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근시라 안경을 벗으면 형체가 희미해집니다
근시는 상이 망막 앞에서 맺히기 때문에 사물은 흐려집니다. 대신 빛은 강렬해지고요.
사물의 선이 사라지지만 형체 위로 빛이 넓고 진하게 퍼져 보이죠.
빛을 형체로 인식하지 못하고 빛 자체로 인식하는 시각을 미술에서는 "인상파의 눈"이라고 헙니다.
그래서 불편한 근시는 빛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축복받은 눈"입니다.
어쩌면 모네, 르노와르도 근시였던 건 아닐까요?
퇴근길, 안경 벗고 앞이 희미한 상태로 길을 걷습니다.
잘 보이지 않아 마음이 더 편한 그런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