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의 나날들_14
일하러 가는 행위.
지문 찍고 들어가 단말기에 로그인하는 두 단계를 거친다.
그 사이에 휴게 시간을 정하는 사소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중요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나에게 출근이란 Miracle Morning의 실현이었다.
4시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해서 4시 50분에 집을 나선다.
첫 차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차를 타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지금으로서는 3명이 고정인데 요일에 따라 들쑥날쑥 한다.
인사해도 쌩까는 싸가지 아줌마와 담배 피우고 연기를 몰고 오는 가발 쓴 아저씨, 나 이렇게 셋이서 첫 차를 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긴장이 가득하고 기합이 잔뜩 들어서 4시에 눈을 번쩍번쩍 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눈을 뜨는 게 힘들어졌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출근은 미치도록 싫은 무언가임이 확실하다.
특히 주말에 아무도 없이 혼자 첫 차에 오를 때도 꽤 있는데 그때의 고독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적어도 기사님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버스 기사님들이야말로 언제든 내가 버스를 타는 모든 날에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니까.
나의 휴일조차도.
물론 기사님 각자의 스케줄로 파고 들어가면 주5일 8시간 일하시겠지만....아무튼.....
오전 출근과 오후 출근도 해봤는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강제 미라클모닝의 실행인 새벽 출근이 좋다.
늦게 출근하면 할수록 하루가 그냥 의미 없이 흘러가버리는 것 같아서 공허해지는 게 싫다.
새벽에 출근해야 다양한 업무가 있어 지루하지 않고 활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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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으로써 어쩔 수 없이 출근이 싫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일이 있음에 감사하려 한다.
힘들고 괴롭고 짜증나도 내게 밥을 주는 아주 소중한 수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