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공일북클럽 Dec 01. 2021

개와 고양이

여행의 단상 #2

미로 같은 골목 사이사이를 기웃거리며  한참 쏘다니다가 발이 아프면 작은 광장의 카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커피 한잔을 놓고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곤 했다. 서울에선 목적지를 향해서 최대한 빠르게 걷거나 타인에 시선을 두지 않았는데, 낯선 이국의 도시에선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이 흥미롭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는 일이 되었다니. 일상의 나와 여행지에서의 내 모습이 다른 것도 신기했다.


사람들의 옷차림부터 눈길을 끌었다. 트렌드에 민감하거나 잘 차려입어서가 아니라 그런 거와 상관없이 제각각 자신에게 어울리는 혹은 자신이 좋아서 고른 옷이거나 혹은 무심하거나, 여기는 이런 옷이 유행이구나 라는 패턴이 파악되지 않았다. 기온과 무관하게 햇살이 강하고 건조해서인지 민소매에 쇼트 팬츠부터 패딩에 가죽재킷까지 계절이 파악되지 않는 옷차림이 뒤섞여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내 눈길이 저절로 향하면서 동시에 좋았던 건,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어디든지 개가 있었는데. 생수와 과일, 빵을 사기 위해 들렀던 크고 작은 상점 앞에는 반드시 리드 줄을 걸 수 있는 쇠고리가 있고 그 앞에서 보호자를 기다리는 다양한 표정의 개들이 있었다. 카페 야외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의 곁에도 늘 개가 있다. 보호자의 의자 옆에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누워있기도 하고 앉아서 먹을 것을 받아먹기도 하고 앞발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함께 어울리기도 한다. 지하철 안에도 개가 있다. 케이지에 넣어지지 않은 채 그냥 곁에 있다. 같은 승객들처럼. 가끔은 리드 줄 없이 보호자의 앞을 혹은 뒤를 따라가기도 한다. 그렇게 개와 함께 있는 자연스러운 풍경을 보면 마음속 긴장이 저절로 풀어졌다.


숙소에 있는 작은 정원에는 각각 까만색과 노란색의 고양이가 드나들었다. 햇살이 좋은 한낮에는 정원에 놓인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는데, 두 고양이가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낮잠을 자고 있어서, 늘 양보해야 했다. 혹시라도 방해될까 봐 조심하면서 고양이가 먹을 만한 음식을 조금 나눠주기도 했는데, 외출해서 돌아와 접시가 싹 비워져 있는 걸 보면 안심이 되었다.


도시에서 주거와 음식이 불안한 삶이란 사람, 개, 고양이에게 다 같은 공포로 다가올까. 그런 것들의 생각을 이어가다 어느새 비관적이 되고 마는 내 마음을 길을 걷는 개와 낮잠 자는 고양이가 조금은 달래주곤 했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