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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Oct 29. 2021

가을여행에서 만난 해남고구마

해남 여행

지금쯤이면 세상은 붉게 타오르거나 노랗게 물들어야 했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은 계절의 질서도 혼란스럽게 만들어 예년에 비해 가을의 색깔이 곱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풍경은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하는데, 위대한 거울 하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은 멋진 만추의 감성을 기대하면서 가을빛 물든 언덕을 찾아 떠나게 했다. 느슨하게라도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떠난 10월의 여행지는 전라남도 해남이다.


달마고도에서 본 해남


가을 여행지로 해남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다. 몇 년 전 봄기운이 완연한 때 해남 땅에서 받았던 싱그러움이 무척 좋았었다. 청보리 밭 녹색 대지와 가까이 보이는 섬들의 생생한 색이 쓸쓸한 시월에는 어떤 풍경으로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아울러 한반도 남쪽의 끝이자 시작이라는 상징성을 쫓아 달마고도를 걸으며 삶에서 ‘연결’에 관해 조용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해남 도솔암


여행지로서의 해남은 문화와 자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지역이다. 특히 꼭 가 봐야 할 곳이 달마고도다. 이 길은 땅의 아름다운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곡괭이, 삽, 호미 등을 사용해 사람의 힘으로만 완성한 달마산에 조성된 둘레길이다. 달마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아름다운 미황사와 달마산 정상부에 있는 도솔암은 세상의 슬픔을 하찮게 여기도록 하는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곳이다. 


달마산을 병풍 삼은 미황사
도솔암


이밖에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천년고찰 대흥사, 그 대흥사를 품에 안고 있는 두륜산의 비경, 임진왜란 때 13척으로 133척의 왜선을 무찌른 기적의 장소 울돌목과 우수영관광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해남공룡박물관’,  통곡하는 여인들의 흐느낌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진 가을날의 ‘고천암 철새도래지’ 등 스스로를 잘 알고 익숙해지기 위한 가을 여행으로 최적의 여행지가 해남이다. 

고천암 철새도래지 가을 갈대
대흥사
두륜산 전망대


바다와 접한 자연환경으로 해남에는 먹을거리도 풍부하다. 특히 게르마늄이 풍부한 황토에서 해풍을 맞으며 자란 해남 고구마는 달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해남에서는 품종별로 다르지만 7월부터 10월까지는 밤고구마를, 9월부터 11월까지는 호박고구마를 수확한다. 


마침 해남고구마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공모사업에 선정돼 앞으로 1,2,3차 산업이 융합된 지역특화산업 클러스터가 해남에 조성된다. 최근에는 모 그룹의 유명한 아이스크림 회사에서 해남산 밤고구마를 활용해 만든 아이스크림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해남고구마빵을 팔고 있는 '피낭시에'


최근 몇 년 사이 해남 여행자들에게는 고구마와 똑같이 생긴 ‘해남 고구마빵’이 해남의 지역 명물로 등장했다. 해남군의 중심지 해남읍에 있는 ‘피낭시에’가 그 주인공이다. 피낭시에라는 가게 이름은 프랑스어로 ‘금융가 Financier’를 뜻한다. 이곳의 고구마 빵은 해남고구마와 해남 쌀을 사용해 만든 해남의 맛과 멋이 담긴 오리지널 해남고구마 빵이다. 해남에서 생산한 고구마를 엄선해 선별한 후 세척과 오븐에 굽기, 앙금 만들기, 고구마 빵 만들기, 고구마 빵 굽기의 과정을 거쳐 완성하는 수제 빵이다.

  

해남 고구마빵


고구마 껍질의 보라색은 국산 자색 고구마 가루를 사용해서 살리고, 해남산 유기농 멥쌀가루를 이용해 쫀득한 피를 만들었으며, 해남산 고구마로 앙금을 만들었다. 이 앙금에는 구운 고구마가 70% 이상 들어가 감칠맛을 더했다. 


고구마 빵은 노란 고구마 앙금이 가득 찬 가운데 부분은 촉촉했고 쫀득한 식감이었지만 끄트머리는 바게트 같이 바삭했다. 단맛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적당했고, 갓 구운 고구마처럼 구수한 향도 났다. 


고구마빵


고구마 앙금을 곱게 걸러 만든 ‘고구마 타르’도 인기 상품이라고 한다. 아몬드 가루와 밀가루로 만든 타르트 위에 부드러운 고구마 무스를 올린 상품으로 디저트에 딱 제격이었다. 


고구마 타르

이곳에서는 일 년에 약 25톤의 고구마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런 실적을 인정받아 ‘2020 농업과 기업 간 상생협력 경진대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해남에서 생산되는 무화과와 단호박, 쌀을 이용한 다양한 디저트도 개발해 지역 상생을 꾀하고 있다.    


삶에 정해져 있는 속도는 없다. 자기의 템포에 맞춰 한발 한발 완주하면 그만이다. 나에게 이번 가을 해남 여행은 다른 사람에 대해 깊은 이해와 공감의 자세로 사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다. 이 세상 모든 존재가 결국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달았을 때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눈부신 영감을 줄 것이다. 고구마 빵처럼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면서, 달고 구수한 그러면서 마지막은 바삭하면서 깔끔한 마음의 마법을 부릴 것이다.  


※ 피낭시에

전남 해남군 해남읍 읍내길 8

061 537 6262 전국택배배송. 연중무휴(설, 추석 당일만 휴무)

<당일 생산 당일 판매하므로 고구마빵이 조기 품절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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