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사진은 없지만 똥내 나는 글
임신 중 제일 걱정스러웠던 건 육아 자체보다는 아기의 똥을 치워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특별히 깔끔 떠는 성격은 아니었어도 '똥'이라는 이 단어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최소한 나는 그게 싫었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는 한번 낳아 보라며, 원래 자기 새끼의 똥은 이쁘면 이뻤지 그렇게 더럽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을 해 주곤 했다.
어쨌거나 나는 출산을 했고, 2박 3일의 입원기간을 마치고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받아 집으로 왔다. (나는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고 친정엄마를 통해 산후조리를 했다.) 아기는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툭하면 기저귀를 적셨고, 똥을 쌌다. 다행히 친정엄마는 기저귀를 가는 것부터 아기를 목욕시키는데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도맡아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까지고 모든 일에서 멀어져 있을 수는 없었다. 친정엄마는 언제까지고, 얼마든지 도와주고 싶어 하셨지만 아기는 나의 아기였고, 언젠가는 모두 내가 도맡아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해야 할 일은 해야만 했다.
오줌 싼 기저귀는 첫날부터도 갈았다. 아무래도 '똥기저귀'보다야 진입장벽이 낮았기 때문이었는데 그렇게 몇 번 오줌 싼 기저귀를 갈다 보니 어느 순간 똥기저귀를 가는 것도 해 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침 아기가 아주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똥을 쌌던 것이 기억난다.
그전까지는 아기가 똥을 쌀 때마다 어찌할 바를 모르며 친정엄마를 찾았는데, 그 날은 바로 아기 앞에 앉아 기저귀와 물티슈를 손에 들었다. 기저귀로 살짝 아기 똥을 닦아내며 아기의 다리를 잡아 들면 생각보다 엉덩이에 묻어 나오는 똥은 많지 않았다. 위에서 아래로 슥슥 물티슈로 닦아내자 오래 걸리지 않아 금세 아기 엉덩이는 깨끗해진다. 지저분해진 기저귀를 빼내고 물티슈와 함께 돌돌 말아 버리고 곧바로 새 기저귀를 아기에게 채워주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친정엄마는 내가 처음으로 아기의 똥기저귀를 가는 모습을 보며 "잘하네" 한 마디를 하셨고, 나는 그 순간 뭔가 하나의 벽을 넘은 듯 한 기분을 느꼈다. 다른 건 다 해도 똥기저귀 가는 것, 그 하나만은 못 할 것 같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참 별게 아니구나 느끼기도 했다.
그때 나는 친정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원래 아기 똥에서는 군고구마 냄새가 나?"
친정엄마는 나의 그 말에 폭소하시며 네 딸이라고 똥내도 군고구마 냄새가 나냐며 어이없어하셨는데, 진심으로 그때 나는 아기 똥냄새가 군고구마 같다고 생각했었다. 가끔은 요구르트 섞은 군고구마라고 했으며, 어쨌든 아기똥 이야기만 하면 금세 군고구마로 이야기는 귀결됐다.
나 같은 엄마들이 또 있는지 모르겠다. 누가 뭐래도 내 아기의 똥은 군고구마였고 더럽지 않았다. 그렇게 하기 싫던 똥기저귀 가는 일이 이젠 일상이 되었는데...
요즘 아기 똥에서는 으른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 생긴 변화이다. 많이 먹지는 않아도 모유 이외에 '음식물'이란 것을 먹으니 생기는 변화였다. 그런데 이제 군고구마는커녕 말 그대로 '똥'에 불과한 그것이 여전히 더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오랫동안 똥을 싸지 않으면 똥을 싸라고 복부 마사지를 하기도 하고 똥을 싸라며 노래를 부른다.
쬐~끄만게 지도 사람이라고 똥 같은 똥을 싸는 게 그냥 귀엽기만 하다.
엄마의 콩깍지란 이렇게 엄청나다. 이 엄청난 콩깍지는 벗겨질 생각은 안 하고 점점 더 두꺼워만 진다. 그러니 수많은 엄마들이 그 힘들다는 '육아'를 하며 웃는 게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오늘도 아기는 모닝 똥을 쌌고, 나는 똥기저귀를 갈았다. 칼같이 2일 1 똥을 하는 아기가 대견스럽기만 하다. 똥에서 으른의 향이 느껴지는 걸 보니 너도 많이 컸구나, 내 아기. 앞으로도 쑥쑥 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