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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현 Apr 17. 2022

라떼 파파의 육아

스웨덴에는 라떼 파파라는 신조어가 있다. 갓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동네 카페에서 라떼를 마시는 매력적인 젊은 아빠를 가리키는 용어다. 성평등을 합리적인 최고 단계까지 끌어올린 나라답게, 스웨덴에서 라떼 파파를 만나기는 어렵지 않다. 동네에 흔히 보이는 아빠들의 모습이다. 

카페는 물론이거니와 길거리에서 흔히 아빠 혼자서 유모차를 끌고 장을 보는 모습도 흔히 만나게 된다. 물론 아내가 옆에 있을 수도 있지만 없이 혼자서 육아를 담당하는 모습이 더 흔하다. 한국처럼 여성이 독박으로 육아를 담당하고 남성이 옆에서 돕는 정도가 아니다. 스웨덴 남성은 혼자서 육아를 담당한다. 때론 유모차를 끌면서 조깅까지 하는 젊은 아빠들도 간혹 본다. 자신의 여가와 육아를 놓치지 않으려는 남성의 고분투가 느껴지는 장면이다.


라떼 파파라는 용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성립되어 있지 않아서 여러 가지 분분한 설이 있다. 우선 못생긴 남자는 라떼 파파가 될 수 없다는 설이다. 오직 매력이 있는 젊은 남자를 가리켜 라떼 파파처럼 부드럽다는 단어를 쓸 수 있다고 누군가는 강조한다. 

그리고 특이한 사실 중 하나는 스웨덴 사람들은 이 신조어가 익숙한 단어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에게는 남자가 아이를 돌보는 모습에서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남성이 혼자서 육아를 하는 모습은 우리에게는 아주 특별하고 생경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스웨덴 사람들에겐 일상의 모습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성평등을 선도적으로 이룬 나라, 스웨덴의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성평등이란 이처럼 남성과 여성의 성적 역할의 기준이 완벽히 무너지고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상이 되어야 가능하다. 즉, 남성이 육아를 도와도 그 남자가 특별히 다정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게 당연한 상황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남성이 육아를 전담한다면 그 남자는 경제적 능력이 여성이 비해 현저히 떨어져서 그렇다거나 혹은 아주 아주 특별히 다정한 남자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은가? (대부분 모자란 남자로 취급되는 경우도 많다.) 사회가 이렇게 남성의 육아를 처우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남성의 육아는 남의 눈치가 보이는 일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남성이 육아를 담당하는 게 특별한 경우가 되면 우리는 그걸 성평들을 이뤘다고 볼 수가 없다. 


라떼 파파라는 신조어의 탄생에 크게 일조한 스웨덴의 육아 프로그램은 바로 육아 휴직에 대한 관대한 정책이다. 아이를 낳은 커플에게는 총 480 일의 유아휴직이 가능한데, 남편에게 240일, 아내에게 240일 이렇게 배정된다. 다만 한쪽이 최소 90일을 사용한다면 나머지 육아휴직일은 다른 파트너에게 양도를 할 수가 있다. 양도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개월은 사용해야 한다. 따라서 최소한의 규정을 지키기 위해 남성이 육아휴직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라떼 파파가 대량으로 양산되게 된 셈이다. 

스웨덴도 우리나라처럼 출산율이 상당히 낮아서 고민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고, 남성과 여성이 가졌던 전통적 성역할을 무너뜨리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나라에도 육아휴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성이 육아휴직을 내는 것도 눈치가 보이며, 남성이 육아휴직을 내는 건 더 어려운 사회적 시선도 큰 문제일 수밖에 없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도만 개편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성적 평등과 사회적 가치를 모두 들여다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참고, Reference]

https://inf.news/en/world/e71a48c4acb4d0ed098ec8d40a971adc.html

https://slangit.com/meaning/latte_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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