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야기
엄마가 꿈속에 나왔다.
잠에서 깨서 엄마 생각을 하다가
엄마와의 마지막 여행이 떠올랐다.
갑자기 함께 했던 모든 풍경이 엄마의 시선으로 느껴졌다.
엄마를 찾아 멀고 먼 중국에 혼자 온 딸을 맞이하던 엄마의 시선.
너무 반갑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했을 엄마의 마음.
혼자서 산책하던 길을 나와 함께 걸었을 때 설렜을 엄마의 마음.
혼자만 알던 마을 풍경을 나와 공유했을 때 신났을 엄마의 마음.
내가 민망할 정도로 병원 사람들에게 나를 자랑하던 엄마의 마음.
그리고 내가 떠난 후 혼자 남겨졌을 때의 엄마의 마음.
때론 외롭고 아프고 힘들었을 엄마의 마음.
나랑 같이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쓸쓸한 마음을 달랬을 엄마의 모습.
왜 나는 그동안 엄마가 씩씩하고 대단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을까.
나약하고, 기대고 싶어 하고, 잘 울고, 소심한 내 모습이 엄마랑 겹쳐져 보였다.
졸업 앨범을 펼쳐 엄마를 찾았을 때 도깨비처럼 내 모습이 박혀 있는 걸 발견했던 그날처럼.
삶의 지평이 열릴 때가 있습니다.
과거가 이해되고 현재는 단순해지며
미래는 선명해지는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열리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 쌓인 고통과 의심, 갈망과 갈등, 도전과 실패들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100도에 물이 끓듯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입니다.
삶의 지평이 열릴 때 찾아오는 현상이 있습니다.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생기고
타인이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게 되며
지금 여기에 발붙이고 살고 싶어 집니다.
성공이 아니라 의미를,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외부가 아니라 내면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소중히 여기게 됩니다.
"스스로 결정하는 삶이 아니라면 그 삶은 아무 의미도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삶은 스스로 개척할 때 기쁘고 아름답습니다.
삶의 지평/정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