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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iq Feb 09. 2017

거절한다.

싫어서 싫다는데 싫은걸 어쩌라고.

나는 굳이 분류하자면 교육서비스업 종사자이다.

주 업무는 민원접수 및 관리다. 그리고 그 민원의 '참맛'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


갑을논리가 환상적인 온누리에 퍼져 있는 요즘 같은 때, 나 같은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월급쟁이로 살아가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억울함에 대한 호소보다는 기분성에 따라 접수되는 민원이 늘어나고 강도가 세지는 바, 규정집에 세부조항을 빽빽하게 달아가며 노동자들의 감정소모를 덜어보려 하나, 업무 특성 상

'고갱님'의 기분을 상하게 한 채로 민원을 마무리 지을 수는 없기에, 멀쩡한 규정집 뻘쭘하게도 '미안하다!'를 외쳐야 할 때가 많다.


타고나길 성질이 착하지 않아서, 나 역시도 억울한 건 잘 견디지 못하는 편이다. 수화기 넘어 오만하기 짝이 없는 상대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 내뱉고 나면, 괜히 자존심이 상해 슬며시 눈물이 차오를 때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내 가슴에만 많아져 머릿속만 시끄럽고 열이 오른다.


벌어먹고 사는 일이 그러한데, 때려치라니..

아무리 갑을이 정확하다해도, 같은 닝겐끼리 할 소리 못할 소리 다하는 그 자들은 그렇다면 인간계에서 퇴출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말이다.


매사 쉬운 일 하나없지만 이렇게나마 인연이 닿은 누군가에게 적어도 내가 상처가 되진 않기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더 많아지길 기도해본다.


마지막 짤: 이거슨 소리없는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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