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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바웃해봄 Sep 06. 2021

새벽 글쓰기

다시 시작하기


" 책을 쓰자! 우리의 존재를 알리는 유일한 방법이야! "


동네에서 결성된 BTS를 사랑하는 세명의 아미들은 단톡방을 통해서 음악이나 영상을 소소하게 교류하고 있었다.  언젠가 만날 수도 있다는 상상화를 그려보며 부끄러워하고, 도망치기도 하면서 수줍은 팬심을 키워갔다. 꿈은 현실이 될것같은 착각이 들었고 그들을 진짜로 만나기 위한 열정이 불타기 시작했다. 어린 팬들처럼 공항에서 기다리거나 천만 원을 들여 팬사인회를 가거나, 콘서트장을 찾는 등 다양한 방법이 오갔으나 늙은 아미들은 현실적 계산이 빨랐기에 고상한 접근을 생각한다.


"bts를 만나는 확률보다 그들이 우리를 찾아오게 하는 확률이 높을지도 몰라.그들의 이야기를 써서 우리가 유명해지는거야!"


 우리는 그렇게 책을 내기로 결정했다. 결정은 곧바로 실행이 되었고 글쓰기에 대한 어떠한 스킬도 없었기에 일단 어떤 것이든 써보기로 했다. 그렇게 새벽 6시에 줌으로 모여 글쓰기는 시작되었다.


그렇게 새벽을 보낸지 2 주 후 ..


우린 새벽 글쓰기를 멈췄다. 공통된 상황은 코로나 거리 두기 단계 격상으로 아이들이 다시 학교에 가지 않게 되었다것이지만, 각자의 개인적인 이유도 존재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의 프로젝트는 그렇게 조용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프로젝트는 멈췄지만,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 글을 쓴다는 것은 꽤 보람되었다. 솔직해질 수 있었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 속에서 나로서 살았던 시간을  정리할 수 있었다. 뚜렷한 목표가 사라진 새벽 글쓰기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 언제가 시작하면 좋겠다의 미뤄진 계획 중에 하나가 되었다.


최근 전문강사가 이끄는 독서 토론을 시작했다. 이분은 글쓰기도 함께 진행을 하시는데 그중에 하나가 줌으로 모여 새벽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새벽 5시가 부담스러웠지만  일단 신청은 하였고, 오늘이 첫째 날이다.  줌에 10명 넘게 모여 있다. 마이크와 비디오를 끄고 글을 쓴다. 사람들의 얼굴도 진짜 이름도 모른다. 2시간 동안 모르는 이들과 같은 공간에 각자의 글을 쓰고 있다. 다들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조금 궁금하다. 나는 영원히 이들이 누구이고 어떤 글을 쓰는지를 모르겠지.


 달간 나는 새벽 글쓰기를 진행할 것이다. 무엇을 쓸지는 모르겠다. 유시민 작가는 소설은 타고나야   있지만  에세이는 누구나 가능하다고 했다. 지금 쓰는 행위가 언젠가 에세이 정도는   있는 초석이 되면 참으로 좋으련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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