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이었다. 생각없이 엄지손가락을 까닥이며 사람들이 점심에 뭘 먹었는지, 원래 별 관심도 없던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등 굳이 몰라도 될 랜덤한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내 모습을 의식했다.문득 이건 정보 과잉을 넘어 '정보 폭력'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이 페친이 올리는 경제 관련 정보는 참 유용해서 계속 받아보고 싶은데, 그렇다고 해서 그 분의 육아일기까지 받아보는 건 TMI 아닐까. 마침 휴대폰 용량도 부족했기에 잠깐의 고민 끝에 가장 큰 용량을 차지하는 페북과 인스타 앱을 삭제했다.
당연히 처음 몇 주 간은 금단 증상에 시달렸다. 휴대폰 인터넷 브라우저로 꾸역꾸역 하루에도 수십번씩 페북과 인스타를 접속했으니까. 페북은 그렇다쳐도 인스타는 앱 없이 사용하려면 UI/UX가 불편하기 그지없는데, 이를 감수하고 굳이, 접속해서, 하트를 누르고야 마는 불굴의 의지라니. 인스타 친구들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놓치는 것에 대한 FOMO(Fear of missing out)도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가 인스타를 떠나있는 동안 누군가 엄청 중요한 사진을 올리면 어떡하지? 그걸 나만 모르면 어떡하지? 이렇게 내 존재가 잊혀지면 어떡하지?
하지만 역시 인간이란 적응의 동물이라. 어느 시점을 지나자 점차 페북과 인스타를 접속하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따라서 의미없이 스크롤링 하는 시간과 그로 인해 얻는 랜덤한 정보들이 확연히 줄었다. 무엇보다 인스타에서 놓쳤다고 큰 일 나는 정보는 없더라.
그래서 말인데, 페북에 '카테고리'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포스팅을 할 때 '예술', '정치', '경제', '일상', '육아', '셀피' 등 카테고리를 설정할 수 있게 하는거다. 그러면 나도 카테고리별로 필터링한 정보로 내 피드를 채울 수 있을테니까. 분명 내 페친들 중에서도 내가 올리고 공유하는 랜덤한 포스트들을 봐야'만' 하는 분들이 있을텐데, 내 눈에만 예뻐보이는 내 사진 안 볼 기회를 줘야하지 않겠는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더이상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접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불필요한 정보를 안 접하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주커버그여, 유저들이 정보를 취사선택 할 기회를 달라(이런다고 주커버그가 보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