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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공일북클럽 Mar 25. 2022

각자의 책

책 선정에 관하여 #2


올해로 3 차에 접어든 501 북클럽의  선정 방식은 작년과 다르다. 매년 조금씩 다르게 진행해왔는데 올해는 모임 회원들이 돌아가며 호스트가 되기로 했다.  선정, 모임의 진행, 독서 후기까지 모두 맡아서.

지금까지 여섯 회, 여섯 호스트가 주관한 올해의 독서모임은 꽤 만족스럽다. 3개월 동안 미술, 시, 소설,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아무리 다양한 책을 선정하려고 했어도 ‘나’라는 필터를 거친 책들은 ‘나’의 취향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어쨌든 ‘나’는 그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어 내야 하니까. 어쩌면 그냥 지나쳤거나 포기했을 책들을 끝까지 읽고 함께 얘기 나누는 과정의 경험이 정말 값지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최혜진의 <우리 각자의 미술관>은 그림을 직관적으로 감상하는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해 주었고, 앤 카슨의 산문시들은 이미지화된 언어들을 역시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권을 완독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에피소드들을 소리 내어 읽으며, 작품 속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의식의 흐름을 느리게 유영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리란 것도.

SF를 사랑하는 우리에게 켄 리우는 반가웠고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어진 최진영의 <해가 지는 곳으로>는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상황과 겹쳐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지만 재난에 닥친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뇌과학계의 프런티어인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느끼고 아는 존재>는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책이었지만 우리의 느낌, 의식 등의 과학적 접근을 통해 늘 알고 있고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각자만의 진행방식은 모임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낭독, 질의응답, 연상 등의 방법을 이용해서 책과 나, 책과 우리, 책과 세상의 접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순수한 즐거움과 충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모두 호스트가 되어 책을 선정하고, 모임을 진행하고, 후기를 쓰면서 책 한 권을 제대로 내 것으로 만든 과정은 아마 말하지 않아도 각자에게 가장 큰 성취감을 안겨주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방식의 도입으로 독서모임이 더 풍부해지고 역동적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독서’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행위가 주는 내적 즐거움은 정말이지 크다. 하지만 ‘독서 모임’을 통해 의견을 나누고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확장되는 즐거움또한 그에 못지않다는 걸 지금 확인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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