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쥬쥬 Nov 12. 2018

드디어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당신의 결정에 도움이 될- 흔한 대기업 퇴사 스토리

5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 회사는 나의 첫 직장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선택한, 혹은 선택당한 첫 회사이자 제대로 된 첫 사회생활이었다. 분명 힘든 일도 화나는 일도 많았지만,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이 배웠다. 감사하게도 좋은 분들을 만나 도움도 받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나의 회사생활은 내내 퇴사와의 싸움이었다. 나는 회사를 다니는 동안 매일같이 '퇴사'를 노래하며 다녔다. 직장인의 삶이 다 그렇다지만, 주변사람들과 비교해봐도 유난히 그 정도가 심했다. 그럼에도 용기가 없어서, 아쉬워서, 이런 저런 핑계와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나도 모르는 사이 5년차의 직장인이 되었다. 이제는 괜찮을 만도, 편해질 만도 했지만 퇴사를 하겠다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쩌면 나의 퇴사 선언은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니었다. 나 스스로와의 길고 긴 싸움이 드디어 끝이 났다.


 


신입사원의 퇴사

어렵게 들어간 그 회사에서 처음 퇴사 생각을 했을 때는 입사한지 불과 3개월 쯤 되었을 때였다. 조심스럽게 회사생활이 어떻냐고 묻는 엄마에게 '보람이 없어서' 오래 다닐 수는 없을 것 같다라는 대답을 했다. 엄마는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는 못했지만, 애써 너가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1년은 다녀봐야 하지 않겠니' 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몇몇 동기들은 1달 만에, 3달 만에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당시 같이 입사한 동기의 수만 해도 100명이 훌쩍 넘었으니 그 몇몇이 전체의 뜻을 대변한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적어도 우리 모두 그 선택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었다. 1개월, 3개월, 6개월 그리고 1년에 걸쳐 위기가 다가온다는 출처 모를 말 뿐이 남은 우리들을 위로해주었다.


퇴사와의 긴긴 싸움은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3개월 차의 투정에 불과했겠지만, 그리고 결국은 엄마의 말대로 1년 이상을 견뎌내긴 했지만, 적어도 그 때 엄마에게 건넨 한 마디는 백프로 진심이었다. 나는 보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 일을 평생 할 수 없겠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그 마음은 한번도 변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1년 차의 퇴사

하루하루를 버티는 마음으로 지내던, 1년 차의 어느 날에는 몸과 마음이 지쳐 더 이상은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팀장님을 찾아가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퇴사에 실패했다. 팀장님은 잠시 후임자를 구할 때까지만 있어달라고 부탁하셨고, 순진했던 나는 존경하는 팀장님의 그 말을 믿었다. 충분히 고민했다고 자부했지만 충동적인 결정이었음을 팀장님은 알고계셨을 거다. 결국 퇴사하진 못했지만, 팀장님이 벌어주신 그 시간이 회사생활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그 전까지만 해도 YES맨이었다. 무리한 요구도 거절하지 못했고, 부당해보여도 알겠다고 했다. 회사생활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도 무조건 괜찮다고만 대답했다. 신입사원이면 당연히 그래야한다는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자라서 징징거린다는 소리를 절대 듣고 싶지 않아서 힘든 티를 안냈고, 요즘 신입사원들은 버릇없다고 할까봐 그 흔하다는 남의 흉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퇴사를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 더 이상 눈치 볼 이유도, 감정을 감출 이유도 없었다. 친한 동료에게 짜증났던 일을 털어놓고, 회사 욕을 했다. 이제 싫은 것은 싫은 티를 내어도 되었다. 그러자 우습게도 마음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했다. 미련하게 나를 감추며 회사생활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래서 회사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라는 존재'의 진짜 회사생활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결국엔, 퇴사

그렇게 생명을 가까스로 연장한 회사생활은 생각보다 무탈하게 흘러갔다. 너무나도 맞지 않았던 직무가 운 좋게도 전공관련 직무로 바뀌었고, 점차 일이 익숙해지면서 타성에 젖어갔다. 여전히 퇴사는 입에 달고 살았지만, 회사 생활을 어느정도 컨트롤 하는 요령도 생겨갔다. 정말 평범한 직장인 그 자체가 되는 일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잡다한 생각이 많은 성격 탓인지, 회사 생활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끊이질 않았다. 한 마디로 회사생활에 만족하지 못했다. 무언가가 늘 부족하게 느껴졌고,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불편했다. 회사 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그 날 그 날 풀어버리면 그만이었지만, 근본적인 결핍은 해결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이 곳에 평생 다닐 수 없음'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결국 몇 년에 걸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고, 그 과정에서 나를 발목잡는 것들을 하나씩 쳐내어 갔다. 금전적인 문제, 다시는 얻을 수 없을 '공채'라는 타이틀, 경력 단절, 재취업의 위험, 부모님의 우려... 수도 없이 많은 문제를 고민하고 하나씩 정리해나갔다. 그 당시 나의 전부였던 것들을 내려놓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나'를 살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이제는 퇴사할 수 있었다.


실제로 퇴사를 하기 직전에 어떤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기도 했지만, 그 것은 하나의 촉발제였을 뿐 나는 이미 언제든 퇴사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수 많은 면담을 했고, 회유도 받았지만 이번엔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엔 성과급의 유혹도, 견디면 나아질 것이라는 위로 아닌 위로도 나를 붙잡을 수 없었다. 한 번의 경험을 했기에 이번 결정은 단순히 충동적이지 않음을 알 수 있었고, 많은 변수를 고민하고 또 고민해왔기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도 있었다. 그렇게 5년 간의 회사 생활이 단 일주일만에 쉽게 끝났다.


어쩌면 당신의 결정에 도움이 될- 흔한 대기업 퇴사 스토리

출처: 유미의 세포들 322화 <멋있는 포인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