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캠핑 문화를 보면, '뭐 저렇게까지 해야 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텐트는 집을 지은건지 잠시 잠을 잘 공간을 만든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거대하다. 캠핑용 장비들은 또 어떤가? 무슨 이민을 떠난 자들의 긴 여행을 방불케 할 수준이다. 저걸 다 짊어지고 가서 캠핑을 한다는 게 내 정서와는 도통 맞지 않다.
얼마 전의 일이다. 한국에 있는 형이 캠핑 의자로 30만 원짜리 제품을 보고 있다길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적이 있다.
캠핑, 감성이 묻어 있으면 좋겠지만 단순하게 즐기면 되지 않을까? 바리바리 싸들고 숲에 가서 팝업 커피숍이나 차리는 게 무슨 캠핑인가? 그게 뭐라고 난리법석인지... 요즘의 조깅 문화도 비슷하다. 예전부터 조깅을 즐겨한 이유가 바로, 별다른 준비나 장비 없이도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의 조깅은 마치 패션쇼를 방불케 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나는 또 그런 조깅 트렌드를 보며 '뭐 또 저리 난리법석인가?'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뿐이다.
브런치를 통해 늘 말해 왔던 말이지만, 스웨덴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나라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그다지 즐길 여가활동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이렇게 알코올 중독자가 많은지도 모르겠다.) 친구도 별로 없는 이민자인 내가 할 일이란 그저 숲으로 나가 산책이나 조깅을 즐기는 일이 전부다. 그렇기에 늘 이야기하는 게 있다.
"자연을 즐기지 않는다면, 스웨덴에서 뭐 하고 사냐?!"
깨끗한 공기, 우거진 숲이 전부다 싶은 나라에서 그걸 멀리한다면 어쩌란 말인가?
오랜만에 캠핑을 나섰다. 특히 반려견과의 캠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여름을 지나 겨울로 넘어가는 가을이었다. 숲에는 모기가 사라졌다. 게다가 오래 걸어도 땀이 많이 나지 않을 시기다. 더 추워지기 전에 후다닥 캠핑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참고로 한국이나 소셜네트워크에서 늘 보아오던 그런 감성이 있는 캠핑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다. 우리 일행은 그냥 오두막에서 이틀 밤을 보내기로 했다. 숲에 가면 저렇게 오두막이 있고 주변에는 모닥불을 지필수 있는 공간까지 있다. 테이블과 의자도 있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는 우물이 있으며, 화장실까지 있다. 게다가 장작까지 제공이 된다. 이 모든 것이 다 무료다. 그냥 숲 속 캠핑 장소로 가서 사람이 없다면 차지하면 끝이다.
물론 비용을 내고 캠핑하는 곳도 스웨덴에 있다. 그런 곳은 주로 타 유럽국가에서 온 여행자들이 가족들과 함께 이용하기 위한 곳이 대부분이다. 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웨덴 현지인 대다수가 이렇게 그냥 무료인 캠핑 장소를 이용한다. 오두막에서 캠핑을 해도 되지만, 더 산속 깊이 들어가서 아무런 시설이 없는 곳에서 캠핑을 해도 된다. 스웨덴은 숲 속에서 거의 아무런 제한이 없이 캠핑이 가능한 '캠핑 프렌들리' 나라다.
스웨덴은 잘 알다시피 땅이 엄청 넓은 나라다. 캠핑하면서 이웃이 생기는 일은 아주 드물다. 그렇기에 장소를 정할 때, 주변에 이미 자리를 차지한 그룹이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너무 근처에 텐트를 세우면 실례이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의 근처에서 캠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먼저 온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좋다.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이지 않은가?
우리 일행은 텐트는 들고 왔지만, 그걸 또 설치하는 일이 성가셔서 그냥 오두막에서 밤을 지내기로 했다. 오두막 캠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두막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작은 창고가 있는데 그곳에는 타운에서 친절히 쌓아놓은 장작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이런 장작이 무료로 제공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햐... 이렇게 세금 낸 보람이 있구나!'
그렇게 난 스웨덴에서 낸 세금을 조금이라도 돌려받을 각오로 장작을 한아름씩 실어 날랐다.
저렇게 장작을 피울 수 있는 공간까지 있다. 그릴도 달려 있어서 원하면 바비큐 파티도 가능하다. 다음엔 소고기 스테이크, 생닭을 들고 와서 오후 내내 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공간들이 꽤 넉넉하게 그리고 군데군데 숲 속에 걸쳐서 설치되어 있다. 스웨덴은 캠핑하기에 너무 좋은 나라다. 그렇기에 네덜란드, 독일에서 온 사람도 많고 옆나라 덴마크에서도 굳이 스웨덴으로 넘어와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첫날의 장작불은 쉽지가 않았다. 가스버너를 사용할 계획이었던지라 그릴용 불 붙이는 오일이라던지 부속품을 챙겨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날씨는 가을로 접어들어 비가 자주 온 터라 장작은 습기로 축축한 상태였다. 이런 나무에다 불을 붙이려니 성공할 턱이 없었다. 주변에서 마른 나뭇가지나 잎사귀를 들고 와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보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2시간 공을 들인 뒤에 우리들은 안정적으로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 위에 주전자를 올려놓을 수 있었다.
이미 날씨는 어두워져 가고 있었는데 캠핑의 시작인 장작불 붙이기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뒤였다. 오두막의 앞면은 뻥 뚫려있었기에 밤이 되자 기온이 급속히 내려가면서 추위에 속수무책이 되었다. 모닥불은 그렇게 추위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침낭을 들고 와서 아주 춥지는 않았지만 숨을 쉬기 위해 열어 놓은 얼굴 부분의 공간을 통해 찬 바람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반려견은 갑자기 바뀐 허름한 잠자리에 잠을 청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다 결국 침낭으로 들어와 잠이 들었다.
차라리 텐트를 쳤다면 이런 추위로 고생하진 않았을 것이다. 오두막을 사진으로 다시 보니, 무슨 야인의 삶을 보는 것만 같다.
캠핑의 묘미는 사람과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자연에서 찾는 혼자됨의 즐거움에 있다. 스웨덴의 자연은 어딜 가나 다 비슷비슷하게 좋다. 지역마다 아주 특별하게 다른 풍경이 있는 것도 아니며, 영화에서 볼 법한 노르웨이의 절벽이나 폭포 같은 풍경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진 않는다. 그렇지만 스웨덴 자연에는 평온하고 심플한 멋이 있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남부를 떠나 저 멀리 북쪽으로 올라가면 지리적 풍경이 다르리라 생각한다.
첫날에는 아주 짧게 걸었다. 주변에는 큰 호수가 있었는데 몇 사람들은 낚시를 하고 있었다. 살면서 낚시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내가 스웨덴에 와서 낚시에 조금 흥미를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장비를 장만하는 것도 일이지만 낚시를 하려면 라이센스(허가)를 따로 받고 그에 따른 사용 비용도 지불하는 것도 번거로워 생각에만 그치고 있다. 오늘은 주황색 트레일 코스를 따라 걷기로 했다. 주황색 트레일이기에 걸으면서 나무에 칠해진 주황색 페인트 표시를 잘 확인하며 걸어야 한다. 자칫, 트레일을 벗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걸어온 길을 되돌아 다시 트레일 표시를 찾는 것이 낫다.
스웨덴은 트랙킹을 시작하는 포인트에 지도와 트레일에 대한 안내가 잘 나와 있다. 그렇기에 이런 게시판은 꼭 참고를 하는 게 좋다. 스스로를 위한 오리엔테이션인 셈이다. 지도를 보면, 캠핑 장소 및 편의시설도 표시되어 있어 유심히 살펴보면 상당히 유용하다. 지도는 꼭 핸드폰 사진으로 찍어서 나중에 트레일 코스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이 지도를 보는 게 구글맵을 사용하는 것보다 유용하기 때문이다.
캠핑 이틀째 날, 아침 일찍 간단히 밥과 커피를 챙겨 먹고 트랙킹에 나섰다. 가져온 짐들은 모두 다시 간단히 배낭에 넣고 주차장으로 걸어가 차에 넣었다. 다행히 차를 가져와 배낭을 간단하게 꾸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과 개가 먹을 물과 간식을 챙긴 배낭은 묵직했다.
둘째 날은 흐렸다. 이제 점점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는 날씨였다.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동안 스웨덴의 숲에는 여러 가지 버섯이 자란다. 물론 독버섯도 많다. 마트에서만 버섯을 사서 먹은 사람으로서 자연에서 자라는 버섯이 먹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독이 있는 것인지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여러 온라인 사이트를 뒤져서 정보도 찾아보고 책도 읽어 보았지만 헷갈리긴 마찬가지다. 먹을 수 있는 버섯의 사진을 보고 '아 이건 찾을 수 있겠다.' 싶지만, 다음 장에는 그와 비슷하게 생긴 독버섯이 소개되어 있다. 그렇게 아주 약간의 다름으로 독버섯과 식용버섯을 구분하는 일이란 쉽지 않다. 게다가 그건 목숨을 건 도박이지 않은가? 대충 보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버섯이지만 만약의 잘못으로 다음 날 눈을 뜨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고 싶지 않기에 아주 확신에 들지 않는다면
그렇게 주변사람에게도 물어보고 정보를 읽어본 2년의 시간이 헛되진 않았다. 이젠 먹을 수 있는 버섯 2가지는 아주 쉽게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2가지 종류는 쉽게 자연에서 만나기 어려운 버섯이었다.
이번 트랙킹에서 운이 좋아 길 가다 딱 1개 발견했다. 냄새와 텍스쳐가 좋은 칼요한 버섯인데, 딱 봐도 맛있게 보이는 전형적인 버섯의 모습이다. 그 작은 걸 1개 가져와 조심히 칼로 잘라 버섯보다 아주 큰 음식물 건식기에 넣어 말렸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전기세와 노동을 들여 얻은 이 작고 말린 버섯을 이렇게 채집하는 게 저렴할까 혹은 그냥 마트에서 말린 걸 사는 게 쌀까 심하게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뭐 어쨌든 이제 하나씩 알아가는 버섯의 세계이니 언젠가 더 많이 채집하는 실력이 쌓이지 않겠는가? 라며 위로를 해 본다.
반려견과 함께 캠핑을 가거나 트랙킹을 하는 현지인도 많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개에게 눈에 잘 띄는 쟈켓을 입혀 주는 것이 좋다. 사냥하는 사람들에게 눈에 띄는 옷을 걸쳐 입는 건 사람이고 동물이고 중요한 일이다.
우리 집 반려견 알도도 밝은 색의 쟈켓을 입혔다. 저 작은 몸집에 주황색 헌팅 쟈켓을 입고 작은 발로 걸어가는 모습이 어쩌나 귀여운지...사람이 없는 곳은 목줄을 풀어 자유로이 걷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반려견을 데리고 트랙킹하는 일은 매력적이다.