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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x Jul 23. 2018

나이에 대한 조급함

인생을 모두가 손붙잡고 똑같이 걸어갈 순 없잖아요

얼마 전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30대가 되기 전에 ,

20대에 해야 할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조급해진다고

그러면서 나에게 물어봤다.


20대에는 뭘 해야 20대를 잘 보냈다고 할까?

 

어제는 친구와 얘기를 하다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20대 중반에는 이런저런 내 인생의 에피소드들로 인해 나 스스로가 많이 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그것도 아닌 것 같아.

나는 여전히 상처받고 사소한 일에도 기분 나빠하고 슬퍼해

배우고 싶어 했던 것도 하고 싶어 했던 일도 끝까지 가지 못했는데 벌써 20대가 끝나가

그래서 말인데 그런 시간이 있으면 좋겠어  

28살에서 29살로 넘어가는 1년에 유예기간을 줬으면 좋겠어 28.5살 같은 그런 쩜오의 시간들 말이야.


언젠가 손석희앵커가 집필한 책 제목과 본문 내용을 접한 적이 있다.

지각인생이라는 책 제목의 내용이었는데 항상 본인은 모두가 거쳐가는 삶의 지표에 도달하기 까지 지각을 했다는 내용이었나 그랬다. 그 내용을 볼 때는 나와 참 비슷하다!라고 건방진 생각을 했었다.

지각하는 삶이라건 맞지만 그 분은 지금 성공적인 커리어를 지니고 있고 나는 여전히! 아직도! 불안한 미래에 허둥거리고 있다.



친구와 헤어져 돌아와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 세상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다른 경험과 100개의 다른 시간 100개의 다른 템포로 만들어진 삶이 있을 것인데 고작 10년안에 내 인생의 모든 경험을 다 해보지 못한 사람처럼,

30이 되는 그 순간 죽는 것처럼 후회와 조급함이 밀려드는 걸까.

10년동안 느리지만 꽤 많은 일이있었고, 그 많은 일 속에서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도 분명히 있을텐데 말이다.

20대 중반 세계가 바뀌는 것을 경험하고, 감정의 파도들을 넘나들며 스스로가 꽤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감당이 안되었던 그 시간들을 사랑할 순 없지만 그로 인해 다름을 인정하고 감정의 지평을 넓혀갔음을 느꼈던 그 순간은 헛것이 아니었다. 10대, 20대 초반의 그 시간으로 다시 돌라갈래라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여러시간들이 쌓여 다듬어지고 만들어진 지금의 내가 좋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갈수록 나이가 든다는조급함은 나를 압박하고 인생이 끝나가는 것 같은 자괴감을 느끼게 만든다  



대학교를 다닐때 학교친구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긴 했지만 내 주위 그 누구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말을 전해 들었다.

여자 나이 크리스마스 케익이라 올해가 소위 '잘 팔리는' 나이라는 말을 꺼냈다.

해리포터의 입밖으로 육성으로 전해지던 볼트모트라는 이름을 들은 해그리드의 심정이 이랬을까.

그런 되도 않는 말이 전해진다더라 라고 알고 있던 말이었지만 누군가의 입밖으로 저 말을 듣는 순간

자유롭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살고 있는 나의 멱살을 끌어잡아 도매시장 바닥 위 떨이생선으로 전락시킨 것 같았다.

그 때의 그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저급한 말을 무시해 버리고 무표정으로 뻐큐를 날려버리면 그만이지만 그 말을 옮기고 믿으며 신뢰하는 순간 말은 힘을 가지며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한국 사회는 서로가 서로에게 젊음에 대한 강박과 조급함을 심어준다.

특히 '크리스마스케익'이라는 저급한 말을 통해 알 수 있듯 한국여자들에게 더 그렇다 .

한국남자들 중 그 누가 본인 나이 크리스마스케익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겠는가.

지금은 저런 노골적 단어로 나이에 대한 강박을 심어주는 모욕적인 언사는 사라졌지만(사라졌다고 믿고 싶다.)

한국 사회는 아직도 교묘한 말들로 촘촘하게 젊음, 나이에 관한 조급함을 주입한다.



나는 그 나이대에 정해놓은 지표에 도달하지 않거나 선로를 벗어나는 모험가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밌지만 쓸모없는 경험들 나를 성장시키는 경험들 여러 경험들을 마음놓고 누려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모험가들이 조급함과 틀렸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인간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다.

모두가 다 같은 시간에 도착하여 다들 하나의 지표를 향해 손을 잡고 똑같이 걸어갈 순 없는 것이다.

5천만명의 사람들의 5천만개의 스토리가 있고 그 이야기들이 존중받길 바라는 내 생각은 너무 큰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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