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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ie J Apr 05. 2021

연애와 독서와 여행의 상관관계

삶의 이유

나는 띠동갑 동생이 있다. 대학생이  동생은 도통 연애에 관심이 없다. 1학년 때는 신입생이니까 그러려니 했다가, 2학년 때는 코로나 때문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가, 3학년이 되니 이제는 조금씩 걱정이 된다. 그러던 어느  뉴스를 보니, 요즘 20  20% 연애를 한다고 한다. 80% 연애를  한다. 자유를 위해 연애도 포기한단다. 이게 뭐지. 그래도 되나? 그래도, 연애는 해야 되지 않나?

연애하면 좋은데… 우리가 내 자유를 위해 경제적 여유를 위해 결혼을 포기하고 아이를 포기한다고 말할 때 어른들은 이런 느낌일까. 무언가 인생에 큰 부분을 느끼지 못하는 삶인 거 같다는 걱정도 들고, 그 조차 간섭인가 혼란이 온다.


연애를 왜 꼭 해야 하는데?

동생이 물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딱히 있지 않고, 친구로도 인간관계는 충분한 거 같단다. 공부하고, 학점 얻고, 아르바이트하고, 스펙 쌓기에 연애할 시간이 없단다. 연애를 왜 해야 할까? 나는 동생한테 이렇게 답했다. 연애를 꼭 해야 되는 건 아니라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저절로 연애를 하고 싶어 질 거라고. 그래도 연애의 좋은 점을 굳이 말해보자면. 연애를 하면 내가 보인다고.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얼마큼 나를 희생할 수 있는지, 내가 얼마나 찌질해 질 수 있는지, 내가 얼마나 누군가에게 집착할 수 있는지, 나의 가장 이타적인 모습과 이기적인 모습을 알 수 있다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가장 극명하게 알 수 있는 순간이라고. 그러면서 더 성장할 수 있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친구로는 안된다. 적당한 관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족도 어렵다. 이미 내 삶에 너무 많이 침범해 있고, 너무 많은 죄책감과 미안함이 있기 때문에 객관적일 수 없다.


인간은 왜 소설을 읽어야 하나요?

김영하 작가가 ‘대화의 희열’이란 토크쇼에 나와서 ‘여행의 이유’와 ‘독서의 이유’에 대해 말했다.

소설은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 나와 다른 스토리에 공감하고, 나와 다른 인물들을 이해하게 만든다. 그 모습이 내가 꿈꾸던 상황일 수도 있고, 내가 차마 저지르지 못한 악행일 수도 있고, 나와는 전혀 접점이 없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상상해봤던 아니던, 어떤 상황에 놓인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며, 기뻐하고 슬퍼하기도 하는 내 모습들 속에서 사람들은 나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나의 경험은 한계가 있어서, 나의 여러 가지 모습을 알 수가 없는데, 소설 속의 인물들에 감정이입하다 보면, 나의 모습을 좀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인간은 왜 여행을 하나?

연애, 독서와 비슷한 이유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 독서가 소극적인 ‘나’의 탐구라면, 연애는 상대의 반응에 의한 피동적인 ‘나’의 탐구 일 듯하다. 그럼 여행은 적극적, 능동적 ‘나’의 탐구가 될 것이다. 여행을 할 때는 이상한 힘이 생겨난다. 나는 그곳에 ‘잠시’ 머물다 갈 사람이다. 그곳에 속해 있지도,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주지도 않는다. 완전한 타인으로 있을 수 있다. 인터넷 세상과는 또 다른 익명성이 부여되는 것이다. 여기서 전에는 없는 용기도 낼 수 있고, 다른 사람인 듯 성격을 바꿀 수도 있다.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얼마 전 봤던 웹드라마 ‘도시남녀의 사랑법’의 ‘이는 오’일 것이다. 여행에서는 예측할 수도 없는 수많은 사건과 맞닦드리며,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여행은 소설처럼 시작과 끝이 있다. 돌아가는 비행기 표. 그것이 내 소설의 엔딩인 셈이다. 그리고 이야기 속 전개가 급격하고 사건이 심각할수록 이야기는 재밌어진다. (무사히 끝이 난다는 전제 하에서)


“인생과 여행은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김영하“


김영하 작가가 중요한 말을 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잘 들여다보지 않고 산다고. 하지만,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행복해질 수 없다. 나와 제일 서먹한 사람은 나의 아픔도, 나의 슬픔도, 나의 억울함도 풀어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타인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나를 알아가야만 한다. 그래서 연애를 해야 하고, 여행을 가야 하고, 독서를 해야 하나 보다.


여기서 문득,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나’라는 인간을 알기 위한 과장이 아닐까. 연인 관계에서, 친구 관계에서, 가족 관계에서, 회사에서, 학교에서, 여행에서, 가상세계와 상상의 세계 속에서조차 우리는 나를 발견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신의 존재를 믿지는 않지만, 신이 우리에게 ‘삶’이란 걸 준 이유가 있다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오라는 뜻이 아니었을까. 내 인생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를 알기 원하며 살아왔는데, 어쩌면 나라는 인간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내가 살면서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죽음의 문턱에 섰을 때, ‘그래서 너는 어떤 사람이었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다면 나는 잘 산 인생이 아니었을까.


이제, ‘여행의 이유’를 읽어보러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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