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편에게 힘든 일들이 많았다. 도저히 못 버티겠다며 계속 이런 상태라면 휴직도 고려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드디어 고름이 터져나왔구나! 나는 어디에서 튀어나온 용기인지 몰라도 용감하게 말했다.
쉬고 싶을 땐 언제든 쉬라고. 그러다 영 아니다 싶으면 그만둬도 좋다고. 어떤 선택을 해도 좋으니 대신 선택 전까지 상담도 받고 치료도 받아보자고. 그리고 우리 마음이 정말 튼튼해졌을 때 후회 없는 선택을 해보자고.
다행히도 남편은 내 생각에 동의했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가슴이 답답하다며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남편은 잔잔한 노래를 듣고 싶다고 했다. 이런 순간에 위로가 될 만한 노래들이 샘솟듯 떠올랐다. "나 이런 노래 찾기 전문가야!"
그런 말을 하며 문득 그간 내가 얼마나 힘들고 지쳤었는지 느껴졌다. 나는 우울한 노래들만 좋아하는 우울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너무 지치고 힘들어 본능적으로 기대 쉴 곳을 찾고 있었던 거구나 하고.
나는 한 번도 그럴만하다고 인정하지 못했었다. 내 주제에 힘들어할 자격이 없다고. 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채찍질하고 몰아세우는 내가 보였다.
그래서일까. 이럴 때 무얼 해줘야 할지 더 잘 알 것 같았다. 끊임없는 자책, 왜 나만 이렇게 나약할까, 온갖 부정적인 생각 속에서 헤매고 있을 남편. 그 옆에서 나는 그저 당신의 마음을 알고 있다고, 나도 그렇게 부서져 본 것 같다고, 그러니 언제든 넘어져도 된다고, 내가 매트리스가 되어 곁에 있을 테니까.
괴로워하며 누워있는 모습이 꼭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아이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렸다. 둘이라 다행이다. 이렇게 나약한 나도 누군가에게 기댈 곳이 될 수 있다니. 연약한 우리 둘이라도 서로 보듬고 기대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나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