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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빨간 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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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K Mar 20. 2020

'커리어'란 울타리 길에 갇힌 우리들

커리어 = 걸어 갈수록 어쩔 수 없이 부(WEALTH)와는 멀어지는 길


우리나라에선 열심히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고, 직장에 다니며, 좋은 커리어를 쌓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길이다. 그래서 4년 간 저 멀리 영국 유학까지 갔다 온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갑자기 "나는 앞으로 전문적인 커리어를 쌓지 않겠습니다."라고 선언한다면, 대다수는 굉장히 의아해하거나 걱정할 것이 분명하다. 이렇듯, 우리 현대인들의 시선과 삶의 방향'커리어'라는 그 좁은 울타리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걸어가고 있는 커리어라는 울타리 길

그런데 '커리어'를 쌓지 않으면  안되지? 꼭 공부를 잘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멋진 커리어를 쌓아야만 부자가 될 수 있나? 아니, 나는 얼마 전 그것만이 '성공'''의 길의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수많은 야근에 시달리던 시기 중 어느 날 머리 속에 번뜩 이런 문구가 스쳐지나갔

"A stable career is not a path toward big wealth."

'안정적인 커리어는 커다란 부로 가는 길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WEALTH', 즉 '(富)'는 직장인들도 단순히 재테크를 통해 벌 수 있는 몇 억 정도가 아니라, 최소 몇 십억, 몇 백억 이상의 '자산'을 가르킨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소위 '부자'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최소 10억 이상의 금융자산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에 들어서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10억의 자산가도 부자라고 불리기엔 역부족이다. 30억 정도 있으면 비로소 죽을 때까지 크게 돈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을 것이고, 현금성 자산이 50억 쯤은 돼야 우리가 소위 말하는 진짜 '부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발표된 부자 보고서에서는 부자의 기준이 70억으로 상향되었다.)


그렇다면 월급쟁이인 우리는 과연 '부자'를 꿈꿀 수나 있을까?


솔직히 한 달에 보통 250~300만 원 가량, 좀 많으면 500만원 정도 받으며 허리띠를 졸라매 반 이상을 저축해도 절대로 평생 30억 이상의 자산을 축적할 수 없는 것이 보통 우리 평범한 20~30대 직장인들의 현실이다. 매년 연봉이 5% 이상 인상된다고 해도 불가하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가는 안정된 '커리어'라는 길만 걸어서는 반박할 여지없이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


좌절스럽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밤낮도 없이 하루 종일 회사일에 매달려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수많은 업무 메일과 메시지에 칼답해야 하고, '넵' 병에 걸린 듯 상사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며,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를 쓰고, 동료와의 관계에 스트레스를 받고, 그런 와중에 셀 수 없이 야근을 하고, 11시 넘어 택시를 타고 집 가서도 데드라인에 맞춰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그렇게 받은 월말의 보상은 순식간에 자동이체 몇 번에 뒤도 안 돌아보고 가차 없이 내 손을 떠나버리는 이러한 직장인의 삶은 회사라는 쳇바퀴 속을 계속 돌고 돈다.


혹시 당신도 이런 생활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혹시 당신도 스스로가 회사의 부품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물론,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면서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며 즐겁고 행복하게 잘 다니고 있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절대 아니다. 나는 그들을 존중하고, 오히려 그들이 부럽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러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매일 아침 아무런 의욕도 표정도 없이 그저 버스나 지하철에 실려가 회사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뒤 산더미처럼 쌓인 일 걱정에 스트레스 받으며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이다.




사실 나도 한 그런 시기를 겪었었다. 그 힘들었던 나날들 중 어떠한 계기로 마치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 알약'은 먹은 듯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지금 당연한 듯 걸어가고 있는 이 길은 기득권 층들이 자신들의 부를 위해 일할 '충실한 양'들을 자신의 농장으로 데려오기 위해 만들어 둔 '울타리가 쳐진 길'이 아닐까?


어린양이 자라오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알아서 걸어오도록, 그리고 이미 들어온 양들은 스스로 그 울타리를 넘지 않도록 길들인 것은 아닐까?


아마도 정치, 사회, 금융, 교육 등 대다수의 법과 제도, 그리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 시스템들은 결국 우리를 그들 밑에 두고 편하게 부리기 위한 견고한 울타리무거운 족쇄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어느날 문득 내 뇌리를 스쳤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동안 우리는 왜! 이렇게도 '치열할 삶'을 위해 그렇게도 치열하게 살아온 것인가? 사실 미래에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그렇게 죽도록 '노력'한 것이 아니던가?


그 이유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뭔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자라면서 받아왔던 대부분의 교육이 '취업'을 향해 있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의 삶의 방향이 그곳으로 향해있다. 하지만 내 주변의 그 누구도 이것이 잘못된 길이라고 알려주지도 손을 내밀어 밖으로 꺼내 주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 의해 이 길을 걸어가도록 권유받고 강요받고 나도 모르게 세뇌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길이 우리가 진정 바라는 길이 아니라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사람들이 다들 가는 대학을 가고, 다들 되는 취준생이 되며, 다들 가는 회사를 가며, 다들 쌓는 커리어를 쌓는다. 그렇게 우리 삶의 대부분을 '취업'을 위한 공부와 '커리어'을 위한 에 바친다.


수많은 취준생들은 취업만 하면 삶이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지만, 취업 후 당신이 앉을 그 책상과 회사의 시스템을 만든 자들은 절대 우리가 '그들이 쌓아온 만큼의 부'를 축적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일해줄 착한 양들이 울타리를 이탈하면 안되니까. 그저 굶주리지 않을 정도의 '월급 미끼'를 주며 회사를 벗어날 생각을 못하도록 세뇌시켜 최대한 오래 자신들의 발아래 둔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길러지고 훈련된다.


다행히 이 중 몇몇은 도중에 이 길이 잘못된 길임을 깨닫게 된다. 크게 각성한 자들은 운 좋게 그 울타리 길을 탈출한다. 하지만, 그중 대부분은 수 만 명의 사람들에게 휩쓸려 그냥 그 길을 또 같이 걸어가게 된다. 결국 우리는 치열한 경쟁과 피곤에 찌든 삶에 잠식되어 '부자'의 꿈잊어버린 채 그저 매달 꼬박꼬박 월급 받는 직장인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길을 같이 걸어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여전히 분투한다.


 번의 입시와 4년의 영국 유학을 포함해 사실 누구보다도 '취업'을 위한 공부를 성실히 했었던 나는 겨우 6개월 전까지만 해도 항상 프로젝트 '데드라인'이라는 사악한 괴물에 쫓기 듯이 살았었다. 이 괴물에 잡아먹히면 큰일 난다라는 허황된 두려움의 굴레 목을 졸리고 있었다.


또래보다 일찍 철든 나는 어릴 적부터 주어진 것들을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상대적으로 많이 느꼈다. 그리고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항상 '애를 쓰며' 살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에 대학생, 심지어 직장인이 된 순간까지도 '데드(Dead)'라인 내에 완벽한 것을 만들어내려 죽기 살기로 애썼다. 물론 그만큼의 성과와 인정을 받았고 때로는 보람 있었지만, 그것은 솔직히 ''를 위한 것이 아닌 '남들의 인정'을 위한 것이었고, 그렇게 잘못된 인생의 방향과 습관들은 내 삶을 점점 잠식해왔다. 애쓰고 무리할수록 불행해졌다. 병원 신세를 많이 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입사 초에 가졌던 '훌륭한 직원'이 되겠다는 허망한 꿈을 포기하고 회사를 탈출하고 싶어 졌다.


그러나, 이내 두려워졌다.


"막막했죠. 막상 회사를 나가려니까 내가 가진 것이 별로 없어 보였어요. 나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구나. 준비된 것이 없구나. 회사 일만 열심히 하면 내가 저절로 성장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회사라는 시스템 속 부품이 되어가는 느낌, 내가 가진 것을 모두 소진하고 텅텅 비어 가는 느낌이 자주 들었어요.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 뭔가 더 채워서 나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그때까지 참고 다니기에는 내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해서 사는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 마음이 불편했어요. 효율과 생산성을 추구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저에게는 맞지 않는 옷을 끼워 입는 느낌을 주었어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껴 입으려고 하다 보면, 그 옷은 바느질이 허술하게 되어 있는 부분부터 벌어지고 결국 터져버리고 만다. 6개월 전 내 멘털은 그렇게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현재 그런 삶을 살고 있다. 회사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옷, 우리 사이즈에 딱 맞는 옷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생긴 유니폼이 지급된다. 그래서 내가 원래 가진 '개성''능력'을 온전히 발휘하기는커녕, 덩치가 있던, 마르던, 다리가 길던, 팔이 짧던, 각자 너무도 다른 몸을 그 똑같은 유니폼 안에 끼워넣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어찌어찌 옷을 입은 우리는 온몸이 꽉 끼고 움직이기 불편한 상태에도 불구하고, 더 '생산적'이고 더 '효율적'인 직원이 되기 위해 애쓴다. 그 효율성생산성 추구는 도대체 누구를 위함인가? 진정, '나'를 위한 삶은 아닐 것이다.




'나의 비전'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닌, '다른 이들의 비전'을 위해 살아가는 삶은 결코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 없다. '내가 세운 데드라인'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세운 데드라인'에 맞춰서 살아가는 삶은 '자유''통제력'을 잃은 삶이다.


어떤 형태든 '통제력'은 잃은 삶은 결코 '자유'를 얻을 수 없고, ''의 길로 갈 수 없다. '시장 (market)'이 아닌 어떤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많은 연봉을 받는 전문가들은, 아무리 억대 연봉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대부분은 죽을 때까지 돈 걱정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은 잘하면 30년 후에는 어느 정도 큰 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30-40대의 젊고 건강하며 멋지고 한창 예쁠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얻기는 어렵다.


당신은 지금 걸어가고 있는 당신의 커리어에 만족하는가? 아침 출근길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가? 비록 30년 후의 나의 삶은 그리 넉넉하지는 않겠지만 이 회사의 비전과 목표에 공감하며 나의 젊음과 능력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정말 좋은 일자리를 얻었으며, 커리어라는 길에서도 당신은 나름 선두에 서서 '부'에 그나마 가까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하루 빨리 각성하여 '그들'이 아닌 '우리'가 부자가 되는 공부와 새로운 생각을 해야만 한다. 멋진 커리어가 아닌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돈'이라는 것에 '욕심'이 아닌 '관심'을 가지고 그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회사를 다니면서도 회사의 통제 밖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을 구상하고, 사회에 좀 더 이롭고 가치있는 것을 생산하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해결하면서도 저절로 돈을 끌어당길 수 있는 법을 매일매일 떠올리면서 살아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가 월급 받는 커리어를 탈출하여 경제적 자유를 얻고 '진정한 '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울타리 안에 갇힌 양 떼와 저 멀리 그들을 비추는 석양

지금은 비록 누군가 만들어 놓은 이 길을 앞만 보고 걷고 있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 저 아름다운 석양 너머 '부'라는 제대로 된 목적지에 시선을 두어라. 그리고 그 시선을 놓치지 말고 언제라도 탈출할 수 있을 만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저 남들 따라 무작정 걷다 보면 당신은 그제야 깨닫게 될 것이다.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도 멀리 와 버렸다는 것을.




그러니 하루 빨리 깨닫고, 미래를 준비하자.


나도 이제야 걷기 시작한 이 길을 당신도 함께 걸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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