 삼겹살의 맛이 그렇게 중요한 저녁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시답잖은 이야기들로 어색함은 조금 떨쳐졌고,   술은 못하기에 그냥 맥주 한잔으로 ‘ 했었기에 소위들 말하는 알코올에 기댈 것도 없었다. 너무나 멀쩡한  정신으로 2차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정말 별다른 얘기들은 없었던  같은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냥 얘기는   없이 했었고, 간간이 그는 담배를 피우러 자리를 떴었고, 그때마다   돌리며 괜히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켰던 것만 얼핏 떠오른다.


 어느덧 카페 문도 닫을 시간이었고,  시간에  이상   있을 곳은 없었다. 역시 술은 잘하지 못했기에 딱히 갈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산책이나 하기로 했다. 아마도 역삼과 선릉 중간 어딘가에서 시작을 했던  같고, 선정릉 방향으로 주택가 사이를 따라 꼬불거리는 동선을 정처 없이 걸었다. 7 중순에 이렇게 걷겠다는 결정을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같다.


 이제 꺼낼  있는 얘기들은 모두 꺼낸  같고, 다시금 조금 어색한 시간이 찾아왔을 때에는 그냥 말없이 터벅터벅 걸으며 길가의 불빛과 달빛  중간의 어스름함에 기대어 옆모습만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러던   고요함을 깨며 그가 질문했다. “강아지 좋아해요?”


  늦은 시간 강아지  마리를 데리고 산책 나온 어떤 중년 부부가 마침 옆을 지나가고 있었고,  강아지들이 눈에 들어오자 말을 뱉어본  같다.   좋아하죠,라고 하였던가 굉장히 좋아하죠라고 하였던가. 여하튼 제법 아무렇지 않은 , 덤덤한  대답하려고 했던 것만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고, 사실은 굳이 꺼내보고 싶은 기억은 아니지만  순간  그렇게 가슴이 뛰었는지 모르겠다. 어색함을 깨려고 노력했던 모습이었던가, 아니면 그냥 스쳐 지나가던 무언가에서 소재를 찾아내었던 센스였던가, 혹은  질문을 하는 말투에서 이상하리만큼 솔직하고 진실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었을까. 어쩌면  모든  보다, 그냥  사람의 모든   좋아 보이는 마음이 앞섰던   먼저였을 수도 있다. 그렇게 그냥 평범한 질문이었음에도, 순간   사람이 좋아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으니 그거야 말로 한여름밤에 불현듯 스며든 감정이었다.


 어디서 봤던 문구인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아마도 어떤 소설 아니면 만화였을  같다. 만약 제삼자가  순간 나를 보았다면 아마  순간을 보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같다.


 다소 진득한 습기가 몸을 감싸고, 식었지만 여전히 따끈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오는 여름밤에 길가를 비추는 가로등 불빛을  때면 가끔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그리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모든  내가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인 것이다. 언젠가  다른 여름밤의 기억이 만들어진다면,  별것들도 아니었다며 웃음 지어볼 수도 있을 거라 믿어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