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기는 잘만 잔다. 울어도 울다가 자고, 먹다가도 자고, 놀다가도 잔다.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잔다. 24시간 중 반 이상은 어떻게 해도 잔다. 그런데 왜 아기의 수면교육에 대한 말들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일까? 아마 그건 아기의 잠과 엄마의 잠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엄마들은 아기가 잘 때 같이 자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출산 전과 같은 생활을 유지할 수 없으니 아기의 생체 리듬에 맞춰 아기가 잘 때 자고, 깰 때 일어나면 '아기 때문에 잠을 못 잔다'는 말은 쏙 들어가겠지.
그런데, 이게 진짜 가능한 일인가?
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기는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잠을 자지만, 짧게 잔다. 흔히 말하는 통잠을 자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아기가 두세 시간을 자고 일어나면 엄마는 아기를 먹이고, 기저귀를 확인하고, 놀아주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아기는 또 금세 잠이 온다. 하지만 엄마는, 적어도 나는 아기가 잠들었다고 바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분명 피곤해 죽겠는데도 잠은 쉽사리 오지 않는다. 몇 시간 후면 아기가 일어날 테니 지금 쪽잠이라도 자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머리는 베개에 붙이고 있었지만 잠에 빠져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수분 이내라도 잠을 잤으면 다행이지, 보통은 그나마도 잠들지 못하고 눈을 뜬 날이 더 많았다. 덜 피곤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 생체리듬이 아기와 달랐기 때문이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면교육이란 걸 할 생각은 없었다. 위에서도 언급했든, 어쨌거나 아기는 잘 자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는 수면교육에 대해 '결국엔 너(엄마) 편하자고 하는 것'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며 아기는 숨통을 틀만큼은 잘 자 주었다. 이젠 2시간마다 일어나는 정도는 아니었고, 안아 흔들면 낮잠을 재우는 것도 어떻게 가능하긴 했으며, 너무너무 힘들다 싶으면 필살기를 쓰듯 모유수유를 했다.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었지만 죽을만치 힘든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어떨 때는 품에서 잠든 아기가 너무 예뻐 이 정도 고생은 일도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현재. 난 수면교육을 통해 아기를 혼자 잠들게 하고 있다. 나는 현재 육아휴직 중이고 칼같이 8개월이 지난 뒤엔 복직을 해야 한다. 지금이야 내가 어르고 달래고 품에 안아 재운 다지만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긴 뒤에도 내가 그렇게 해 줄 수 있을까? 당연하지만, 못한다. 그럼 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자야 할 때는 어쩌지? 낮잠을 안 재우는 것도 문제이고, 잠투정을 심하게 하며 울기라도 하면 그건 더 문제이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왜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벌써부터 애를 고생시키냐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번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어떻게 서든 아기에게 잘 자는 습관을 만들어 줘야겠다 싶어 졌다.
수면교육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아기는 울게 된다. 많이 우느냐 적게 우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항상 엄마품에 안겨 사르르 잠에 빠지던 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오늘부터는 누워서 스스로 잠들어야지, 하며 아무리 사랑한다 말하고 수면 의식을 길게 해 줘도 달라진 엄마의 태도에 울 수밖에 없다. 첫날은 한 20분가량을 악을 쓰며 울었다. 그 이후 15분 정도는 끅끅거리며 흐느끼는 모습에 각오는 했지만 1분이 한 시간처럼 느껴지며 아기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나도, 아기아빠도 이게 제대로 되고 있긴 한 건지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아기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는 아닌지 노심초사하며 버텼던 것이 생각난다. 그러다가 또 들어가 안아주고, 내려놓으면 또 울고, 또 들어가 안아주고, 우는 것을 반복하니 결국 아기는 '혼자 등을 바닥에 붙이고' 잠들었다. 사실 이건 너무 좋은 표현이고, 조금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자면 그건 '울다 지쳐 잠들었다'는 게 맞는 표현이었다.
전쟁 같은 그 첫날 이후 놀랍게도 아기는 크게 울거나 보채는 일 없이 수면 의식 후 내려놓으면 잠에 빠져든다. 애가 순한 건지, 무딘 건지, 속을 알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아기의 수면교육은 안정적으로 되어 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따금 마음이 울렁거릴 때가 있다. 수면 의식 후 금방 잠들걸 알면서도 아기를 눕히면 들리는 그 칭얼거림이 너무 마음을 힘들게 한다. 오히려 처음 세상이 무너져라 울 때보다 더 마음 아프게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진정으로 이게 아기를 위하는 일일까?
수면교육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해야 한다, 말아야 한 다부터 시작해 수면교육을 하는 아기에게 제대로 된 애착을 줄 수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내가 수면교육을 하기 전에도, 하고 있는 지금도 계속되는 고민이기도 하다.
어느 날에는 수면교육을 하길 참 잘했다 싶은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떻게 해도 애는 결국 잘 자는데 나 편하자고 아기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싶을 때도 당연히 있다. 그럴 때마다 꾸역꾸역 수면교육을 유지해야 할 이유를 속으로 되뇌는데, 사실은 이러쿵저러쿵 떠도는 말들에 내 마음은 더 거세게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냥 딱 정해져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고민하지 않게. 걱정하지 않게.
하지만 수면교육에 대한 말들은 너무도 많고, 그 많은 말들 중 결정을 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육아라는 길에는 너무나도 많은 선택지가 존재한다. 이 길이 좋은 이유, 저 길이 더 나은 이유... 선택은 또 나의 몫이고, 그 선택으로 내 아기가 자라날 것이다. 무엇이 옳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러쿵저러쿵 떠도는 말들 중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다.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런데, 나 편하자고 수면교육을 하면 왜 안 되는 것인가.
엄마가 편해야 아기도 편해진다.
그러니 죄책감 가지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