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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믐 Jul 01. 2022

70일 차

2022. 07. 01

Q. 당신의 경험 가운데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무엇인가요?

대학교에 붙은 것? 아직까지는 그게 가장 자랑스러운 것 같아요. 문득 그게 왜 그토록 자랑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무언가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은 것 같은 경험이랄까요. 그것의 가치를 증명한 기분, 뭐 그런 것이었던 것 같아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정말 나를 표현하고, 내가 받아들여진. 물론 입학하면서부터는 그런 기분이 지속되진 않았지만 말입니다. 누구를 위해서, 무언가를 달성하려고 가 아닌, 그 과정이 너무 즐거웠고, 그 결과가 참 행복했던 것 같아요. 

물론 나를 합격시켜준 학교가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면 그 행복에 차이도 있었겠지요. 그 부분에서 나는 뭔가 더 살펴볼 것이 있다고 느낍니다.


Q. 당신의 경험 가운데 스스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의 내가 이런 나일 수 있기까지 내 삶의 모든 1분 1초와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과의 사건, 사고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중에서도 나의 감성적인 영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런던에서의 삶입니다. 그곳의 하늘, 바람, 비, 푸르름, 계절의 지나감, 추위, 햇살, 냄새와 감촉. 나는 그것들을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Q. 당신의 능력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습지만 생존력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어떻게든 살았습니다. 죽고 싶던 많은 순간들에도 어떻게든 살았어요.


Q. 다른 사람에게 한 일 가운데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내 기준이 높은 것인지는 몰라도. 한 사람에 대한 이타적인 마음이 한결같이 지속되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모르는 사람에 대한 친절과 다정은 한국에 돌아오면서 거의 잃어버린 듯하고요. 그것을 아주 가끔 받았고, 아주 가끔 행해볼 수 있게 되던 찰나에 돌아오게 된 것이 아쉽습니다. 

아,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20대의 나는 특이한 대화를 잘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나와 대화를 나누면 사람들은 곧장 자신이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던 것을 생각하게 되었죠. 물론 그게 가능한 사람들이 내 주변에 많은 탓이었는지도 모릅니다만, 나는 그 대화 속에서 풍요를 느꼈고, 그들 역시도 나와 대화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미루어보면 나름의 재미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Q. 다른 이들이 당신에게 가장 고마워하는 것이 있다면요?

너무 오래도록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었습니다. 뭐 앞으로도 잘 가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요. 고마워한다라. 나는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순간에도 말이죠. 나는 누군가에게 고마워한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삶의 대부분의 시간들이 내 주변 사람들 중에 가장 불행한 사람이었기에,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나에게 고마운 사람이 있었을까요? 그런 나라도 좋아해 준 사람은 많았으나, 그런 나에게 고마워한 사람이 있었을지는 모르겠네요. 가끔 내가 여유가 있을 때, 문득 떠오르는 사람을 헤아려보곤 합니다. 그들은 그럴 때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하죠. 그것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그들이 그것을 계속 기억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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