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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u Byun Nov 29. 2019

Ich bin Ausländer

prologue

Liben in Deutschland


독일에 온 지 벌써 엿새가 되었다.


한국이었다면 하루 만에 해결했을 일들을 이곳에서는 하루에 하나씩 엿새 동안 하고 있다. 돌봐야 할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마음이 더 분주할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다. “엄마 해야 할 일이 많아. 너네끼리 놀아. 일찍 자러 가고.” 가 아니라 아이들과 하나씩 함께 한다. 아이들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엄마 아빠와 함께 먹어서 좋다고 말한다. 독일이라서 가능한 걸까? 아니면 우리 가족의 행동양식이 달라져서일까? 뭐라도 괜찮다. 매일 웃고 행복해하고 있으니까.


시차 적응이 덜되어 새벽녘에 잠이 깬 결이가 나를 부른다. “엄마! 밖에 봐봐. 너무 아름다워!”



핑크색으로 가득한 결이 방에 햇살마저 핑크빛으로 꽉 찼을 때, 딸은 자기가 아는 모든 감탄사와 찬사를 연신 뱉어냈다. “아, 정말, 너무 예쁘다니까.”


독일 오기 직전에 살았던 서울의 팔판동 역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라 아무리 독일이라도 여기만큼 멋질 순 없을 거야.라고 생각했는데 이전의 아름다움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황홀한 순간이었다.


이제 결이가 그리는 하늘엔 핑크색이 많아지겠지.




물론 이곳에서 우리가 늘 핑크색 하늘만 마주하진 않을 것이다. 시퍼렇게 차갑고 시꺼멓게 속이 타 들어가는 순간이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지금껏 우리 가족이 배운 태도_핑크빛 하늘이 펼쳐질  무거운 마음을 털어내고 용기를   있는_  임한다면   살아가는 인생길들이 되리라 믿는다.


내일 새벽도 우리 집을 가득 덮을 핑크핑크한 하늘을 기대하며.



Los ge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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