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기록
먹은 음식을 다 게워냈다.
손발이 차가워지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소리는 저 아득한 곳에서 들리는 듯했고 눈앞은 흐릿했다. 괜찮아지고 싶었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다행히 혼자가 아니었다.
그동안 겨우겨우 지고 올라왔던 짐들이 내 머리 위로 우르르 쏟아진 탓이라고 했다. 내가 맡은 것들에 대한 책임감, 내 책임이 없는 일에 대한 책임감, 원망과 우울을 이겨내야 한다는 책임감.
모든 것들이 명치에 콕 박혀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었다. 않던 일을 해서 그렇다는 말에 멋쩍은 웃음을 보였지만 그 말이 맞았다.
30도가 넘는 습한 날씨였지만 솜 이불을 덮고 사람들 사이에 누웠다. 나를 걱정하면서도 괜찮냐고 더는 묻지 않았다. 내가 스르르 잠이 들 때까지 그저 크고 작게 웃고 떠들어주었다. 그 소리를 자장가 삼아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자고 일어나니 세 시간이 지나있었다. 피와 땀으로 빠져나간 것은 나를 집어삼키던 불안과 부담과 우울이었다. 대신 어떤 모습도 괜찮다는 위로가 가득 채워졌다.
함께라는 말이 가장 큰 위안이 되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