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추천 여행지, 수국이 한창인 전남 고흥군 쑥섬
6월은 태양이 뜨거워질 준비를 하는 계절이라고 했는데, 언제부턴지 6월이면 이미 태양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기력이 떨어져 뜨거운 태양을 피해 고개를 떨군다는 말이 듣기 싫었고, 일상을 벗어나 시선의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발길 향한 곳이 남도의 고흥이다.
5년 전 고흥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감동을 하였던 곳이 해상꽃 정원인 “쑥섬”이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을 걸으면 만나게 되는 난대림과 야생화 길, 400여 종의 꽃들로 가득 찬 꽃 정원, 재치 있는 글과 매칭한 명소들, 동백숲, 오랜 시간의 흔적이 남아있는 돌담을 넘어 풍겨오는 향긋한 내음들로 내 삶을 풍부하게 해 주었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이곳에 가면 아내와 함께 시간을 럭셔리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섬에서 자라는 쑥의 질이 좋아서 “쑥섬”이라고 불리는 섬은 한자로 쑥 애(艾) 자를 써서 애도(艾島)라고도 불렀다. 지금은 18 가구 30여 명이 사는 작은 섬이다. 총면적 0.326㎢에, 해안선 길이 3.2㎞의 이 작은 섬은 소가 누워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쑥섬으로 가기 위해서는 고흥의 나로도 선착장에서 작은 배를 타야만 한다. 가는 데 5분도 안 걸리는 섬으로 가기 위해 아침 7:30부터 작은 배는 운항을 시작한다. 배에 타는 정원 12명을 기준으로 배는 나로도 선착장과 쑥섬을 계속 왕복한다. 쑥섬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왕복 도선료 2,000원과 섬 탐방료 6,000원이 필요하다.
주말이면 여행사에서 선점한 예약 고객들로 인해 개인 방문객들은 신속하게 섬에 들어가기 위해 “가보고 싶은 섬(http://island.haewoon.co.kr)”에서 승선 예약을 하는 것이 편하다.
전남 1호 민간 정원인 쑥섬은 국어교사와 약사인 부부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2000년부터 조성을 하기 시작해 2016년부터 개방을 했다. 그 후 끊임없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섬은 별정원, 달정원, 태양정원, 치유정원, 수국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6~7월에 절정을 이루는 수국정원은 쑥섬 8경 중 하나로 이번 우리 부부 여행 만족도의 끝판왕을 보여주었다. 하늘보다 푸른 바다, 푸짐한 햇빛과 은은하게 색으로 물든 수국의 잔치가 열리고 있었다. 6월의 쑥섬은 시간의 흐름을 잊게 했다. 시간뿐 아니라 슬픔과 번민, 세상조차 잊게 만드는 내적 희열을 느끼게 했다.
프랑스 파리 근교인 지베르니에 빛의 화가 ‘클로드 모네’가 세상에 남긴 최고의 작품인 “모네의 정원”이 있다. 꽃 때문에 화가가 되었다고 말한 그는 “자기 그림을 이해하려면 백 마디 말보다 자신이 가꾼 정원을 보는 게 낫다.”라고 말할 정도로 지베르니에 있는 정원을 가꾸었다.
그 이전에 그는 젊은 시절에 프랑스의 투르빌에서 자연을 이해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배웠다. 쑥섬은 모네가 그토록 정성을 들였던 지베르니의 정원과 투르빌의 바다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더군다나 낮과 밤이 바통터치를 하는 순간부터는 세상 밖으로 나가는 모든 길이 막히는 낭만이 아직 남아있다.
우리를 둘러싼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 이럴 때, 내가 나를 보는 시간과 공간의 확보가 필요하다.
나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연주하기 위해, 사유의 느린 되새김질을 해야 할 때, 내 감정의 흐름을 타고 싶을 때.
우리가 쑥섬에 가야 하는 이유다.
▶ 여행 팁:
- 쑥섬에 들어가기 전 나로도항 선착장 인근 식당에서 “장어탕”을 먹어보자. 묵은지와 함께 끓인 탕의 맛이 별미다.
- 고흥 여행을 위한 정보는 "고흥 관광 공식 블로그 blog.naver.com/tourgoheung"를 방문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위 기사는 인터넷 뉴스 "오마이뉴스"의 여행란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