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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sta Seo Jun 03. 2024

사랑이라는 MSG를 넣었습니다.

먹고, 즐겁고, 행복하라

요양원에 계시는 90세가 넘으신 아버지를 뵙고 왔다. 더 심해진 치매와 스스로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져 있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감정을 좀처럼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인간의 생의 후반전 모습에 대한 거대한 허무함과 몇 년 뒤 내가 맞이할 상황이라는 당위성 앞에 몇 날 며칠 가슴앓이를 했다.


그러던 중 한석규, 김서형이 주연을 한 왓챠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됐다. 영상을 보는 동안 어쩌면 요리가 남은 내 생의 흔적을 켜켜이 쌓아두는 하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나도 60세가 넘어선 나이가 되었다. 내가 내 삶의 주체로 살지 못하는 시기가 오기 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해주는 무언가를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 남은 내 인생을 좀 더 진지하게 사는 자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드는 요리를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요리 에세이 형식으로 남기기로 했다.  

함께 한 잔 하기 위해 내가 만든 두부김치


사실 나는 한창 바쁘게 일할 50세 이전까지는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환경의 영향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단지, 맛에 대한 감각은 예민한 편이었다. 그건 후각이 발달해서인지, 아니면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사회활동을 하면서 경험했던 많은 음식과 음식점들로 인해서 음식에서 시각적 요소의 중요성도 이해하게 되었다.


50세가 넘어 분가한 환경과 인터넷의 발달로 접하게 된 다양한 요리 정보들로 인해 언제부턴지 집에서 가끔 요리를 했다. 캠핑과 여행을 할 때면 자연스럽게 요리는 내 몫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에 다니고 있던 아들이 식구들을 위해서 파스타와 감바스를 해줬다. 그때 아들의 진심이 담긴 정성스럽게 요리하는 모습에 감동하였다. 요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하나의 표현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후부터 가족들과의 식사 자리에는 가끔 내가 만든 요리들이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아들의 요리가, 또는 딸의 요리가, 혹은 아내의 요리가 함께 나오기도 했다.

사위 초대 저녁식사 자리에 만든 "우대갈비스테이크"


내가 하는 요리는 지인이 선물해 준 요리책 “맑은 날 정갈한 요리”와 “만개의 레시피”라는 앱, 유튜브 영상, TV 프로그램 “알토란” EBS “최고의 요리비결”의 레시피를 참고로 해서 만들어 왔다.

휴일 저녁에 만든 파스타


이번에 내가 쓸려고 하는 콘텐츠는 요리를 만드는 방법보다 요리와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 요리를 하면서 느끼는 감성, 삶과 일상에서의 소소한 바램, 만든 음식이 주는 맛과 행복감 등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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