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봅 Jul 27. 2020

나의 운동 암흑기

나는 운동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싫어하는 운동이 있다. 헬스이다.    

  

 아, 헬스란 뭐랄까... 다른 운동에 비해 쉽게 접근 가능한 운동이면서도 재미 붙이기는 너무 어려운 운동이란 생각을 한다.      


내가 해온 다른 운동. 예를 들면 요가, 복싱, 스피닝, 줌바댄스 같은 것 들은 일단 부딪혀보고 나면 곧 “생각보다 할 만 한데? 재미있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과 반대로 헬스는 “진짜 힘들고 지겹고 시간 안 간다...”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헬스는 지겹고 힘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니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이것, 혼자 하는 운동이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다른 운동들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운동이라는 특징이 있다. 비록 그 사람들과 내가 서로 모르는 사이라 해도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동작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쳤다.      


 아무리 힘든 운동을 해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는 생각에 나의 역량보다 잘 해낼 수 있었고, 덕분에 어떻게든 할당된 운동시간은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헬스는 어떠한가. 혼자 하는 운동이며, 운동 루틴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운동을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혼자 해야 한다. 나의 경우는 이게 참 힘들었다. 혼자 바른 자세를 잡는 것도 힘들었고, 처음 스스로 정해놓은 운동량보다 덜 하고 싶은 마음도 수시로 들었다. 제일 최악이었던 것은 자꾸만 나 자신을 속이거나, 타협을 하고 싶어 졌다는 것이다.      


 내가 나를 위해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운동을 하는데 스스로를 속이고, 타협하고, 그래서 운동을 했으면서도 충족감이 덜 해 진다니... 이래서야 왜 굳이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을 들여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때문에 이 시기는 내 운동 역사상 최고의 암흑기에 돌입하게 된다.      


 중량도 더 높여 운동할 수 있지만 힘들지 않은 만큼 적당히 들고, 5세트 할 것은 4세트만 하고, 괜히 남들은 어쩌고 있나 주변을 쓱 둘러보고, 괜히 물 한잔 마시고, 또 슬렁슬렁 다른 기구에 기웃거렸다.     


 이런 식이니 당연히 운동이 재밌지도 않고, 그저 시간이나 때우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헬스장에 등록을 한 이유는 단 하나, 가성비 때문이었다. 그전까지 내가 해 오던 운동과 비교하면 헬스장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쌌다. (물론 이것은 PT를 받지 않고 그냥 개인 운동을 한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          


 하지만 이 가성비라는 것 또한 한 달만 결제해서는 딱히 모르겠는 거라, 난 최대의 가성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난 한 번에 몇 달치의 회원권을 끊어 버렸다.      


 아, 이게 문제였다. 한 달 정도 해 보고 판단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헬스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단 하루 만에 알아버렸지만 어쩔 수 없이 돈을 지불한 기간 동안은 헬스장에 출근도장을 찍어야 했다.     


 하지만 헬스라는 운동 자체에 매력을 못 느끼다 보니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운동을 빠지는 날이 많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암흑기는 길게 이어졌다. 아무리 싼 값이라도 돈을 지불했으니 어떻게든 지속이야 했지만 운동의 큰 보람은 느끼지 못하는 나날이었다. 운동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록 나의 근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운동시간 또한 그날의 기분에 따라 들쭉날쭉했다.      


 그나마 운동을 하며 얼굴을 익히게 된 사람들과 인사라도 나누고 같이 돌아가며 한 세트씩 서로 세어주며 운동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기에 회원권을 끊은 기간 동안은 운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사회적인 동물이었구나, 그것을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헬스는 하지 않냐고? 사실 그렇지는 않다. 나는 이 이후에도 종종 헬스장에 등록했다. 그 이유는 가성비 때문이기도 했고, 아무 때나 시간을 내기 용이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혼자 하는 운동이기에 틈 나는 대로 내 스케줄이 허락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큰 장점이었다.      


 내게 가장 큰 단점으로 다가왔던 혼자 하는 운동이라는 점이 장점이 된 것이다.     


 물론, 아직도 나는 헬스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전처럼 헬스장에서 혼자 운동을 하는 것이 많이 괴롭지는 않아졌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이 재미없는 운동 스타일에도 난 적응을 해 가는 중인가 보다.      


작가의 이전글 대충, 가랑비에 옷 젖을 만큼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