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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율 Nov 30. 2016

몽골, 그리고 하늘을 본다는 것

하루만큼 강해진 당신 앞에 찾아온 작은 습관 일곱

비록 꽃무늬가방을 들고 다니는 나지만, 단 한번도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아름다움에 감탄한 적이 없었다. 지나가는 길목의 나무는 기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며, 풀의 초록빛은 식상하기 그지 없었다. 자연을 예찬하는 시 또한 감동적으로 다가온 적인 없었다.

몽골 여행 첫날, 울란바타르 공항에서


그러던 내가 바뀐 것은,

작년 몽골을 여행하던 어느 한 순간이었다.


몽골에서 십여년 살다가 한국으로 대학을 온 나의 친구와 함께,

5시간동안 쉼없이 달리는 봉고차를 타고 초원과 사막이 만나는 경계에 이르렀다.

게르에 짐을 풀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나서 우리는 모래 언덕 위로 올라가 앉았다.

모래 언덕에서 친구는 말했다.

"나는 한국의 하늘이 답답했어. 낮든 높든간에 주위는 건물로 막혀 있어서 한국에서 하늘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적이 없었거든. 넌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니?"


나는 하늘을 바라 보았다.  끝없이 보이는 완만한 모래 언덕을 따라 하늘은 끝없이 놓여져 있었다. 내 앞에 있는 하늘은 어둑한 푸른 빛깔이었지만, 더 멀리서는 보라빛 사이에 햇살과 같은 것이 비쳤다. 두 개의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것 같았다. 하늘은 거대했고, 위대하게 다가왔다.


저 멀리 보이는 뿌연 공간은 비가 오고 있는 곳이라고 했다. 구름은 저 높은 하늘 위에 떠 있는 솜사탕과 같은 모습으로만 다가왔지, 황량한 초원의 끝자락과 비를 뿌리는 구름을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르 가운데에 놓인 녹슨 난로

그 속에서 활활 타는 불을 보며 그 날 본 하늘의 모습을 떠올렸다.

무속신앙을 믿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은 과거의 사람들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건물들에 가려, 화려한 도시 빛에 묻혀 잘 보이지 않았던 자연은 너무나도 대단했고,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와닿는 순간이었다.


내가 작은 존재라는 걸 깨닫고 나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세상은 자연이 꾸려주는 연극무대와 같이 느껴졌다. 하늘은 조명과 스테이지의 빛깔을 담당했고,

길가의 나뭇잎 하나 하나도 예술가들이 정성들여 만들어 놓은 소품과 같이 느껴졌다.

실제로 나뭇잎을 주워와 장식으로 사용하던 카페 413

우울한 날에도 주위를 둘러보면,

구석구석에 자연의 인테리어에 미소를 짓게 되었다.

그제서야 왜 사람들은 자연을 그리고 그리워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하늘을 모으기 시작했다

서촌, 박노수 미술관
울란바토르, 한 가운데에서
번지점프를 하던 곳의 하늘

하루에 한번이라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떨까

자연이 잘자라고 불을 꺼줄 무렵, 아침을 알리는 하늘의 풍경, 그리고 그 사이 무수히 많은 선물들을 들여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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