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었다.
2019년 1월 19일. 우리 집 사랑채에 첫 손님이 머물렀다.
일주일 전부터 손님이 머물 사랑채를 보수하고 사랑채뿐 아니라 담과 마당 집안 구석구석을 대청소했다. 주방을 같이 쓰기로 했기 때문에 식기까지 모두 꺼내 닦았다.
하필 첫 손님이 오기로 한 날 우리 가족은 여행을 떠났다. 직접 맞지 못해 마음이 쓰였지만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체크인 날 하루 종일 너무 떨렸고 여행 내내 손님 생각이 가득했다.
에라 모르겠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너무 완벽해지려 하지 말자. 만약 부족한 게 있으면 손님이 알려주실 거야.
꼭 한 번 에어비앤비를 해보고 싶었다.
2년 전 덴마크, 핀란드 등 유럽여행 당시 에어비앤비에서 지냈는데 나에겐 완전 신개념이었다. 디자인으로 유명한 나라들이기도 했지만 각 호스트들의 감각이 워낙 매력적이었다. 어느 날은 계획했던 일정대로 움직이지 않고 호스트의 집에 하루 종일 머물기도 했다.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가까워지는 일이 쉽지 않은데 에어비앤비를 통해 호스트의 삶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호스트는 자기가 좋아하는 근처 카페와 레스토랑을 소개해줬다. 유명한 관광지보다 그들이 즐기는 일상을 잠깐이나마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게 더 재밌었다. 여행지에서 돌아와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는 꿈을 품게 된 이유다.
한옥으로 이사하면서 이 집이 에어비앤비를 하기에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웬걸. 시장조사를 해보니 오히려 자신감이 없어졌다. 내가 사는 동네는 이미 수많은 에어비앤비로 가득했고, 우리 동네 한옥의 절반 이상이 실거주가 아닌 게스트하우스로 이용되고 있었다. 공실이 상당해 보였다. 독채로 다 내주는 것도 아니고 2평짜리 사랑방 하나 내주는 건데 과연 우리 집에 오려는 손님이 있을까. 몇 달을 고민했다.
“여보, 그냥 질러. 해봐. 다른 공간을 임대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우리가 사는 집이잖아. 맘 편하게 해. 그리고 당신이라면 분명 좋은 호스트가 될 거야.” 남편의 응원에 용기를 냈다.
제일 맛있는 제주도 귤 농장에서 귤을 주문했다. 손님이 머물 방에 웰컴프룻으로 제주 귤을 준비했다. 우리 가족은 한겨울 뜨끈한 온돌 바닥에서 까먹는 귤을 가장 좋아한다.
방 안의 공기는 살짝 차갑고 바닥은 뜨끈한데 입안은 달콤한 귤 과즙으로 가득한 상태. 한옥살이의 묘미 중 하나다.
아침엔 차를 드실 수 있도록 웰컴티도 준비해 두었다. 문을 활짝 젖히고 툇마루에 앉아 호호 불며 마시는 아침 차 한 잔은 정신을 맑게 하고 하루를 활력 있게 만든다. 우리 집에 머무는 손님도 이 작은 행복을 느끼시길 바랐다.
무사히 하루가 지났다. 밤새 손님이 불편을 호소할까 봐 여행 내내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었다. 다행히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
손님은 너무너무 좋았다는 후기를 남겼고, 나중에 보니 블로그에 우리 집에 대한 글을 올려주셨다.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좋았다는 게시글을 보며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고민해서 고른 욕실 어메니티가 마음에 들어 지나는 길에 우리 집에 비치된 어메니티를 근처 샵에서 그대로 구매해서 가셨다고 한다. (욕실 어메니티는 이영애가 브랜딩한 리아 네이처를 사용했다.)
과연 몇 명이나 올까 염려했던 고민이 무색하게 우리 집은 일주일 만에 1-3월까지 만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