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재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81.2084

All brothers

소설 같은 소리


1. 오늘은 2084년 11월 26일 아침이다. 나는 43세 싱글 남자이며,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소시민이고, 우리 부모님은 내 이름을 아이러니하게도 신세계로 명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와 멋진 신세계는 왜 나와 이토록 닮아 있는 걸까? 그 소설처럼 1984년으로부터 100년의 시간이 지났다. 100년 전 그 소설에서 "Big Brother is watching you" 라고 했었는데, 오늘 문득 그 문구가 떠오르는 건 무슨 이유일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데이터화되고 어디서든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연결된 말로 설명이 필요없는 투명한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그 투명함의 댓가는 가혹했다. 지난 100년간 대한민국의 인구는 절반이상 줄어들어 현재 2500만명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래없는 출산이 없는 사회가 되었고, 성장없이 소멸해 가고 있는 그런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가혹한 상황은 모든 개인의 모든 일상이 누군가에 의해 기록되고, 누군가에 의해 통제, 공유, 감시, 확대 재생산되는 그런 무시무시한 사회가 되었다.


2. "All eyes are working." 대한민국의 공공 불특정영역의 cctv 숫자는 5억 개를 넘어섰고, 우리는 개인의 특정영역에서 goggles(wearable device)를 통해 모든 기록을 데이터화 할 수 있고, 뇌의 신호를 연결하는 새로운 첨단 기기를 몸에 장착함으로써 전 국민의 cctv를 일상화한 첫 국가가 된 지 50년이 지났다.  


3. 모든 순간이 연결되고 공유된다. 내가 goggles' eyes로 보는 모든 상황은 기록되고, 공유되고, 분석, 전송, 저장된다. 그 뿐 아니다. 이 goggles' eyes모든 환경에서 작동하고, 실행된다. 24시간을 기준으로 눈을 뜨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내가 보는 모든 환경은 저장되고, 분석, 관리되고 가이드된다. 나의 기억이 잊혀져도 이 goggles' eyes로 다시 재생시켜 주며, 내가 처음 만난 모든 사람을 그 순간에 기록하고, goggles' eyes 가 그 사람이 누군인지, 어디서 만났는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결국 서로 누구인지 식별해 준다. 지난 50년간 전체 범죄율은 90%이상 줄어들었고, 세상은 도서관처럼 조용해 졌다. 범죄 측면에서만 본다면 그야말로 너무너무 살기좋은 깨끗한 사회가 되었다. 그런데 그 반대의 이면에는 누구도 믿지 못하는 신뢰가 무너진, 극도로 개인화된 사회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결혼과 출산은 0인 사회가 되어 버렸다. 그 덕분에 초고령사회이자 평균연령 68세인 사회,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0순위 국가가 된 참으로 슬픈 대한민국 사회를 지금 나는 살고 있다.


4. goggles' eyes로 인해 여러 범죄 현장의 증거로 활용되었다.


5. goggles's eyes로 인해 여러 개인의 이중성이 그대로 공유되어 우리 사회에 충격과 공포를 주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84를 다시 읽어 보니, 전체주의 사회의 통제를 보여 준다. Big Brother는 지금 All Brother가 되었다. 1984에 빗대어 2084를 생각해 보았다. 극도로 개인화된 시스템 사회의 모습이 지금의 2084이고, 곧 종말을 기다리고 있는 우울한 사회를 보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All brothers are watching all.

All eyes are workin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