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꿈에 와줘>에 대하여
----64회 독서모임(7월 28일) 후기입니다----
2022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 출품된 <바치 창작집단>의 첫 프로젝트인 세 편의 단편 영화 중에서 <꿈에 와줘>(15 min/문근영 감독)를 함께 보고 주연 배우인 안승균 님과의 대화시간을 가졌습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의 의미인 “바치”는 배우, 영상 연출자, 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통해서 자유롭게 배우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만든 창작집단이라고 해요. <심연>, <현재 진행형>, <꿈에 와줘> 세 작품 모두 배우의 이야기를 언어가 아니라 각자만의 표현방식으로 담은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그중에서 501 북클럽 회원이기도 한 배우 안승균 님의 이야기를 함께 보고 난 후 두 시간이 넘도록 나눈 대화는 깊고, 따뜻하고, 즐겁고, 감동으로 일렁이는 꽉 찬 시간이었습니다. 그날의 대담을 글로 옮겨보았어요.
(재현) 기획부터 참여한 이번 작품이 그동안의 작업과 특별히 남달랐던 점, 차이점이 궁금해요.
(승균) 우리는 배우라서 ‘대사’, 다시 말하면 ‘텍스트’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첫 프로젝트는 그동안 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말없이 침묵으로 가자, 텍스트로부터 벗어나자고 했어요. 다만 어려운 점이라면 ‘자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게 용기가 필요하고 쉽지 않은 일이었죠. 저는 원래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일 년 전, 친한 친구와의 사별이라는 일을 겪은 후 상실감으로 힘든 상태였거든요. 문근영 누나가 내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공감해주었어요. 그러면서 그리움이 행복하게 남으려면 행복한 기억을 꺼내야 한다고 용기를 내도록 북돋아주었죠. 실제 제 꿈을 토대로 만든 거예요. 꿈에서는 제가 친구를 안아줬어요. 너무 미안했고 외로워 보이는 친구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어요. 발이 석고처럼 굳어가는 친구를 보며 미안해, 미안해하며 울었어요. 그날이 친구의 집으로 유품 정리를 하러 가는 날이었는데, 그 꿈을 꾸고난 후 용기를 내어 친구의 방으로 갔어요. 문근영 누나가 많이 물어봐주고 걱정해줬어요. 작품을 만들면서 결국 제가 위로받고 싶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실제 꿈은 슬펐지만 밝은 느낌으로 좀 바꿨고요. 작품을 만드는 동안 진정으로 위로받았어요. 근영 누나는 은인이에요.
(서하) 그래도 이건 나의 이야기인데 연출자의 의견이 계속 개입이 되는 상황에서 서로 어떻게 조율을 했는지 궁금해요.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았나요.
(승균) 오히려 반대예요. 내 이야기라서 인지 나 자신이 너무 그 속에 빠져있는 거예요.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건데, 조율해줘서 고마웠죠. 누나가 배우라서 그런지 예리하고 포인트를 잘 집어내어 이끌어줘요. 물론 자존심 상하지 않게요.
(서하) 다음 프로젝트도 계획 중인가요
(승균) 참신한 아이디어는 많은데 재정적인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죠.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고 문근영 감독님 사비로 제작하는데 꽤 많은 돈이 들어갔어요. 배우들 포함해서 스텝들 개런티도 다 제대로 받았고, 밥도 잘 제공해 주고, 무엇보다 현장 분위기를 참 좋게 이끌어 주셨는데
(애솔) 이 프로젝트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요
(승균) ‘지금 우리 학교는’ 찍을 때 누나에게 뜬금없이 문자가 왔어요. 이런 거 해 보고 싶다고. 바로 만나자고 했죠.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쓰이는 곳만 쓰이는 소모적인 연기보다, 진짜 내 모습으로 관객들한테 어필하고 싶었어요. 일 년 정도 함께 얘기했는데, 처음엔 포기했어요. 누나는 연기를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슬럼프에 빠져 있었거든요. 문근영 누나의 이야기인 <심연>도 엔딩들 바꿨어요. 어두운 결말에서 밝은 결말로 바뀌었는데 그만큼 촬영하면서 치유가 되었던 거죠. 제작비 아끼려고 그 힘든 수중 촬영을 하루 만에 다했어요. 정말 존경해요.
(서하) 승균 님은 아는 무용수가 많은 걸로 아는데 특별히 이다겸 무용수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승균) 작년에 공연을 함께 했을 때, 문근영 누나가 보러 왔다가, 이다겸 무용수를 바로 캐스팅하고 싶어 했어요. 원래는 문근영 감독이 그 역할을 직접 하기로 거의 결정했었는데, 너무 알려진 배우라서 집중이 잘 안 될 것 같은 우려가 있었어요. 제안하자마자 다겸이 누나가 바로 수락해 주었어요. 10초도 안돼서. 연기자도 아닌데 표정연기도 어찌나 좋은지. 찍은 게 많았지만 많이 편집됐죠.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너무 뮤직비디오처럼 보일 수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좀 안타까웠죠.
(윤경) 꿈에서 깨어 친구를 발견하고 다가갈 때까지의 표정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그 연기를 미리 연습한 건가요
(승균) 절대 미리 연습하지 않아요. 계획하면 일차원적인 선택을 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그 상황만 인지하고 다른 건 그냥 다 걷어내요. 그리고 그냥 만났어요. 그래서 컷마다 감정선이 다 달라요
(재현) 친구를 확인했을 때 두려워 보였는데 그래도 다가가는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승균) 세 테이크로 찍었는데, 기억해보면 첫 테이크는 감정이 잘 생기지 않았어요. 아무도 없이 카메라와 스텝만 있어서 집중이 되질 않더라고요. 문근영 감독이 ‘집중이 안 돼?’라고 물어봐서 생각보다 잘 안 된다고 말했더니, ‘내가 저기 잠깐 앉아 있어 줄게’라고 했어요. 조명 가림막이 있어서 누나의 실루엣만 보였는데, 갑자기 그 친구와, 진짜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두려움과 그리움, 미안함, 안타까움... 너무 많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컨트롤이 안 되면 어쩌지, 그 감정들이 한 번에 다 쏟아지면 어쩌지 하면서, 나보다 더 두려워 보이는 그 친구에게 나 왔어, 나 이렇게 왔어라는 마음으로 다가갔던 것 같아요.
(서하) 연기할 때, 캐릭터 분석을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감정을 꺼내고, 어떻게 작업하는지 궁금합니다
(승균) 어렵네요. 작품마다 다 달라요. 감독, 현장, 분위기, 캐릭터, 캐릭터의 비중에 따라서 다르고요. 내가 해왔던 연기, 내가 원하는 연기를 수용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정말 쉬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할까요. 기계적인 연기를 해야 할 때도 많아요. 그럴 때 힘이 들고 집으로 돌아갈 때 현타가 오죠. 저 욕 많이 먹었어요. 초반에 못된 감독들을 많이 만나서, 네가 뭔데 보여주려고 하냐 라며 따귀를 맞은 적도 있었고요. 욕은 기본이고. (지금의 현장은 그렇지 않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어요) 그러다 보니 카메라 울렁증이 생겼어요. 내 연기, 내 꺼를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긴 지도 얼마 안 돼요. 그전에는 시키는 대로 했어요. 욕 안 먹으려고 연기하고, 혼나지 않으려고 연기했어요. 옛날 작품의 나를 보면 부끄러워요. 왜 나는 싸우지 못했을까라고. ‘유령을 잡아라 ‘ 에서 문근영 배우를 만났는데 제 카메라 울렁증을 캐치하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그 뒤로 조금 덜해지면서 고쳐졌고요. 그 이후로 오히려 다양한 역할 캐릭터들이 붙는 걸 보면, 자신감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요즘 생각하는 연기 방법은 (연습 때는 충분히 친해지지만) 촬영 때는 최대한 그 인물로부터 한 발자국 떼려고 해요. 뇌병변 장애인 연기할 때 느낀 거예요. 제가 완전히 그 캐릭터가 되려고 하니까 저도 힘들고 , 제 연기를 모니터로 보니, 이상한 거 에요. 걔가 되려고 연기하니까 뭔가 연기의 폭이 되게 좁고 뻔해 보였어요. 그런데 한 발자국 떼서 연기하면 저 자신도 자유롭고 연기의 폭이 넓어진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 캐릭터를 바라봐요. 전에는 우는 연기를 할 때, 걔가 되어서 울려고 하면 아 눈물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먼저 했다면, 지금은 그 캐릭터를 바라보면서 얘는 지금 왜 울고 있을까,라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 저절로 눈물이 나요. 얘를 내게 맞추는 게 아니라, 얘의 세계에 내가 놀러 간 거죠. 그러면서 아 네가 이런 세계에 있구나라고. 장애인과 트랜스 젠더 연기를 하면서 깨닫게 되었어요. 제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그저 흉내 내서는 알 수가 없더라고요.
(윤경) 연기는 그렇지만 춤은 미리 두 분이 맞춰보시지 않았나요, 그런 안무가 나오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승균) 먼저 움직임으로 한 이유는 이번 프로젝트는 대사 없이 ‘침묵’이기 때문에 저는 교감을 몸으로 하고 싶다고 근영 누나에게 말했어요. 다겸 누나가 진짜 대단한 건, 30분 만에 안무를 뚝딱 다 짜더라고요. 그냥 ‘자 움직여 보자, 미러링 하자, 나 따라와 따라와’ 하다 보니 몸이 움직여지고, 그러면서 ‘이거 좋은데’ 하면서 움직이고, 누나의 순수하고 열린 마음에 그냥 믿고 따라가기만 했어요. 제가 바라던 대로 ’ 춤‘이 아니라 ’ 움직임‘이 된 거예요. 멋을 부리고 싶지 않았고 놀면서 안무를 즉흥으로 만든 셈이죠. 무용수와 작업을 많이 해봐서 호흡이 금방 잘 맞았어요. 거기에 ‘댄서의 순정’을 연기했던 근영 누나의 감각으로 우리 둘의 즉흥 움직임을 정확히 구분하고 결정해주었어요. 역시 감독님이다 했죠.
(정규) yolk 작곡가와 어떤 식으로 작업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승균) 무반주로 먼저 춤을 연습했어요. 박자에 맞게 여러 버전의 춤을 만들어 놨고요. 촬영할 때는 음악 없이, 음악과 함께 둘 다 춰봤어요. yolk 작곡가와의 인연도 참 재미있어요. 정말 조용히 고독하게 음악 작업을 하고 계셨던 분인데, 문근영 누나가 멜론에 한 두곡 올려져 있는 그분의 음악을 듣고 직접 연락을 해서, 그분이 처음에 많이 놀랐죠. 이 작업으로 그분도 슬럼프를 극복하고 영화 ost작업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해요. 생각이 깊고 여리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만큼 음악을 참 잘 만드시는 것 같아요.
(애솔) 춤을 추면서 대화하는 것 같았어요. 함께 세계를 만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의도를 갖고 두 분이 엄청 고민해서 안무를 짠 건가라는 생각을 했죠
(승균) 물론 촬영할 때는 배우니까 의미를 부여하면서 몰입하긴 했는데요. 춤이 참 신기한 게,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 달라요. 의미를 갖고 춤추면 오히려 되게 이상하고 뻔해져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하게 만드는 게 춤의 힘인 것 같아요.
(정규) 연기나 움직임이 다 몸을 쓰는 거긴 한데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승균) 제가 움직임을 좋아하는 이유는 말보다 움직임이 주는 힘이 더 큰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우리가 만났는데 상대방의 표정을 보고 말없이 손으로 등을 쓰다듬는 행동이 더 많은 걸 전달해주지 않나요.
(재현) 실제 대본은 어느 정도였어요. 대본에 어느 정도로 디렉팅이 되어있었나요.
(승균) 상황 감정이 디테일하게 씌어있는 편이었어요. 하지만 어떤 배우도 그대로 하진 않았어요. 대본은 있었지만 현장에서 그대로 느껴지는 대로 연기를 하도록 해주었어요.
(윤경) 바치 멤버는 세분인가요?
(승균) 현재는 그런데요, 확대될 것 같아요. 다음 프로젝트는 일인극이에요. 스케일이 더 커질 것 같아요. 연극무대를 영화화하는 형태랄까요.
(애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난 건 처음이에요. 배우라는 직업, 영화라는 산업에 대한 어려움이나 좋은 점등 승균 님의 개인적인 생각이 궁금해요
(승균) 영화는 사실 많이 못해봤어요. 드라마 위주로 작업을 해왔거든요. 드라마와 영화의 현장은 정말 달라요. 저는 영화 현장을 훨씬 좋아해요. 영화가 더 배우가 연기하기 좋은 환경이에요. 영화 산업이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많이 힘들었죠.
(애솔) 로케이션 중에서 버드나무 인근이 한강 어딘지 궁금해요. 그림 같았거든요.
(승균) 우연히 발견한 장소였는데요, 광나루 쪽인 것 같아요. 탑차가 들어갈 수 있는 걸 허락하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해서 결정했을 거예요.
***이쯤에서 밸런스 게임 한번 가볼까요. 서하님이 준비해주셨는데요, 배우님 고민하지 마시고 빠르게 답변해주시면 됩니다***
질문 1. 영화 <마이 썬>과 연극 <렛 미인>의 주인공 역할 중에서 더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승균) 마이 썬! <렛 미인>은 이번에 다시 제안이 왔지만 거절했어요. 외국저작권 작품이다 보니 무조건 외국 감독이 시키는 대로 기계적인 연기를 해야 하는 게 별로였어요. 손동작 하나까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했거든요.
질문 2. 천우희와 배두나 배우 중에 상대역을 고르라면?
(승균) 천우희! 두 분 모두 정말 팬이에요. 배두나 배우는 연기도 잘하지만 현장 스텝들 사이에서 함께 작업하기 좋은 배우로 소문이 나있어요. 천우희 배우는 첫사랑 같은 느낌이랄까요. 첫 데뷔작부터 작은 역할인데도, 반짝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예인 사인 받은 적 한 번도 없는데 천우희 배우 사인은 받았어요.
질문 3. 박찬욱과 봉준호, 두 감독의 캐스팅 제안이 동시에 들어온다면?
(승균) 봉준호! 봉준호 감독 영화 스타일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박찬욱 감독 전작들은 끝까지 몰입해서 본 영화가 없어요.
(이어진 질문) 그럼 혹시 평소에 꼭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 있나요
(승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요. 아이유 누나가 <브로커>찍는다고 했을 때 정말 부러웠어요. 한 사람의 작품을 거의 다 본 유일한 감독이에요. (그럼 그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요?) <어느 가족>이요. 개인적으로 가족극을 좋아합니다.
질문 4. 봉준호의 차기작 주연배우이지만 개런티 0원 vs 할리우드 마블 영화 대사 없는 단역인데 개런티 10억 중에 선택하라면?
(승균) 10억! 주연이라도 망한 영화는 많으니까요.
(애솔) 현장 분위기 너무 좋은 작품이지만 흥행 참패 vs 현장 분위기는 폭력적이고 험악하지만 천만 영화 중에 선택하라면요?
(승균) 천만 영화! 그동안 총 열여덟 편 정도 했는데요, 성격 더러워도 일 잘하는 사람이랑 일하고 싶은 거 다들 공감하실 것 같은데요.
질문 5. 문명 특급과 유 퀴즈에서 섭외가 동시에 들어온다면?
(승균) 유 퀴즈! 문명 특급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몰라요.
여기서 다들 문명 특급을 권했다. 승균 님이 문명 특급에 나올 날을 기다릴게요.
(하늠) 영화나 연극 어떤 거 더 좋아해요
(승균) 연극무대요. 그렇게 시작을 하기도 했고,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떨려요. 무대에서는 안 떨리고 신나요. 카메라와 스텝들이 많은 곳에서 집중하기가 힘들어요. 아직은 그 상황을 이겨내기가 어렵고 힘들어요. 무대에서 보이는 관객들은 시간 내서 와주셔서 무대에 집중을 해주기 때문에 몰입이 훨씬 잘되죠. 영화 시사회 두 번 해봤는데, 느낌이 달랐어요. 엄청 떨었어요. 큰 화면에 내가 나오는 게 정말 이상하고 뛰쳐나가고만 싶었어요.
(애솔)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나 드라마가 뭐예요?
(승균) 영화는 <헤어질 결심>, 연극은 <편입생> 보고 싶은데 매진이라서 못 보고 있어요. 연극 <렁스> <더 헬멧> 정말 좋아요. 요즘 제일 좋아하는 연극 배우는 정인지 배우예요. 진짜 연기 잘하세요. 아참, 그리고 가을에 <마이 썬>도 개봉합니다. 뇌병변 장애인이고 참 사랑스러운 역할이었어요. 우리 다 같이 봐요.
(애솔) 승균 님을 스크린에서 배우로 만나니까 너무 신기했어요. 일반인으로서의 모습과 스크린에서 배우로 만나는 승균 님이 너무 다르게 느껴졌어요
(재현) 저는 오히려 반대예요. 평소의 모습과 연기가 다르게 보이지 않았고, 그냥 화면에서 걸어 나와 같이 있는 느낌이에요
(하늠) 영화를 봤을 때 너무 매력적이었고, 처음엔 잘 이해를 잘 못했지만 움직임과 표정에 공감하게 되면서 나도 울 것 같은 마음이 되었어요. 지금 이렇게 얼굴을 대하고 얘기를 나누는 승균 배우의 모습은 평범한 일반인이지만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와요. 외국인인 저로서는 움직임이라 아무래도 더 공감이 되고 집중이 잘되었어요. 어제 <한산>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대사와 연기, 장면에 동시에 집중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산만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꿈에 와줘>는 몰입이 쉬웠어요.
(승균) 맞아요. 저 요즘 수화를 배우고 있는데 청각장애인 친구에게 영화를 어떻게 봤냐고 물어보니 장벽 없이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요.
(정규) 영화에서는 움직임에 집중하고 지금은 말에만 집중하니까,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면서도 둘 다 각각 다른 스타일로 승균 배우를 알게 되어서 좋아요. 처음에는 난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어깨동무할 때 그 감정들이 다 이해되고, 제 경험까지 덧 씌워지면서 모든 게 다 한 번에 이해되었어요. 둘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구체적인 서사가 없었는데도 15분의 짧은 영화에서 두 사람의 움직임만으로 모든 게 이해되고 전달되고 공감된다는 게 신기하고 당황스러웠죠.
(서하) 우리가 영화를 보고 그냥 휘발시켜버리는 게 아니라, <배우와의 대화>를 한다고 하니 영화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을 (음악, 연기, 편집, 연출 등) 눈여겨보면서 더 집중해서 영화를 보게 된 것 같아요.
(애솔) 그 어깨동무하는 장면 있잖아요. 커튼 뒤의 그 조명이 햇살처럼 느껴졌어요. 같이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승균) 여러분들의 소감들 문 감독님께 모두 전할게요. GV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다 보는 시선들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네요.
(애솔) 승균 님의 이야기인 줄 모르고 봤을 때는 두 사람이 연인인데 헤어진 건가, 사별한 건가 아니면 저 사람이 저 여자를 짝사랑하는 걸까, 그 관계를 여러 가지 형태로 상상하면서 봤는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보니 더 깊게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직접 배우의 이야기를 듣는 게 정말 좋았어요
(승균) 오늘 오기 전에 문 감독님께 이런 자리에 간다고 얘기하고 왔거든요. 되게 설레 하더라고요. 전 좀 걱정이 되었어요. 같이 보는 게 아직 익숙지 않고 어색해요. 저한테는 의미가 커요.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제 이야기이다 보니, 영화를 볼 때마다 생각이 나요. 근데 이제는 슬프다기보다 점점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문득문득 그 감정들이 되살아나지만,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니까 보호막이 쳐진 느낌이랄까요. 처음엔 일기를 꺼내놓는 느낌이 무섭고, 죄책감도 있고, 친구를 이용하는 건 아닌가, 희화화되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마음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어요. 제게 가장 의미가 있는 작품인 만큼 오늘 정말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 같아요.
***추가 질문***
(윤경) 배우가 아니면 어떤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승균) 체육선생님이요. 원래 너무 하고 싶었던 일이에요. 운동을 좋아해요.
(애솔) 하고 싶은 역할이 있어요?
(승균) 악역이요. 악역이지만 호감이 가는 그런 역할. 내게도 그런 매력이 있을지, 내 안에서 그런 게 나올 수 있을까 궁금해요. 예상치 못한 것들이 재밌잖아요.
(승균) 너무 좋은 시간이었어요. 동료 배우들하고 얘기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이 모든 게 치유가 되는 과정이었어요. 감사해요, 살아도 되겠어요. 진정한 애도의 과정일 수 있겠고, 상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하늠) 유명한 배우를 직접 만나게 돼서 너무 좋았고 영광입니다. 가끔 모르는 말들이 있었지만, 혼자 찾아보면서 이해했어요. 저 채팅하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웃음) 가족적인 분위기에 너무 편안하고 따뜻했어요.
(정규)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영화를 통해서 승균 배우님뿐 아니라 제 감정들이 해소되어 함께 위로받고 치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보면서 저와 같은 경험을 하기 바랍니다.
(서하) 승균이는 제가 너무 아끼는 친구예요. 친구 이전에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존경해요. 하지만 정작 작품에 대해서 이렇게 깊게 이야기를 나눈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이 시간 덕분에 승균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