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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ny K Jan 28. 2021

자극의 휘발

자극적인 것들은 그리 오래 남지 않더라

오늘 우연히 찾아간 저의 옛 블로그에서 2019년 3월에 쓴 먼지 쌓인 한 조각의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문득, 살아오면서 너무 맵고 자극적인 것만 찾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도, 음악도, 영화도, 책도, 정보도...

항상 나의 몸과 마음에 자극을 주는 것들만 손이 가더라. 즉각적으로 나의 공허함을 채워주고 불안을 잠재워 줄 것들이 필요했던 걸까.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무의식적으로 항상 '자극'만을 갈구해왔던 것 같다.

이 글을 쓸 때만 해도 저는 '자극'적인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담백한 음식보다는 매콤 달콤한 떡볶이를,

조용한 클래식보다는 중독성 있는 댄스/힙합을,

달달한 로맨스 영화보다는 강렬한 액션/스릴러,

철학적인 인문서보다는 채찍질하는 자기 계발서를,

지루한 정치/경제보다는 자극적인 연예/이슈면을..


옛날의 제가 추구하던 것들은 맛있고 즐겁고 짜릿했습니다.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마음속 고통과 불안을 잠시만이라도 잊게 해주곤 했죠.




하지만, 이런 자극적인 것들을 매일 즐기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자극적인 것들은 결국 휘발되는구나.


음식이던 음악이던 글이든 간에 자극적인 것들은 제 마음속에 은은하게 남지 않고 금방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내성이 생겨버린 듯 자극을 느끼는 감각은 점점 더 무뎌졌어요. 즐기는 그 순간엔 즐겁고 행복하지만, 며칠 아니 몇 시간만 지나도 그 짜릿했던 감각과 감상이 저의 혀 끝, 귓가, 머릿속, 제 마음속을 금방 떠나버리고 말았죠. 오랜 시간 그게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았는데 재작년에는 유독 그 공허함이 크게 느껴졌나 봅니다. 그 당시 제 마음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어요.



자극을 즐길수록 몸에는 무리가 되고, 머릿속에는 남는 것이 없는 것 같아.
하루하루를 살아도 뭔가 축적되지 않는 느낌이 들어.


특히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난 뒤로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과 능력, 그리고 교양을 갖춘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이 더 자주 들었습니다. 자극적인 취향과 얕은 관심이 만들어낸 '나'라는 존재교양 있고 능력 있는 사회인의 모습과는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순간적 자극만을 즐기던 나의 취향들은 어느새 나를 교양 없는 무능한 사회인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제가 향유했던 문화들이 삶에 불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편식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죠.


이런 생각을 갖게 된 이후 더 이상 '관심과 취향을 편식하지 않겠다'라고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몸의 건강을 위해서도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도.


으로 다양한 것들에 고루고루 관심을 갖고 그중에서 나와 잘 맞는 것들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와 사색을 하면서 저만의 확고한 취향과 교양 그리고 전문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이죠.




그때의 생각과 다짐을 개인 블로그에 비공개로 남긴 지 약 2년이 흘렀습니다.


그 후, 지금의 저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지금도  여전히 자극적인 것들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지난 해 코로나 시기부터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보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제 삶에 도움이 될 양질의 정보 및 콘텐츠들을 찾아보고, 다양한 분야와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면서 저의 생각과 시야는 이전보다 훨씬 더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만의 확고한 차별점과 새로운 역량이 생겼고, 이를 통해 다양한 SNS 속 저의 부캐 (부캐릭터)를 통해 누군가에게 은은하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죠. 이젠 제가 예전에 그토록 부러워하던 이들을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끔은 삶이라는 요리에서 매콤 달콤한 조미료 같은 순간들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매일 그런 자극적인 음식이나 콘텐츠, 그리고 인간관계들만 즐기게 된다면 우리의 육체와 정신은 서서히 병들고 맙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오랫동안 질리지 않는 다소 심심하고 은은한 들을 즐기는 것 좋습니다. 예를 들어, 책 읽기/듣기, 글쓰기, 토론하기, 명상하기, 운동하기 등이 있겠죠.


당장은 조금은 재미없고 부담스럽고 힘들지만 이런 것들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재미를 붙인다면, 여러분들은 웬만한 자극에도 자신의 취향, 관심 그리고 목표가 흔들리지 않고 삶을 보다 더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깨달음을 얻고, 엄청난 내적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또한, 행복감, 성취감,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 같은 은은하게 강렬한 감정들은 여러분의 몸과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아 여러분들을 더 강하고 자신감 있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자극은 결국 휘발됩니다.


약간의 자극은 성장을 촉진하지만 반복되는 무의미한 자극들은 오히려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시고, '자극'과 '이완'사이의 균형을 잡으며 여러분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We'are all wealth!


From. Jinn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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